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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겸재 정선 : 붓으로 펼친 천지조화

2009. 09. 16.
정선 서거 250주년 기념 특별전
겸재 정선 : 붓으로 펼친 천지조화



 지난 9월 8일, 국립중앙박물관 2층 회화실에서는 특별한 전시가 시작되었다.

 인왕제색도(국보216호)와 금강전도(국보217호)로 유명한 겸재 정선의 서거 2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시회가 '겸재 정선 : 붓으로 펼친 천지조화'라는 주제로 전시를 시작하였다.

"북원수회도첩" 中 '북원수회도'



 이번 특별전에 전시된 작품 중에서 정선이 서른 여섯살에 그린 "신묘년 풍악도첩"은 제작년도가 알려진 것 중 가장 이른 시기 작품인데, 정선이 마흔한살에 그렸다고 알려진 "북원수회도첩"과 함께 이번 전시에서 정선의 초기작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눈여겨 볼만한 것은 "북원수회도첩"으로, 숙종 시절 공조판서를 역임한 이광적과 그의 지인들의 모임을 기록한 작품이다. 이광적의 '회방(回榜)'기념 모임을 그린 이 도첩에는 겸재가 그린 '북원수회도' 외에도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이들의 시와 글들이 남아 있어 중요한 역사적 기록으로도 가치가 높다. 국가에 속해 있던 화원들이 궁중 행사를 그린 것 외에도 민간에서 열린 모임도 기록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회방(回榜)'이란?

 "북원수회도첩"은 이광적의 회방을 기념한 모임을 그린 것인데, 회방이라는 것은 바로 과거에 급제한지 60년이 되는 것을 말한다.

 당시에는 평균 수명이 길지 않아서 60살만 넘어도 '회갑(回甲)'이라 하여 크게 기뻐하며 잔치를 열었는데, 하물며 과거에 급제한 지 60년이 넘었다는 것은 대단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회방'은 개인적인 경사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관심사였었는데, 당시 숙종실록의 기록을 보면 임금이 친히 이광적에게 꽃과 술을 하사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얼마나 경사스러운 일이었는지를 짐작케 해준다.





 정선의 작품 중에는 화첩으로 남아 있는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이 경우 화첩의 일부 그림밖에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생기게 되는데, 이번 전시에서 이러한 아쉬움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하나는 전시에서 보지 못하는 화첩 내의 다른 그림을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디지털 영상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고화질로 선명하게 촬영된 영상을 동영상으로 시청하면서 정선의 그림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 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화첩 내의 작품 전시 일정을 두고서 전체 전시 기간 동안 계속 전시 작품을 교체하는 방법이다. 화첩의 전시 변경 일정을 다음 표에 나타내었으니 관람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

화첩 내 작품 교체 일정표



 전시 일정을 살펴보면, 주요 화첩의 전시 순서 뿐만 아니라 간송 미술관 소재의 청풍계도, 풍악내산총람 및 왜관수도원소장의 화첩 전시 일정도 있는데, 동양 및 한국 미술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각 전시 일정마다 한 번씩 찾아와서 해당 작품을 감상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사공도시품첩" 中 '유동'


"사공도시품첩" 中 '호방'


"사공도시품첩" 中 '위곡'


"사공도시품첩" 中 '소야'



 정선이 74세 되던 해에 그린 "사공도시품첩"은 중국 당나라의 시인인 '사공도'의 시론을 겸재 정선이 그리고, 이광사가 글을 쓴 도첩이다. 마치 시를 배우려는 유학자들에게 가르치는 교과서 같은 느낌을 준다. 글로만 전달되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겸재의 그림을 보면서 한 눈에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또 하나의 반가운 작품이 있다면, 바로 "퇴우이선생진적첩(보물585호)"에서 볼 수 있는 '계상정거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어디선가 많이 본 작품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지금 바로 천원짜리 지폐의 뒷부분을 보기 바란다.

 바로 2007년부터 발행되어 사용되기 시작한 1000원 신권 뒷면에 그려진 그림이 바로 '계상정거도'이다.

"퇴우이선생진적첩"中 '계상정거도'



 많은 사람들이 천원권에 그려진 인물이 '퇴계 이황'인 것을 알고 있고, 그 뒷면에 그려진 그림을 '도산 서원'으로 알고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신권으로 교체하기 이전의 구권에서는 뒷면의 그림이 '도산 서원'으로 그려져 있었기에 아직도 많은 이들이 신권 역시 뒷면에 '도산 서원' 그려져 있으리라 착각하기도 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도산 서원'과 '도산 서당'이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산 서당'은 퇴계가 낙향하여 후진 양성을 위해 세운 것이고, '도산 서원'은 퇴계의 사후에 그의 제자들이 그의 학문을 기리기 위하여 서당 뒷쪽으로 확장하여 건립한 것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두 곳은 다른 곳이다.

 '계상정거도'는 도산 서당에 앉아 있는 퇴계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어찌보면 도산 서원보다는 '도산 서당'을 그린 '계상정거도'가 퇴계 이황과 더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반가운 그림 역시 이번 전시에서 관람할 수가 있는 것이다. (자세한 전시 일정은 상기의 전시 일정표 참조)

 '겸재 정선' 특별전은 11월 22일까지 계속되며, 이번 전시는 박물관100주년 해를 맞아 무료로 관람이 가능한 상설전시관에서 전시되기 때문에 언제든지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가 정선의 그림과 만나볼 수가 있다. 특히 매일 4회 진행되는 자워봉사자 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더욱 더 알찬 전시 관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사이트>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 http://www.museum.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