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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교황청의 금서로 지정될만큼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책이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책이 쓰여지던 당시에 냉혹한 군주로 널리 알려졌던 '체사레 보르자'를 모범적인 군주의 사례로 소개했던 부분이었다. 마키아벨리는 '정치란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도덕과 무관한 것이며, 윤리적인 행위나 선악의 기준이 아니라 국가를 존속시키는 수단일 뿐이다'라는 생각을 피력하고자 했던 것인데 이러한 그의 생각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마키아벨리가 본래 의도했던 것과는 상관없이, 잔인한 정치권력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행동하는 '마키아벨리즘'이라는 정치용어가 나오게 되었고, 수 많은 독재자들에 의해 악용되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평가가 많이 누그러지고 있다. 선과 악을 떠나서 실제 정치에 필요한 덕목들을 꼬집어낸 실용서라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재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책을 막상 다 읽고 나니 분량도 생각보다 많지도 않았고, 대화체로 풀어쓴 글이라 읽는 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생각해볼만한 구절들이 있어서 다시 되새기고 또 되새기다 보니 한권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이 든 것도 사실이다. 가볍게 읽으면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자세히 읽다 보면 요즘의 현실에 어울리는 구절들을 읽고 있으면 한없이 무거워지는 것이 '군주론'이라고 생각된다. 아직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냥 가볍게 한번 쑥 읽어 보라고 꼭 권해보고 싶다. 특히 권혁이 번역하여 출간한 '군주론'의 경우는 국내에 나와 있는 다른 번역서와 다르게 군주론에 대한 상세한 주석과 역사적 사실 및 인물에 대한 설명들이 부록으로 달려 있어서 당시의 역사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
과두정부는 군주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군주의 호의와 권력 없이는 자신들의 권력이 존속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최선을 다해 그 체제를 유지할 것입니다. 자유롭게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도시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곳의 시민들을 이용해 다스리는 것보다 더 쉬운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pp. 60-61
새로운 질서를 도입하는 것이 정책을 집행하는 것보다 훨씬 성공하기 힘들고 관리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옛 질서로부터 이익을 취하던 모든 사람들이 적들로 남아 있는 반면, 새 질서로부터 이익을 취하게 될 사람들은 겨우 미온적인 동맹으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이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자신들만의 법으로 이익을 누리던 적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질서를 오래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믿지 않으려는 인간의 회의적인 속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p. 66
정복자는 실행할 필요가 있는 모든 가해 행위들은 단번에 실행하고 매일 거듭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어야 합니다. p. 91
현명한 군주라면 언제든지 또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든지 시민들이 정부와 군주의 도움이 필요하도록 방안을 강구해두어야만 합니다. p. 99
결론적으로 자기 자신의 군대가 없으면 어떤 군주국이든 절대 안전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위기가 닥쳤을 때 자신을 방어할 힘과 충성심이 없기 때문에 오직 행운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자신의 힘에 기반을 두지 않는 권력의 명망만큼 취약하고 불안정한 것은 없다'는 것이 현명한 사람들의 판단이며 믿음인 것입니다. p. 125
인간은 사랑하는 자를 해칠 때보다 두려워하는 자를 해칠 때 더 주저합니다. 사랑이란 일련의 의무감에 의해 유지되는 것인데 인간은 비열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경우라도 그것을 저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에 의해 유지되므로 거스를 수 없습니다.
p. 142
군주는 또한 능력이 있는 자들을 보호하고 후원하며 모든 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자를 우대한다는 것을 널리 과시해야만 합니다.
더 나아가 백성과 신하들이 상업과 농업 및 그 외의 분야에서 평화롭게 안정적으로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p. 183
날씨가 좋을 때는 폭풍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공통적인 약점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지 못한다면 그러한 구조는 아무런 소용도 없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구현되는 방식만이 효과적이고 확실하며 오래 지속됩니다. p. 195
자신의 행동 방식을 시대의 흐름에 맞춘 사람은 성공할 것이며, 마찬가지로 자신의 행동 방식을 시대와 조화롭게 이끌지 못한 사람은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p.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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