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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차마고도의 삶과 예술 (2)

2009. 08. 22.
티벳인들의 삶과 여정을 따라서
차마고도의 삶과 예술 (2)


☞ 1편에 이어서...

┃티벳인들의 일상과 불교

버터차를 만드는 기구들


 차(茶)와 말을 바꾸기 위해 멀리 중국 원난성을 다녀오고, 소금과 곡식을 바꾸기 위해서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을 다녀온 '마궈토'는 드디어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힘든 여정 중에도 항상 그리던 집에는 달콤한 버터차의 향기가 그득하고, 아침 저녁으로 예불을 드리는 불상들이 마궈토의 무사귀환을 환영해주고 있다.

 티벳인들이 숭배하는 '라마교'는 매우 독특한 불교 종파로, 중국 불교와 인도 불교, 그리고 티벳 전통 신앙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종교이다. 티벳인들에게는 종교가 곧 생활인데, 먼 여정 중에서도 작은 불감을 항상 소지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집집마다 불상을 모셔두고, 매일 예불을 드리며 가족과 이웃의 무사 안녕을 기원한다.

예불 드리는 불당

휴대용 경전과 독서대

라마승들이 부는 나팔

티벳인들이 모시는 불상



┃오체투지의 길, 그리고 티벳인들의 죽음

오체투지에 쓰는 팔꿈치, 무릎 보호대와 앞 가리개

 이슬람 신도들이 일생에 한 번은 메카를 성지 순례하듯이, 티벳인들도 비슷한 순례의 길을 떠난다.

 메카 순례보다 더 힘들 수도 있는 그들의 순례는 이른바 '오체투지(五體投地)'라고 불리는 고행길. 말 그대로 머리와 양 손, 양 발을 땅에 바짝 붙이며 절을 하는 것으로 세 걸음 혹은 다섯 걸음 마다 땅을 향해 절을 한다.

 우리의 '삼보일배(三步一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이 자세를 반복하면서 티벳인들이 영혼의 땅이라고 부르는 '라싸'를 향해 길고 긴 또 하나의 여정을 떠난다. 어찌보면 티벳인들의 일상은 끝없는 여정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만 하다.

 그렇게 안녕을 기원하지만 티벳인들에게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 죽음은 찾아오게 마련, 하지만 그들은 죽음에 대해서 의연하게 반응한다. 그들의 삶이 종교와 일체인 것처럼, 죽음 역시 종교와 일체인 것이다. 삶과 죽음은 끝없이 되풀이되는 수레바퀴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그들에 있어서 죽음 이후의 육신은 당연히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조장터 풍경

조장(鳥葬)을 표현한 조각상




 그런 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장례 풍습이 바로 '조장(鳥葬)'이다. 이른바 시신을 토막내어 새들의 먹이로 주는 장례 풍습인데, 우리의 상식에서 보면 참으로 징그럽게 생각되기 마련이지만,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장례 풍습이다. 이런 경우에는 문화적 상대성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찌보면 죽은 영혼이 새들을 통해서 높은 하늘로 승천하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장례 풍습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


┃다시 차마고도를 향해

 마궈토의 인생 여정을 통해 티벳인들의 삶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앞서 티벳인들의 인생관에 대해서 말했듯이 티벳인들의 삶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또 다시 태어나는 생명에 의해서 그들의 삶은 계속될 것이고, '차마고도'를 향한 그들의 여정 역시, 어제도 오늘도 그러했듯 내일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아쉽게도 이번 '차마고도 특별전'은 전시가 끝날 무렵에 방문을 하게 되어 많은 이들에게 소개해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던 것이 아쉽게만 생각된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통한 전시도 이채로웠지만, '마니차' 체험이라던지 '룽다'체험을 통해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박물관이 더 이상 따분한 곳이 아니라, 즐겁게 체험하면서 동시에 살아있는 지식도 얻어 갈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룽다'에 적어 둔 소원 중에서 재미있는 소원들이 있어서 이 곳에 몇 가지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