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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책과 영화

직장생활을 위한 군주론 (1) 언제든 나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를 만들어 두어라


 현명한 군주라면 언제든지 또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든지 시민들이 정부와 군주의 도움이 필요하도록 방안을 강구해두어야만 합니다. 그렇게 하면 시민들은 언제나 군주에게 충성을 바칠 것입니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권혁 옮김, 『군주론』, p.99. --



 르네상스 시절, 피렌체의 외교관이자 정치이론가였던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원제 : Il Principe)』을 저술하면서, 강력한 군주가 통치하는 군주정치를 제안하였다. 오늘날의 민주정치 체제하에서 군주정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도 있지만, 현재의 세태에 맞춰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군주론'은 훌륭한 처세술 교과서로 사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사람 사이의 관계라고 한다. 일이 아무리 적성에 맞고 쉬운 업무만 주어져도, 직장 동료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회사 생활이 괴로워지게 된다. 직장인들이 사표를 던지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인간 관계에 의한 퇴직'이 큰 원인으로 차지하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인간 관계를 개선하는 법', '직장 생활에 성공하는 법'이라는 주제를 가진 책들이 꾸준히 팔리고 있고, 또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책들을 여러 권 읽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그 내용이 그 내용!'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가끔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책이 등장하여 눈길을 끌고는 하지만, 내용을 파헤쳐 보면 결국에는 동일한 내용으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고전 속에 답이 있다'고 했던가... 요즘의 처세술 서적들을 보면, 결국에는 예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의 현대적인 변형임을 알게 된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생각해 볼 때 '군주론'은 아주 훌륭한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냉엄한 군주로서 성공하기 위한 방편이 적혀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변형시켜서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위한 지침으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키아벨리는 '시민'을 권력의 기반으로 하는 '시민 군주국'을 다스리는 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시민들이 언제든지 군주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만들어라"라고 제시하고 있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시민 군주국'이라는 것은 시민의 호의로 군주가 되어 통치하는 나라인데, 이 경우 통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관료들을 이용하여 통치를 하게 되면, 군주의 입지가 약해지는 틈을 타서 관료들의 반란으로 권력을 잃을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마치 우리의 근현대사 속에서 군사 쿠데타를 연상케하는 대목인데, 마키아벨리는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위급 상황이 닥치게 되더라도 시민들이 결국엔 군주를 찾을 수 밖에 없게끔, 다시 말해서 군주의 도움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들어 두라고 조언을 하고 있다.

 이를 오늘날의 직장 생활에 비유해서 생각해 보면, "회사로부터, 또는 다른 직장동료들로부터 항상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일을 만들어 두라"는 얘기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직장도 엄연히 경쟁의 장이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 있거나 위급한 일이 있을 때, 그 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사'가 필요하게 된다. 이 때의 '해결사'로 등장하게 되는 것 보다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에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라"라는 말로도 바꿔서 표현할 수 있는데,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회사에서 꼭 필요한 지식이나 업무 기술을 습득해 두었다가 필요한 경우에 요긴하게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업무 처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인맥 관리를 하는 것도 염두에 둘 수 있다. 이 경우 나를 통해서 업무 처리를 하는 것과 다른 방법으로 업무 처리를 하는 것에 큰 차이가 생긴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면, 자신의 입지가 더 강화될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자신의 도움을 필요하도록 만들어두면, 직장 동료들이 찾아와서 도움을 구하고, 이에 대한 도움을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도 있게 된다. 굳이 인간 관계를 위한 별다른 노력이 없어도 최소한 기본 이상의 인간 관계 유지는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명심해 두자. 직장 생활을 하면서 회사나 직장 동료들로부터 언제든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제든지 그들이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


군주론(바티칸의 금서)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니콜로 마키아벨리 (돋을새김,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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