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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한국 박물관 100주년 특별전 (2) 천마총 천마도, 훈민정음 해례본

2009. 09. 30.
한국 박물관의 역사를 한 자리에
한국 박물관 개관100주년 특별전
(2) 특별 공개 유물 : 천마총 천마도, 훈민정음 해례본


☞ 1편에 이어서...

 매주 수요일에 진행되는 야간 개장 및 '큐레이터와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왔다. 야간개장 시간을 이용하여 '박물관 100주년 특별전'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여유있게 관람하고자 왔으나 야간개장 폐관 전까지도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관람하기 위한 줄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


 이제 폐관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약 30분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서서 무작정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남은 시간 동안 다른 유물들을 더 볼 것인가.

 잠시 생각을 한 후에 결국엔 마음을 정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추석 연휴를 이용해서 아침 개관 시간 일찍 와서 보리라 마음을 먹고, 남은 시간 동안 다른 유물들을 관람하는 데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보기 위해 추석 연휴 첫 날 다시 찾은 박물관 이야기는 3편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박물관 100주년 특별전'에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제외하고도 몇 가지 특별 공개 유물들이 전시를 하게 된다.
 평상 시 공개하여 전시하는 유물이 아닌, 이번 특별전을 위해 이 곳을 찾게 되는지라 전시 기간 내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특정 기간 동안에만 전시를 하게 된다. 짧은 기간 동안만 전시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꼭 보고 싶은 유물은 전시 기간을 확인하고 관람하러 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몽유도원도  9.29 ~ 10.7 (9일간) 
 천마총 천마도  9.29 ~ 10.11 (13일간)
 훈민정음 해례본  9.29 ~ 10.11 (13일간)
 석가탑 무구정광대다라니경  10.8 ~ 10.18 (11일간)
 강산무진도  10.20 ~ 11.8 (20일간)
 태조 이성계 어진  10.30 ~ 11.8 (10일간)

 특히 이번에 공개된 유물 중에서 '천마총 천마도'에 대해서 관심이 크다. 하늘을 날아 다니는 말(천마)이 그려진 그림, 천마도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고분의 이름에 '천마총'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당시 '천마도'의 발견은 획기적이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는데, 바로 '천마도'의 적외선 촬영 사진 속에는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던 '뿔'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계에서는 '천마(天馬)'인지 '기린(麒麟)'인지를 놓고 학설이 분분한 상황이다.

 '박물관 100주년 특별전' 개관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은 1996년 촬영한 적외선 사진보다 훨씬 고화질의 적외선 사진을 촬영하여 일반에 공개하였다. 이번에 공개된 적외선 사진은 화질이 선명하여 일반인들에게 천마도의 숨겨진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천마총 천마도 (국보 207호)


적외선으로 촬영한 천마도의 모습. 말의 정수리 부분에 칼날처럼 생긴 뿔이 돋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천마도의 적외선 사진을 보면, 실물에서 잘 보이지 않던 뿔이 마치 삼국지에서 관우가 사용하던 언월도의 날처럼 정수리 위로 솟아 오른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날아가는 말의 속도감을 표현하는 휘날리는 말갈기가 훨씬 더 잘보이는 것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또 한가지 재미있던 점은 단순히 천마도가 말의 한 쪽 면만을 그려 넣었기에 눈도 당연히 하나만 있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적외선 사진을 통해 본 결과 반대 편의 눈이 또렷하게 보이면서 말의 얼굴을 훨씬 자세히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 천마도에 더 애착이 가게 만든다.

유쾌한 정보 : 천마총 발굴은 연습용이었다?!

 경주에 수학여행을 가게 되면 필수적으로 들리는 몇 몇 코스가 있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그리고 천마총.
 천마총의 원래 이름은 '경주 황남동 고분군 제155호 고분'이다. 단순히 번호로만 불렸을 정도로 작고 관심이 없던 곳이었는데, 이 곳의 발굴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우리 문화재의 발굴이 한창 시작되던 시절에 바로 옆에 있는 '황남대총'을 발굴하기로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당시 발굴 기술로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던 상황에서 일종의 연습 삼아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고분, '제155호 고분'을 시험발굴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발굴 결과는 굉장히 놀라웠다. '천마총'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해준 '천마도'의 발굴은 물론이거니와 신라 금관 중 가장 화려한 것으로 알려진 '천마총 금관'부터 금동 신발 등의 각종 부장품들이 피장자가 착용한 그대로 출토되는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다.

 만일 당시 '황남대총' 발굴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이 한 번에 이루어졌었다면, 아마도 '천마총'의 발굴은 한창이나 뒤에 이루어졌거나 아니면 아직도 발굴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가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사실 하나는 '천마도'의 소장처이다. 경주의 천마총에서 나왔기에 국립경주박물관, 또는 천마총 내부에 진열된 천마도를 진품으로 착각하곤 하는데, 모두가 복제품이다. 천마도의 진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평상 시에는 유물 보호를 위해 일반 공개를 하지 않는다.



 천마도와 적외선 사진을 관람한 후에 폐관 시간 되기 전에 한 가지 중요 유물을 더 보기 위해 전시관 안쪽을 향해 걸었다.

 이번에 찾은 유물은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간송미술관 소장 유물로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해례본'이다.
 '해례본'이란 글자의 창제 원리에 대해서 해석하여 적은 것을 말하는데, 한글 창제의 주요 원리에 대해서 풀어 놓은 것이라 역사적인 사료로서 가치가 크다.

훈민정음 해례본(국보70호)과 간송 전형필(우측 하단 작은 사진)

 

 훈민정음 해례본은 1942년 경북 안동 광산김씨 고택인 '긍구당'에 보존되어 있던 것을 우여곡절 끝에 '간송 전형필'이 구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당시 기와집 11채 값을 지불하여 구입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간송 전형필은 우리 문화재의 해외 반출을 막고자 열성을 올린 문화재 수집가로, '보화각'을 설립하여 자신이 구입한 문화재를 전시하여 대중들에게 알리기도 하였다. 현재는 그의 호를 딴 '간송 미술관'이 '보화각'의 뜻을 이어받아 운영되고 있다.

 사실 '훈민정음 해례본'을 간송이 소장하게 되기까지 과정에 대해서는 일부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당시 일제의 문화재 불법 반출이 횡행하던 현실에서 문화재의 소중함을 일찍이 깨달은 '간송' 같은 이가 있었기에 오늘 날 우리의 박물관에서 우리의 문화재를 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더더욱이나 이번에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의 경우에도 우리의 문화재임에도 일본의 소유로 되어 있는 안타까운 사실을 생각하면, 간송 전형필이라는 사람의 우리 문화재 사랑에 새삼스럽게 박수를 쳐보게 된다.

 훈민정음 해례본까지 관람하고 나니 어느 새 폐관 시간이 다 되어 간다. 박물관 밖으로 나오니 추석을 앞두고 이제는 거의 원형에 가까워진 보름달이 하늘 위에서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 3편에 계속...

 (3)편에서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관람하기 위해 다시 찾은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