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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재미있는 돋보기 : 천흥사종과 범종의 구조와 명칭


고려시대 대표 범종 : 천흥사명 청동 범종 (국보 280호)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은 총 3층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1층에 있는 역사관들을 위주로 보고, 기껏해야 2층에 올라와서 관람을 하다 보면, 금새 지쳐서 3층은 관람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보개 됩니다.

 물론 하루 일정으로 거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설 전시관을 모두 돌아본다는 것은 무리인 일정이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는 방문객들의 대다수는 1층과 2층을 관람하고 마는 것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사실 1, 2층뿐만 아니라 3층에도 소중하고 멋진 문화재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는데, 미쳐 보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지요.

 3층에 있는 전시실 중에서 금속 공예실에 들어서면, 입구에 커다란 종이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배워왔던 일명 '에밀레종' 외에는 범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왜 이런 종이 한 공간을 크게 차지하고 있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요. 이래뵈도 우리 나라의 국보 제280호로 지정된 귀중한 문화재랍니다.

 바로 '천흥사명 청동 범종', 줄여서 '천흥사 종'이라고 불리우는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범종이 바로 오늘 소개할 유물이랍니다.



 여의주를 물고 멋지게 포효하는 듯한 모습의 용이 멋지게 장식된 종 머리가 특히나 인상적인데요.

 이 천흥사 종은 본래 천안 성거산에 있는 천흥사에 있던 종입니다. 만들어진 것은 고려시대로 종의 한 면에 위패 모양의 글귀로 제작 연대를 밝히고 있는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천흥사종의 제작연대를 밝히고 있는 위패 모양의 글귀



 우리 나라의 범종은 크게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세 시기로 구별해서 보면, 종의 구성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게 되는데요. 바로 '천흥사 종'은 고려 시대 범종의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은은하고 아름다운 울림 : 한국의 범종

 아시아의 범종은 서양의 종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노틀담 드 파리' 같은 외국 작품을 보면 등장하는 서양 종과는 확연히 모양 면에서 다르다는 거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소리가 다른 것을 두 말하면 잔소리이지요.

 그런데, 아시아의 범종 중에서도 한국의 범종은 일본이나 중국과는 또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종은 한국의 범종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위압감이 있고, 딱딱하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에, 한국의 범종은 조금은 포근한 느낌을 안겨 주는데요.

 바로, 한국의 범종은 몸통 선이 부드럽게 내려오다 끝에서 안쪽으로 살짝 오므리는 듯한 형태를 띄고 있어, 부드러운 곡선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몇 가지 한국 범종의 구조와 명칭에 대해서 살펴 보도록 하죠.

 먼저,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범종에 나타나는 몸체 무늬인 '비천상'입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천녀'의 모습을 표현한 비천상은 마치 종소리가 인간 세상의 소리가 아닌 천상의 소리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줍니다.

 이러한 비천상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면서 '비천상' 대신에 '보살상'으로 대체되는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비천상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종의 앞과 뒷면에 배치된 연꽃 모양의 무늬인데요. 이것은 '당좌'라고 불리우며, 종을 치는 막대기인 '당목'으로 종을 치는 자리를 표시한 것입니다.

 연꽃을 치면 종소리가 울려퍼진다는 생각, 참 재미있지 않나요? 그런데, 사실 종의 울음 소리와 관련해서는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답니다. 이것은 아래에서 다시 설명해 드리도록 할게요. ^^

연꽃 무늬의 당좌



 다음은 종의 윗면 네 귀퉁이에 조각된 돌기 무늬입니다. 이 것은 '연뢰'라고 불리는 연꽃 봉우리 장식입니다. 범종이 사찰에서 사용되는 도구이다보니, 종 곳곳에 장식되어 있는 무늬 중에서 아무래도 부처님과 관련이 있는 '연꽃' 무늬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답니다.

 연뢰는 한 면에 9개씩 장식되어 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 연뢰들을 감싸고 있는 사각형 모양의 구역을 '연곽'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연뢰는 대부분이 돌출형태로 되어 있는데, 우리가 '에밀레종'이라고 부르는 '성덕대왕신종'은 이 연뢰가 돌출형태가 아닌 평면 형태로 조각되어 있답니다. 나중에 경주국립박물관에 방문할 일이 있으면, 꼭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연뢰와 연곽



고래가 무서워서 우는 용, 포뢰

 앞서 범종의 소리와 관련해서 전해지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이 것은 바로 종 윗부분에 장식된 '용'과 관련 있는 이야기랍니다. 종의 꼭대기에 장식된 이러한 무늬를 '용뉴'라고 부르는데요. 이 용뉴는 바로 종을 걸어 놓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장식입니다. 장식이지만 사실은 실용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바로 이 용이 범종의 소리와 관련되어 있다는 재미있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중국의 전승에 따르면 용에게는 아홉 마리의 자식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모두가 성격과 특성이 달랐는데요. 그 중에서도 울기를 잘하고 소리가 우렁찬 자식이 바로 '포뢰'라는 용이라고 합니다.

 종 꼭대기에 용뉴에 장식된 용이 바로 '포뢰'인데요. 문제는 이 포뢰가 바다에 사는 '고래'를 가장 무서워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래가 나타나거나 고래 소리만 들려도 무서워서 큰 소리로 울었다고 하네요.
 천하 제일의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지던 용이 무서움을 느끼고 펑펑 울었다니 참 재미있지 않나요? ^^

 여하튼 그래서 범종의 꼭대기에 장식된 '포뢰'를 울리기 위해서 범종을 치는 당목은 처음에 고래 모양으로 만든 나무나, 고래뼈로 만든 것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고래를 무서워하는 용도 웃기고, 그 용을 이용해서 종소리를 내겠다는 우리 옛 조상들의 발상도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고래를 무서워한 용 '포뢰'



 용뉴의 뒷편에는 길다란 나무 막대기 모양의 관이 있는데요. 이 것은 '음통'이라고 부르는 부분입니다. 이 것은 종소리를 더 좋게 내기 위한 장치가 아닌가하는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만, 사실 아직까지 정확한 용도가 밝혀지진 않고 있습니다.

 주로 통일신라시대 종에 빈번히 등장하다가 조선시대의 범종에서는 아얘 사라져버린 부분인데요.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발견되지 않으 한국 범종만의 독특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그 용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음통'



천흥사 종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오늘 범종의 명칭과 함께 소개해 드린 '천흥사 종'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에 위치한 금속공예실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범종의 세세한 구조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유물이니 찬찬히 살펴보시면서 범종의 명칭을 되새겨 보시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단! 너무 가까이는 가지 말아 주세요. ^^  사람이 가까이 접근하면 경고 방송이 나온답니다. 어쩌면 용뉴에 매달린 포뢰가 이제는 고래가 아닌 관람객을 무서워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 ^,^



* 전시 유물은 예고 없이 변동될 수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명예기자 이귀덕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박물관은 살아 있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참고자료 : 이광표, 『손 안의 박물관』, pp.149-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