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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공연 이야기

뮤지컬 '바람의 나라'



고구려 그 영광이여! 다시 한번!

 최근 역사에 있어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나라, 한민족 역사상 가장 광활한 영토를 지배했던 나라, 그렇지만 우리 국민 대부분이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나라, 바로 '고구려'다.

 퓨전 사극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다가온 드라마 '주몽'과 전통 사극을 표방하며 얼마전부터 시작한 드라마 '연개소문' 뿐만 아니라 현재 제작 중인 드라마 '태왕사신기'까지 현재 방송사에서 심혈을 기울이며 추진하고 있는 대하 사극의 무대는 대부분 '고구려'다.

 삼국 시대의 한 나라이며, 광개토 대왕과 장수왕에 의해 광활한 영토를 갖게 된 나라였다는 사실, 그리고 알에서 나왔다는 '주몽설화'로 알려져 있는 고구려는 약 700여년간 한반도에 존재했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사적 기록이 턱없이 부족하여 아직까지도 일반인들이 접하기에는 멀기만한 나라에 불과하다.

 그나마 최근 중국이 '동북아 공정'작업을 추진하면서 '고구려' 역사를 '중국'에 편입시키려 하자 이에 반발하며 냄비처럼 들끓고 일어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일부의 노력으로만 진행되고 있을 뿐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일반인들에게서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과의 독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우리의 영토와 역사에 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의 영토와 역사, 문화를 지켜내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우리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지배하며 외세의 침입으로부터 굳건하게 지켜왔던 광활한 제국 '고구려'에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에 관한 뜨거운 관심이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만화 '바람의 나라' 열풍

 '김진'의 원작 '바람의 나라'는 1992년 만화 잡지 '댕기'에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10년이 넘게 연재와 중단을 반복한 작품이다. 아직도 완결이 나지 않은 채 현재 단행본은 22권까지 나와 있는 상태이다.


'바람의 나라' 등장 인물들 가계도



 '만화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 제3대왕 '대무신왕' 무휼과 그가 사랑했던 여인 '연'과 그를 사랑한 여인 '이지', 아버지 '유리왕'에 의해 자결을 강요받아 죽은 무휼의 이복형 '해명', 동생 무휼을 지키는 강인한 공주 '세류', 그리고 '연'의 아들 '호동' 등의 주변 인물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과 명운을 같이하고 그들을 지키는 '신수'라는 개념의 등장으로 순정만화 팬 뿐만 아니라 판타지 만화의 팬까지도 사로 잡았으며, 더 나아가 1996년에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 그래픽 게임으로 제작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온라인 게임 매니아를 사로 잡고 있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 - 무휼'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게임을 시작으로 '바람의 나라'는 다양한 매체로 변화하면서 인기몰이를 지속하고 있다. 2001년에 뮤지컬로 한번 제작이 되었었고, 2004년에는 소설로도 나왔으며, 현재 드라마로도 추진한다고 한다. (드라마와 관련해서는 현재 다른 작품이 '바람의 나라'를 표절했다는 논쟁에 휘말리면서 아직까지는 드라마 제작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그리고 2006년 '바람의 나라 - 무휼'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뮤지컬로 돌아왔다. 서울 예술단에서 기획하고 새롭게 뮤지컬 연출가로 뜨고  있는 '이지나'가 연출을 맡은 뮤지컬로 다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7월 14일부터 21일까지 1주일간 짧은 일정으로 공연되는 이번 뮤지컬은 주인공 '무휼'역에 고영빈, 김산호, '해명'태자 역에 홍경수, 김법래, '호동'역에 조정석, '괴유'역에 김영철, '이지' 역에 도정주 등 이제 막 뮤지컬 계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는 신예 스타들을 대거 캐스팅하였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 - 무휼'의 한 장면



 '바람의 나라 - 무휼'은 무대를 굉장히 넓게 쓰는 뮤지컬이다. 무대가 관객 앞에서부터 자막 등이 올라가는 스크린 까지 어림 잡아도 30미터나 된다. 극 초반에 군무의 규모가 작을 때는 넓은 무대를 효과적으로 쓰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2막으로 넘어가면서 이번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약 12분 간의 전쟁씬을 비롯한 대형 군무 씬을 보고 있으면 그 넓은 무대마져도 어쩌면 좁게 느껴지리만큼 생동감있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특히 전쟁을 표현하는 부분에 사용되는 우리의 전통 악기는 혹시나 자는 사람이 있으면 깨울 요량인지 쩌렁쩌렁한 소리로 귓전을 때리는 것이 흥이 저절로 난다. 이번 뮤지컬의 작곡을 맡은 '이시우'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드라마 '대장금'의 작곡으로도 이미 유명하다. 그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우리의 소리를 잘 표현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음악들이 가득하다. 특히 '호동'의 독창 부분은 듣는 관객들이 자기도 모르게 손뼉을 부딪히게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만화를 원작으로 하기에 미리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스토리 이해에 있어서 약간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간에 생략된 이야기들은 스크린에 자막으로 설명하고, 전체적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혜압(고미경 분)의 나레이션이 극중 내내 등장하기 때문에 그다지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렇게 좋은 창작 뮤지컬을 1주일이라는 제한된 기간 밖에 공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것이 국내 창작 뮤지컬의 한계일 수도 있다. 비싼 대관료와 관객들의 무관심으로 사실상 수입과 연결시키기에는 턱없이 힘든 것이 국내 창작 뮤지컬의 현실인 것을 생각하면 못내 아쉬움에 가슴 한켠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