작년 이 맘 때쯤, 덕수궁 미술관에서 '20세기 라틴 아메리카 거장전'을 보면서 주의 깊게 보아둔 작가가 있었다. (관련 글 보기)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콜롬비아 출신의 화가로 현재도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작년에 찾아 왔던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에서는 그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그의 작품이 한국을 다시 찾아오는 날에는 꼭 반드시 보고 말리라 다짐을 했는데, 생각보다 그 기회가 빨리 오게 되었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과장되게 뚱뚱하게 표현되어 있다. 턱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목살에 살이 덕지덕지 붙은 큼지막한 엉덩이, 도저히 꼬아지지 않을 것 같은 두꺼운 종아리는 그의 작품 속 등장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 조건이다.
기존에 익히 알아왔던 다빈치의 '모나리자'나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등의 고전 작품을 그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한 패러디 작품을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어렵게 느껴졌던 고전 작품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번 전시회는 크게 네 가지 테마의 회화작품 전시와 야외 조각 전시로 이루어졌다.
회화 작품의 첫 번째 주제는 그가 그린 정물 작품들과 고전을 재해석한 패러디 작품들이다. 풍성한 양감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정물 작품만 보고 있어도 앞으로 등장할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을 상상하는 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보테로가 패러디한 작품을 볼 때는 미리 원래의 작품을 알고 가면, 원작과 보테로의 작품 사이의 차이점을 찾는 재미를 누릴 수도 있다.
Bonus Tip !
보테로가 패러디한 작품 중에서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를 모방한 작품을 볼 때는 작품 중앙의 거울 부분을 보면, 원작과 달리 거울 속에 부부의 모습만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원작에는 부부 외에도 작가인 '반 아이크'와 그의 친구로 알려진 또 한 명의 인물까지 총 4명이 거울 속에 그려져 있다.
보테로가 패러디한 작품 중에서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를 모방한 작품을 볼 때는 작품 중앙의 거울 부분을 보면, 원작과 달리 거울 속에 부부의 모습만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원작에는 부부 외에도 작가인 '반 아이크'와 그의 친구로 알려진 또 한 명의 인물까지 총 4명이 거울 속에 그려져 있다.
회화 작품의 두 번째 및 세 번째 주제는 '라틴의 삶'과 '라틴 사람들'이다. 보테로가 나고 자란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적 환경, 그리고 그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숨결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다만 다른 라틴 작가들과의 차이점이라면, 대체적으로 가난 및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의 삶에 주안점을 맞추는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그만의 해학적인 화풍으로 라틴 사람들의 삶을 밝게 그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라틴의 삶'과 '라틴 사람들' 주제 작품들을 감상할 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을 것이다. 바로 남녀노소할 것 없이 피고 있거나 손에 들고 있는 담배, 그리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담배 꽁초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집안 여기 저기 버려져 있는 담배 꽁초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런 집에서 그냥 살 수 있나 싶겠지만, 집이라는 공간에서 신발을 모두 벗고 바닥에서 생활하는 우리 문화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 이런 작품들을 통해서 바로 그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회화 작품 주제인 '투우와 서커스'에서는 사람들의 즐거움 거리를 표현함으로써 삺의 기쁨을 그림과 동시에, 죽을 수 밖에 없는 투우장의 소,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서커스 단원들을 통해서 그 이면에 숨겨진 아픔을 함께 표현하고 있다. 특히나 투우사 양성학교 출신인 보테로는 삶과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투우사와 소의 관계를 통해 삶의 희노애락을 화풍에 옮겨 담고 있다.
회화 작품을 모두 감상하고 미술관을 나와 덕수궁 석조전 주변을 거닐면, 보테로의 조각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그의 조각 작품에서도 하나 같이 주인공들은 통통하고 풍자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작품 전반에 걸친 풍만한 이미지와 달리, 브로셔에 나온 그의 사진은 풍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건장한 체격의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날카로운 이미지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든다.
현재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유명 외국 화가의 작품이 이렇게 많이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또 다시 있을지 모르겠다. 해학적인 화풍으로 한국의 관람객들을 찾아온 '페르난도 보테로'. 주말에 잠시 가족들과 덕수궁(경운궁)에 나들이 갈 일이 생긴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미술관에 들러 보자. 보테로의 작품을 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관련 링크>
덕수궁미술관 '보테로전' 홈페이지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미술 '페르난도 보테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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