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터키 문명전 : 이스탄불의 황제들을 만나다


 해마다 이즈음이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오는 세계 각국의 유물들이 있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약1년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는 세계 문명전 시리즈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찾아오는 유물들은 멀리 아시아의 서쪽 끝에서 날아온 터키의 유물들입니다.


 터키는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과 함께 3/4위 결정전을 함께 했을 당시에 형제의 나라로 소개되기도 했었는데요.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에 많은 파병을 해주기도 했었답니다. 이번 전시는 터키 수교 55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는 터키의 유물들이 한국에 소개되는 최초의 전시이기도 합니다.


 현재에도 지리적인 위치로 인해 그리스-이집트-터키는 보통 여행자들이 묶어서 함께 가는 곳이기도 하는데, 주변국인 그리스와 이집트가 고대부터 문명이 발달했었던 것처럼 이 곳 터키에도 고대부터 발달한 문명이 존재했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터키문명전으로 잠시 나들이를 떠나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박물관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합니다. 박물관 입구를 지나 전시관으로 가는 길에는 터키 아저씨께서 케밥과 터키 아이스크림을 판매하시면서 즐겁게 소리치고 계시는군요.


 케밥과 터키 아이스크림을 당장 먹고 싶지만 일단 유혹을 뿌리치고 열심히 기획 전시실로 향합니다.


터키 문명전 보러 가는 길



 세계 문명전은 보통 방학을 즈음해서 열리기 때문에, 항상 많은 학생 관람객들을 동반하곤 합니다. 제가 찾은 날은 아직 방학이 아니고, 주말이지만 오전 일찍 찾았더니 아직 관람객이 많지 않아 다행히었습니다.



 매표소를 지나 본격적으로 전시 관람을 시작합니다. 이번 전시는 총 4가지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테마는 고대에 이 지역에 형성되었던 '아나톨리아 문명'과 '히타이트 제국'의 유물들을 소개하는 '고대 문명의 중심'입니다. 특히 히타이트 제국은 인류 최초의 철의 제국으로 알려져 있는 문명국인데요. 이번에 찾아온 유물들을 통해서 히타이트 시대의 유물을 국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테마는 '서양문명의 원류'입니다. 과거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의 원정으로 전해졌던 그리스-로마 문명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가 터키이기 때문에, 그리스 문명전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양식의 유물들도 함께 볼 수 있답니다.



'선한 목자'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 : 기독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목자로, 신도들을 양으로 표현하곤 하는데, 이를 표현한 동로마 시대의 부조.



 전시의 세 번째 테마는 '찬란한 기독교 문명의 수도'입니다. 현재는 이슬람 국가인 터키이지만, 터키의 중요한 도시 중의 하나인 '이스탄불'은 과거 동로마 제국 시절 '콘스탄티노플'로 불리우며 기독교 국가의 중심이었던 곳이었습니다. 앞선 두 개의 테마와 마찬가지로 유물의 양이 많지는 않지만, 이슬람 국가에 남아있는 기독교 시대의 문명은 어떠한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보석장식 투구 (톱카프궁 박물관) : 오스만 제국의 술탄들이 의례에서 사용하는 투구.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많은 유물들을 볼 수 있으며, 현재의 터키 문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마지막 네 번째 테마는 '이슬람 문명의 수도'입니다.


 이스탄불은 과거 동로마제국 시절의 '콘스탄티노플'이라는 이름에서 오스만 제국에 점령된 이후에 '이스탄불'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오랜동안 오스만 제국의 수도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문화가 현재까지도 거의 이어져오고 있기 때문에, 현재 터키의 문화와 가장 잘 어울리는 유물들이 전시된 테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스만 왕실 가계도 (톱카프궁 박물관) : 오스만 1세부터 술탄 셀림 3세까지의 왕들을 그려넣은 왕실 가계도. 나뭇 가지로 연결된 순서대로 통치되었다.



 오스만 제국의 왕은 '술탄'이라고 불리었습니다. 술탄은 강력한 군사력 및 정치력으로 당시 유럽까지 뻗어나간 광대한 영토를 다스렸었는데요. 그 막강한 권력에 맞먹는 아름다운 유물들도 모두 술탄에게 집중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술탄의 보물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화려한 보석들로 장식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다른 문명의 유물들에서 보이는 세밀하거나 일부만 장식되어 있는 보석이 아니라, 큼직큼직한 원석에 가까운,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보석이 박힌 각종 무기와 장식품, 그릇 등이 전시실을 돌아보는 내내 눈을 사로잡습니다.



보석장식 커피잔 받침 (톱카프궁 박물관) : 터키식 커피잔을 꽂는 커피잔 받침. 금으로 만든 기본틀에 은제 꽃 모양과 다이아몬드로 장식.



 술탄들이 사용했을 화려한 장식품들을 보고 있노라니, 천일야화 같은 이야기에 나오는 왕들의 모습이 떠오르게 됩니다. 왕에게 충성하기 위해 저절로 바쳐졌을 수많은 보물들. 그리고 다시 왕은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는데 대한 보답으로 다시 나눠주었을 그 보물들이 눈 앞에 전시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치 옛날 이야기를 그냥 눈 앞에서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터번 장식 (톱카프궁 박물관) : 금, 다이아몬드, 진주, 루비, 에메랄드로 장식된 터번 장식. 이슬람 왕들은 왕관을 따로 착용하지 않았기에 화려한 장식을 터번에 꽂아서 사용하였음.



 화려한 술탄의 보물들을 보다보니 어느 새 터키 문명전을 모두 관람하게 됩니다. 유물 하나하나씩 천천히 관람하다보니 모두 보는데 약 1시간 반 이상이 소요되는군요. 유물들을 보느라 오랫동안 서있었다는 것도 깜빡 잊고 있다가, 관람을 마치고 나니까 잠시 쉬고 싶어집니다.


 쉬기 위해 전시관을 빠져나가는데, 아주 재미있는 체험 코스가 있었습니다. 터키 전통 복장을 입고 터키의 건축물 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는데요. 어린 아이들이 저마다 고른 터키 전통 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부러워졌습니다.


 그래서 대담하게도 터키 전통 복장을 갖춰입고 저도 사진찍기에 도전을 했습니다만, 결과는 마치 케밥 파는 아저씨 포스를 풍기고 말았네요.

 가족들끼리 전시를 마치고 나와서 즐거운 추억으로 남기기에 좋은 체험인 것 같습니다. 가족끼리 전통 복장을 차려입고 사진만 잘 찍으면 마치 실제로 터키에 여행 온 것 같은 기분도 낼 수 있으니까요.




 술탄의 보물들로 가득한 '터키 문명전 : 이스탄불의 황제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9월 2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국내에 최초로 찾아온 터키의 유물들인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다시 국내에서 터키 유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찾아올 지 모르니, 다가오는 방학을 맞이해서 가족들끼리 뜻 깊은 시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이귀덕



터키 문명전 : 이스탄불의 황제들 안내

<관람시간>

 - 매주 월요일 휴관

 - 화, 목, 금 : 09:00 ~ 18:00

 - 수, 토 : 09:00 ~ 21:00

 - 공휴일, 일요일 : 09:00 ~ 19:00


<입장료>

 - 성인 : 12,000원

 - 중,고등학생 : 10,000원

 - 초등학생 : 8,000원

 - 유아 : 5,000원

 - 65세 이상 : 6,000원

 - 48개월 미만, 국가보훈대상자,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1-3급) 본인 및 동반 1인, 박물관회 기부회원 회원증 소지자 무료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