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용해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전을 보러 서울시립미술관에 다녀왔다.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 화가로 독창적인 작품 때문에 한 두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전시기간과 평소 일정을 고려했을 때, 관람을 위해 주말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주말에 미술관을 이용하는 일은 굉장히 꺼리는 일이다.
길게 늘어선 줄을 아무 이유도 없이 따라다니는 사람들 덕분에 한 작품을 오래 감상할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 미술 작품을 관람하며 줄을 서서 관람하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
뿐만 아니라 전체 관람 인원이 많아지게 되면서, 질서를 지키지 않고 관람하는 관객들도 확률적으로 많아진다. 그래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눈쌀을 찌푸리는 경우도 많아지게 된다.
이번에도 그러한 우려를 잔뜩 안고, 미술관을 찾았지만 다행히도 사람은 많았지만 관람 질서를 흐리는 경우는 없었다. 관람 질서가 많이 성숙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아니면 내가 관람한 날이 운이 좋았던지... >.<;;)
도슨트의 설명에 따르면 2007년 중반 쯤에 벨기에 왕립 미술관으로 마그리트의 작품이 다 모이게 되고 해외에서 하는 전시는 당분간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회를 못 봤으면 상당히 후회했을 것이다.
마그리트의 작품의 특징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물들이 등장하지만 전혀 의미를 알아챌 수 없게끔 사물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그리트의 작품이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많이 들어는 봤지만 막상 가서 전시를 관람하면서도 이렇게 작품 세계가 난해한 것은 '피카소 전'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 좀 더 작품 해석이 쉬워지지 않을까 해서 설명 시간까지 일부러 기다렸다가 설명을 들었지만, 도슨트의 설명의 핵심도 내 생각과 같다는 것을 알고 설명을 조금만 듣고 그냥 개인적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돌아왔다.
도슨트의 말인 즉슨, 마그리트가 생전에 자신의 작품이 해석이 되지 않고 수수께끼로 남으면 최고의 전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물의 고정적인 면을 강조하지 않고 관객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참 멋지지 않은가. 평소에 그림을 감상할 때에도 혼자 다른 방향에서 해석하며 소위 말하는 삐딱하게 감상하기를 즐겨했던 터라 더욱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아래 작품들은 이번에 한국을 찾은 마그리트의 주요 작품들이다.
보이지 않는 선수, 르네 마그리트
마그리트가 생애 첫 전시회를 열던 해에 완성된 작품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에서 가장 비싼 작품으로 약 180억원 정도라고 한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한다.
전시회에서 가장 처음 만날 수 있는 작품이고 규모도 상당히 큰 작품이었다.
보이지 않는 선수라는 제목과 작품 분위기를 유추하였을 때, 나무 테이블 기둥이라고 말하는 9개의 기둥이 사실은 선수이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
일단 눈에 보이는 두 명의 선수가 하고 있는 스포츠는 야구이고, 여자가 마스크를 하고 있는 모습은 포수의 뒤에 서 있는 심판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보여지고 있는 스포츠는 야구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세 사람이 그려졌고, 실제 야구 선수(야구의 인원은 9명이다.)들은 나무 기둥이지만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작품의 제목을 '보이지 않는 선수'라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뭐 어디까지나 나만의 생각... ^^;;;)
회귀, 르네 마그리트
적막하고 고요한 밤에 새의 알이 둥지위에 올려져 있고 새가 하늘을 날고 있다. 하지만 새의 몸은 맑은 낮의 하늘로 가득 차 있다. 새와 알, 그리고 낮과 밤을 동시에 표현하면서 돌고 도는 생명의 순환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마그리트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을 살펴 볼 수 있는데, 바로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를 중첩시켜서 표현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런 작품의 특징은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전시회에서 직접 볼 수 있었던 드로잉 작품 중 하나의 경우는 한 남자가 여성의 나체를 탐닉하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남성의 모습은 전체가 다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몸과 겹치는 부분에만 그려진다. 즉 여성의 몸의 실루엣이 다 그려지고 그 안에 남성이 여성을 만지고 있는 부분이 그려진 것이다.
이처럼 중첩을 이용한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그 의미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유추해 보는 것도 작품 감상에 있어서 큰 재미가 될 것이다.
신뢰, 르네 마그리트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 중절모를 쓴 남성. 어떤 이는 마그리트가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 시킨 이미지라고도 이야기 한다. 실제로 마그리트를 찍은 사진을 보면 마그리트는 늘 중절모를 쓴 모습으로 나타난다.
중절모를 쓴 남성이 등장하는 작품중에 재미있는 작품으로 '겨울비'라는 작품이 있는데, 중절모를 쓴 여러 명의 남성들이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이다. 우울한 남성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겨울비에 비유한 작품이다. 이처럼 마그리트의 작품 중에는 그 의미를 찬찬히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운 작품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심금, 르네 마그리트
이번 전시된 작품 중에서 회화 작품 중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맑은 하늘에 마치 솜사탕 처럼 떠 있는 구름을 투명한 유리 잔이 받치고 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유리 잔 속에 커피라도 있어서 부드러운 카푸치노를 만들어야 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몇 년전 커피 광고 중에서 하늘에 있는 구름을 커피 잔에 담아서 카푸치노로 만들어 먹는 씬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작품을 모티브로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다 작품 전체에 사용된 하늘색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마치 티 없이 맑은 순수함 그 자체라고 할까. 하여튼 마지막 작품에서 큰 감동을 얻고 관람을 마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자료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