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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한국 박물관 100주년 특별전 (1) 야간 개장에 찾아가다

2009. 09. 30.
한국 박물관의 역사를 한 자리에
한국 박물관 개관100주년 특별전
(1) 야간 개장에 찾아가다


 2009년 11월 1일은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박물관 10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9월 29일부터 11월 8일까지,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특별전"을 개최한다. 국내 박물관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교과서에서 자료 사진으로만 보던 각종 유물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일본으로부터 어렵게 들어와서 단 9일 동안만 한시적으로 전시된다는 것 때문에 소식을 빨리 접한 관람객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서 '100주년 특별전' 속으로 안내해 보고자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마다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한다. 특히나 수요일에는 6시반부터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동안 '꼭 한 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었다.

 간만에 얻게된 휴가를 이용해서 이번에는 꼭 '큐레이터와의 대화'에 참여해 보리라 하고 박물관을 향했다.

 이번 박물관 방문의 또 하나의 목적은 바로 하루 전에 개막한 '100주년 특별전' 관람에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전국에 유명 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주요 유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기회인지라 이 곳 저 곳 다니기에는 기동력이 떨어지는 나로서는 이런 기회를 절대 놓칠 수가 없다.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시작하기 전에 일찌감치 박물관에 도착해서 편의점을 이용해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했다. 아무래도 9시 관람 종료시간까지 계속 서서 돌아다니자고 생각하니 속이 든든한 편이 낫겠다는 생각에 김밥과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시간에 맞춰서 전시실로 향했다.

기획전시실 입구에서는 국내 박물관의 각종 전시 도록들이 전시되고 있다.



 야간 개장 시간에 맞춰서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관람객이 이렇게 많을 줄은 생각을 못했다.

 "기껏해야 한 3~40 명 정도 찾아와서 조용하게 관람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은 완전 오산이었다.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듣기 위해 찾아오신 분부터 시작해서 야간개장에 맞춰 전시를 관람하러 오신 느긋하게 나이를 드신 어르신 분들, 데이트를 즐기러 온 듯한 연인들과 제법 진지한 눈으로 유물들을 보고 있는 어린이들까지 다양한 관람객이 야간 개장에 찾아왔다. 흡사 주간에 찾아온 것이라 착각이 들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하나 같이 박물관에 찾아온 것이 마치 가볍게 영화 한 편 보러 온 것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박물관이 딱딱한 유물 전시장이 아니라 온 세대를 아울러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흐뭇해졌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만을 보기 위해 따로 줄이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몽유도원도'의 인기는 대단하다.



 기획 전시실 입구에 진열된 도록들을 구경하면서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기다리다가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분명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따로 있는데, 전시관 출구 쪽으로 사람들이 계속 줄을 서고 있길래 안내하시는 분에게 여쭈어 보았다.

 "아, 저 줄은 안견의 '몽유도원도'만 관람하실 분들이에요."

 '어라... 안견의 '몽유도원도' 하나를 보려고 줄을 서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온거지?'
 순간 그 줄 뒤로 서서 합류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 이내 '어짜피 야간 개장이니까 줄도 금방 없어질 것이고, 사람도 없어질 거야'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물론 나중에 밝히겠지만 이런 생각 조차도 오산이었다.)

'큐레이터와의 대화'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큐레이터 선생님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청자상감포도문 동채주자'와 '승반' : '제실박물관'이 1908년 골동품 상으로부터 980원(당시 기와집 두 채 가격)에 구입하여 전시했던 유물이다.



 그렇게 한없이 늘어선 줄을 바라보다보니 어느 새 '큐레이터와의 대화'시간이 시작되었고, '제실박물관'부터 시작된 우리 나라 박물관 개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큐레이터 선생님의 재미있는 설명과 함께 전시를 듣게 되면, 단순히 안내판의 글씨만 읽고 관람하는 것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었다. 안내판에 나와 있지 않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큐레이터 선생님의 개인적인 감상도 접할 수 있어서 혼자 관람하는 것보다 분명 큰 공부가 된다고 말할 수 있었다.

유쾌한 정보 : 우리 나라 최초 박물관인 '제실박물관'도 휴관일이 있었을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있었다'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미술관 및 박물관은 매주 월요일을 정기 휴관일로 두고 있는데, 이 날은 전시 공간에 대한 유지, 보수 작업 등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 나라 최초의 근대적인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제실박물관'도 휴관일이 있었다. 바로 매주 목요일이었는데, 휴관의 이유가 다소 재미있다.

 '제실박물관'은 궁궐의 일부분을 백성들에게 개방하였던 것으로 원래는 임금님의 공간이었다. 따라서 당시의 임금이었던 '순종' 임금이 매주 목요일 산책을 하며 돌아보던 날이었기에 이를 위해서 매주 목요일은 휴관일로 정했었다고 한다. 이후 순종 임금이 승하한 이후에는 연말 연시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개관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30분간의 짧은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서 개인 관람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시간까지도 관람객은 줄어들지 않았고,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전시된 곳으로 찾아갔을 때는 입을 떡 벌릴 수 밖에 없었다. 폐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8시 30분이 다 되도록 몽유도원도를 보기 위해 늘어선 줄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폐관시간이 다 되도록 '몽유도원도'를 보기 위한 줄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런... 여유롭게 멋진 유물을 감상하고 돌아가리라 마음 먹었던 것은 어리석고 순진한 생각이었다. 폐관시간까지라도 줄을 서있다가 관람을 해야 하나 아니면 돌아서야 하나... 쉽사리 마음을 먹지 못하고 고민이 시작되었다...

☞ 2편에 계속


 '100주년 특별전'의 주요 유물들과 한국 박물관의 역사에 대해서는 다음 (2)편에서 계속 이어 포스팅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