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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일맥상통 우리역사'를 관람하다 (1)

2009. 08. 22.
통일 신라, 발해실 확대 개편 및 고려실 신설
'일맥상통 우리역사'를 관람하다 (1)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차마고도' 특별전을 관람하기 위해 찾은 날은 화창한 날씨인데다 주말을 맞이해서 아침부터 많은 관람객이 몰려 들었다.

 더군다나 매월 넷째주 토요일로 지정된 '박물관 가는 날'인지라 각종 행사를 즐기기 위해 찾은 관람객까지 몰려와 박물관은 마치 놀이동산을 방불케 했다.

거울못에 비친 박물관 전경

 거울 못에 비친 전시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서 전시관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자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기둥이 새로운 전시를 알리고 있었다.

 '일맥상통 우리역사'라는 제목의 전시는 통일 신라 및 발해실 확대 개편 및 3개 전시실로 구성된 고려실 신설을 기념으로 기획된 상설 전시이다.

 상설전시실 1층 복도 끝에 위치한 경천사 십층석탑을 돌아서 왼쪽 끝에 마련된 입구를 통해서 들어가면, 통일신라 전시실을 시작으로 '일맥상통 우리역사' 전시가 시작된다.



 상설전시실 1층의 전시를 고고관부터 삼국시대까지 관람하고 나면, 드디어 우리 민족 최초의 통일 국가라고 하는 '통일 신라[각주:1]'부터가 '일맥상통 우리역사' 전시의 시작인 것이다.


┃고구려와 백제를 통합한 신라

 삼국시대를 이끌어간 나라 중에서 가장 늦게 발전하였지만, 결국엔 고구려와 백제를 통합하여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룩한 신라. 통일 신라의 유물을 보기 위해 전시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유물은 '십이지상'이다.

 '십이지상'은 초기에 당나라의 영향을 받아서 십이지 인형으로 만들어 무덤 안에 함께 넣었다가 수호신으로의 성격으로 변모하기 시작하면서 무덤을 12방위로부터 지키기 위해 무덤 둘레에 돋을 새김의 형태로 조각하였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독립된 조각상의 형태로 변모하게 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김유신 장군의 묘에서 볼 수 있는 형태가 돋을새김 형태의 십이지상이라면, 성덕왕릉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독립된 형태의 십이지 조각상이다.

김유신묘에서 출토된 십이지상. 토끼(좌)와 말(우).


성덕왕릉 출토된 원숭이 십이지 조각상.



┃통일 신라에서 꽃 피운 불교 문화

 삼국시대에는 민중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구심점으로 종교를, 그 중에서도 '불교'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였다. 삼국이 불교를 수용한 시기는 달랐지만, 결론적으로 삼국 모두가 민중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 불교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였다. 그런 삼국을 통일한 신라에서 불교가 중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 신라 시대의 특징적 조각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팔부중상'이나 '사천왕상' 등의 조각과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다양한 종류의 불상을 통해 이 시기의 불교 중흥을 확인할 수 있다. 

경주 담엄사 터에서 출토된 '팔부중상'


경주 사천왕사 터에서 출토된 '사천왕상', 신라 최고 조각가 '양지'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경주 황복사터 삼층석탑에서 출토된 아미타불좌상(좌, 국보29호)과 부처입상(우, 국보30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국보126호, 복제)



산(山), 물(水), 흙(土), 세 글자가 합쳐진 무주제자는 '땅(地)'을 나타낸다.

 특히 불국사의 석가탑 해체 시 발견되어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인쇄물[각주:2]로 인정받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126호)'도 이 곳에서 볼 수 있다. 비록 복제품이긴 하지만,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눈 여겨볼 만한 것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로 인정받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되었던 '무주제자(武周制字)[각주:3]'이다.

 말로만 듣던 무주제자가 어떤 글자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전시를 해 놓았는데, 단순한 글자들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뜻을 나타내도록 고안한 점이 굉장히 독창적이었다.


┃신라 시대에도 게임이 존재했다?! 안압지 주사위

 통일 신라시대의 유물 중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하게 눈 여겨볼만한 것이 있다면, 바로 '안압지'에서 출토된 주사위의 복제품이다.

 14면체로 이루어진 이 주사위에는 각 면마다 글이 새겨져 있는데, 바로 술마시면서 할 수 있는 각종 벌칙이 새겨진 것이다.

 스스로 노래 부르기, 시 한 수 짓기 등 간단한 벌칙부터, 여러 사람에게 코 맞기, 얼굴 간지럼 당하기, 술 석잔 연속으로 마시기, 소리 없이 춤추기 등 조금은 짓궂은 벌칙등도 보인다. 옛날에도 지금처럼 술을 마시며 게임을 즐겼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우리의 조상이지만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주사위에 새겨진 각종 벌칙들


<안압지 주사위의 진품은 어디로?!>

 안압지에서 출토된 주사위의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해서, 진품은 어디 있는지 궁금해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주사위의 진품은 현재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1975년 안압지 주변 발굴 조사 과정에서 진흙 속에서 출토된 주사위는 목재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썩지 않은 채 발굴이 되었다. 이를 보존 처리하기 위해 당시 최첨단 장비였던 자동 온도 조절 오븐을 이용, 썩지 않도록 수분을 제거하려고 하였으나 당시 기계의 고장으로 수분뿐만 아니라 주사위 자체가 모두 타버려 재만 남아 버린 것이다.

 다행히도 보존처리 들어가기 직전, 주사위를 실측해 둔 자료가 남아 있어 이를 바탕으로 복원하여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문화재 복원에 있어서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되새기게 해주는 중요한 사례로 이야기되곤 한다.


 이제 통일 신라 전시 관람을 마치고 다음 전시실인 발해로 향할 차례이다. 발해의 전시실에는 어떤 유물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찾아가 보자.
☞ 2편에서 계속 (업데이트 중)
 
  1. 최근에는 통일 신라라는 표기 대신에 발해국의 존재를 인정하여 '남북국 시대'로 표기하기도 한다. '일맥상통 우리역사' 전시에서도 전시실은 '통일신라'와 '발해'로 구분하였으나 시대는 '남북국 시대'로 통일하여 표기하였다. [본문으로]
  2. 최근에는 석가탑 중수 기록을 해석하면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음을 밝혀둔다. [본문으로]
  3. 당나라에서 측천무후 집권기에 만들어져 잠시 사용되었던 글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