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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책과 영화

한 수학자의 이야기 - 골드바흐의 추측

골드바흐의 추측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생각의나무,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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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의 여러 난제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얼마전 그 해법이 풀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수학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갖다 보면, 수학에는 이러한 난제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난제들에는 하나 같이 큰 상금들이 걸려있는데, 여기 책의 주제가 되는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것도 그러한 난제 중의 하나이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어찌보면, 굉장히 간단한 명제이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명제를 수학자들은 수세기 동안 증명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가 "일일이 대입해보면 금방 알텐데... 그것을 왜 증명 못하지?"하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러나 수학의 세계에서는 그런 식의 증명은 용납하지 않는다. 수학에서는 999개 맞더라도, 아니 9999999개가 맞더라도 단 한개라도 틀린 경우가 발생하면, 거짓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여기 이 책에 나오는 수학자는 물론 가상의 수학자이다. 실존 인물인 앤드류 와일드의 증명을 추적해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by 사이먼 싱)'와 달리, 이 책은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페트로스'라는 수학자의 삶을 지켜보면, 어찌보면 고집스럽고, 괴팍해 보이며, 자신보다 뛰어난 수학자들을 혐오하는 퇴물된 수학자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뛰어난 수학적 업적을 남들과 공유하게 되면 자신의 공이 깎일까 염려하여 그토록 고독한 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었던 인간임을 알게되면,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의 종반부에서 '페트로스'는 죽음 직전 증명을 마쳤다며 조카를 불러내지만, 찾아갔을 때 이미 그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과연 그는 죽음의 직전에서 생애 최대의 업을 완수하였을까? 소설은 미묘한 여운을 남기면서 끝을 맺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종종 나오는 하디와 라마누잔, 괴델, 튜링 등의 유명한 수학자들의 이야기는 '페트로스'와의 관계는 허구이지만 어느 정도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점에서 수학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