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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마야인의 신을 위한 영혼의 경기, 공놀이



마야 문명 속으로...


 기원 전 1500년 경부터 기원 후 1500년 무렵까지 약 3천년 동안 중앙 아메리카 지역에서 번성했던 마야 문명은 잉카 문명과 함께 아메리카 대륙의 고대 문명으로 익숙한 이름이지요.


 그 중에서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마야 문명입니다. 2012년 12월 21일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을 마야의 고대 달력이 증명하고 있다고 하여 화제가 되고 있죠. (경우에 따라서 세부적인 날짜는 다르기도 하지만 대체로 마야 달력을 내세운 종말론에서 2012년 12월을 다루고 있습니다.)


 과연 2012년 12월에 지구는 멸망할 것인가? 대부분의 종말론이 지금까지 주장되어 왔지만 모두가 빗나갔듯이 이번에도 당연히 빗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마야인들은 무엇을 근거로 그런 주장들을 해왔을까요?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마야인들이 남겨놓은 유물과 유적들을 통해 마야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을 나는 신이 그려진 접시 (국립중앙박물관 마야문명전 : 2012.09.04 - 2012.10.28)




 마야인들이 생각하는 지구는 사각형의 모양이었습니다. 사각형의 땅의 한 가운데에는 세계의 중심이 있고, 그 중심에 우뚝 솟은 '세이바 나무'가 신들이 사는 하늘을 떠 받치고 있다고 생각하였지요.


 이제는 과학 문명의 발달로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지구는 둥그런 구의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마야인들이 남겨놓은 지식 중에는 현대인들이 알고 있는 만큼 훌륭한 지식들도 물론 있겠지만, 이처럼 당시에 얻을 수 있었던 단편적인 정보들로 이루어진 지식들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당시의 지식 수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마야 달력이 예측하는 지구 종말이라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의 모습이 새겨진 그릇 (국립중앙박물관 마야문명전 : 2012.09.04 - 2012.10.28)



하늘에서 신이 내려오는 모습을 새긴 그릇 (국립중앙박물관 마야문명전 : 2012.09.04 - 2012.10.28)



마야인의 신을 위한 영혼의 경기, 공놀이



 마야인의 풍습 중에서 지금의 가치 기준으로 보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신 공양'입니다.

 인신 공양은 말 그대로 사람을 희생시켜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말합니다. 말 자체만 들어도 끔찍하기 짝이 없지요. 하지만, 그 먼 옛날 마야인의 가치에서는 반드시 필요로했던 의식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마야인의 창조 신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그들의 창조 신화에 따르면 먼 옛날 세상에 존재하는 네 명의 신이 인간을 만들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 중 세 명의 신이 각각 흙과 나무와 황금으로 인간을 만들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죠. 그러다가 마지막 네 번째 신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서 인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신이 자신을 희생해서 만든 것이 인간이기에, 인간은 당연히 신에게 자신을 희생해서 공양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을 한 것이죠.



인신 공양을 위해 사용되었던 착몰상 (국립중앙박물관 마야문명전 : 2012.09.04 - 2012.10.28)



 마야인들은 주기적으로 의례 행사를 가졌는데, 그 행사가 바로 공놀이였다고 합니다.

 공놀이를 할 때, 공은 태양을 나타내고, 이는 곳 신을 의미하기 때문에 경기 도중 공을 땅에 떨어뜨리면 안 되었다고 합니다. 요새로 치면 배구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유물에 남겨진 모습을 보면 마치 축구를 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가끔 동네에서 친목을 목적으로 축구를 하다보면 필요 이상으로 과열되어 열심히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되는데요. 이럴 때면 구경하는 사람들이 '축구에 목숨을 거는구먼'이라며 농담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정말 당시의 마야인들에게는 공놀이가 목숨을 걸고 하는 경기였습니다. 이유는 바로 경기가 종료된 후 패배한 쪽을 인신 공양의 제물로 희생시키기 때문이지요. 경기 한 번 잘못 했다가는 목숨이 날아가게 생겼으니 정말 말 그대로 공놀이에 목숨을 건 마야인들이었네요.




공놀이를 하는 모습이 새겨진 조각 (국립중앙박물관 마야문명전 : 2012.09.04 - 2012.10.28)



 이처럼 공놀이를 통해서 패배자를 선정해서 제물로 바치는 것 외에도 이웃과의 전쟁을 통해서 노예나 포로를 잡아다가 제물로 희생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백번 생각해도 지금의 기준에서는 끔찍한 일이지만, 당시 마야인들에게는 일년의 농사나 나라의 안녕, 또는 전염병을 없애기 위한 제례의 수단으로 불가피하게 사용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공놀이 선수 모습의 조각과 공놀이 패배자를 제물로 바칠 때 사용된 칼 (국립중앙박물관 마야문명전 : 2012.09.04 - 2012.10.28)




 신비한 문명 '마야 문명'에 대해 궁금하다면 현재 국립 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마야 2012' 전시회를 보러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마야인들이 남겨놓은 유물을 통해 그들의 삶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이번 주말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떠나 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이귀덕



<마야 2012 전시회>

관람료 : 무료

전시 기간 : ~ 2012.10.28.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 시간 : 09:00 ~ 18:00 (수, 토요일은 21:00까지 연장)

전시 해설 : 10시, 11시, 오후 2시, 3시 (총 4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