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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책과 영화

영웅이라구?! 사실은 말야.... - 아서왕 여기 잠들다


어린 시절 재미있게 봤던 만화영화 중에서 '원탁의 삼총사라는 만화가 있었습니다.
용맹하고 훌륭한 왕이었던 '아더왕'과 그의 기사들의 이야기였는데요.
어찌나 재미있게 봤던지, 아주 오래된 만화임에도 지금도 주제가 일부가 기억에 남기도 하네요.



아더왕, 또는 아서왕의 이야기는 영국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영화나 만화 또는 소설 속의 소재를 통해서 우리에게도 아주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아서왕의 명검인 '엑스칼리버'는 수 많은 게임에서 귀중한 아이템으로 등장하여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이 명검 엑스칼리버와 얽힌 전설을 보면, 아서왕이 이 명검을 얻을 때, 호수의 요정에게서 얻었다고 되어 있는데요.
원래 쓰던 검이 파손되어 쓸 수 없게 되자 새로운 명검을 찾던 아서왕이 어느 호숫가에 다다랐을 때, 호수 요정의 손이 칼을 쥔채로 수면 위로 나타낫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칼을 얻은 아서왕은 강력한 힘을 얻게 되어 전투에서 연전연승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갖고 있지요.

(일부에서는 '칼리번'이라는 이름의 칼을 '엑스칼리버'와 동일시하기도 하고 따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아서왕이 바위에 박혀있던 것을 빼내어 왕의 자격을 인정 받은 칼을 '칼리번', 이후에 호수의 요정으로부터 얻은 칼을 '엑스칼리버'로 나뉘어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두 개의 칼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칼로 보았으며, 이름을 '칼리번'으로 통일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설적인 이야기가 사실은 어떤 여자가 숨을 오래 참고 호수 속에 들어가 있다가 칼을 전해준 것이라면 어떻게 생각하나요?

조금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겟지만, 전설적인 요정이라는 개념보다 조금은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발한 생각이지요.

이런 기발한 생각을 모티브로 집필된 소설이 바로 '아서왕, 여기 잠들다'입니다.




소설 속에서 인물들은 우리가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 속의 인물들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도 전설 속의 인물들과는 약간씩 다르지요. 사실 전설이라고 하기도 뭐한, 그냥 평범한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처럼 되어버린 '아서와 이야기'가 기발하게 느겨집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그위나'는 지주에 속해있는 노예 출신의 10살짜리 소녀에 불과했지만, 전쟁에 휘말리게 되면서 삶이 격정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음유 시인이자 아서왕의 조언자 역할을 하는 '마르딘'이 그위나를 이용하여, 아서왕을 위해서 꾸며낸 호수의 요정 사건을 아서왕이 그만 실제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믿게 되어 버렸고, 그에게 자칫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들키게되면, 마르딘이나 그위나의 목숨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 것이죠.

결국 마르딘에 의해 거둬지면서 그녀는 '그윈'이라는 이름의 소년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폭력적이고 탐욕적이며, 전투를 좋아하는 지배자에 불과한 아서왕의 무리를 따라다니면서 본 그녀의 회상이 이 소설의 핵심이 됩니다.

실제로는 인정머리 없고 단순히 지배욕만 강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마르딘의 허구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아서왕은 영웅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마르딘이 지어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우리가 알고 있는 아서왕의 이야기가 정말 마르딘이라는 사람 때문에 꾸며진 허구의 이야기가 아닐까하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랍니다.

소설 속의 등장 인물인 아서왕와 마르딘 이야기 속에서 재탄생한 아서왕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도 꽤 쏠쏠합니다.




'아서왕, 여기 잠들다'는 '모털엔진'시리즈의 작가인 '필립 리브'의 천재적이고 기발한 상상력이 전설과 만나서 만들어진 한 편의 멋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필립 리브의 독특한 상상력은 이미 '모털엔진' 시리즈를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누구나 상상하기는 쉽지 않은 것을 그는 소설로 옮기는 재주가 탁월하지요.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나 그의 능력은 여지 없이 발휘됩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정말로 아서왕이라는 폭력적인 지배자가 누군가에 의해서 미화되고 꾸며진 채로 지금까지 전승되었다고 의심하게 만들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특히나 이 책은 흡입력이 굉장히 강한 편인데요. 한 번 손에 잡고 나서는 다 읽을 때까지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지 않고는 못 베긴 것이지요.


전설 속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아서왕의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한 독자분들은 꼭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