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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가족들과 함께한 모란미술관, 주필거미박물관 탐방기

6월 마지막 주 토요일, 가족들과 떠나는 박물관 탐방

 "박물관 탐방단,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탐방단 선생님의 외침을 듣고, 멀리서 한 두 가족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낯선 선생님들과 만나는 것이 쑥스러운지 아니면 잠이 덜 깨었는지 쭈뼛거리며 걸어오는 아이도 있고, 해맑게 웃으며 엄마보다 먼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아이들도 있다. 모두가 오늘의 박물관 탐방을 위해 모인 가족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사)한국박물관협회,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박물관협의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박물관 탐방단은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3월부터 매월 넷째 토요일인 '박물관 가는 날'에 각 지역에 있는 박물관 및 미술관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번에 경기도 지역 탐방단이 찾아갈 곳은 남양주에 있는 '모란미술관'과 '주필거미박물관', 모두 11가족, 30여명이 박물관 탐방을 함께하게 되었다.

 "엄마하고 언니, 화장실에서 아직 안 왔어요."

 6살짜리 꼬마숙녀가 또렷한 발음으로 출석을 부르는 선생님을 향해 외치고 있다. 혼자 차에 남아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꼬마숙녀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웃음이 나오면서, 오늘의 탐방이 즐거워질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모든 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하자 차는 남양주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수려한 경관의 야외 전시장, 모란 미술관

수려한 자연 경관에 둘러싸인 모란 미술관의 야외전시장


 버스가 팔당댐을 지나갈 무렵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한다. 날이 좋아서인지 나들이를 가는 차량들이 몰려들면서 정체가 되는 듯하다. 한참을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나서 일정보다 조금 늦게 모란 미술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 차를 타서인지 아이들에게서 지친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모란 미술관의 넓은 야외 전시장을 지나 도예체험교실에 도착하자 아이들의 얼굴이 금세 밝아진다.

직접 만든 컵에 자기만의 무늬를 새기고 있는 모습


 도예가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흙 주무르기 놀이를 하는 동안, 한 명씩 도예 물레체험을 시작한다. 물렁해진 도자기 점토를 처음 만지는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표정을 지으며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얘기한다.

 밥그릇, 컵, 냉면 그릇, …. 똑같은 재료로 만드는데, 만들고 싶은 것은 참으로 다양하다. 물레로 형태를 갖춘 그릇들에 저마다 자기가 꾸미고 싶은 무늬를 새겨 넣는다.


미술은 마음으로 보는 말

 물레 체험을 마치고 야외 전시장에서 점심 식사를 한 뒤, 모란미술관에서 기획 전시중인 '놀이와 장엄 세 번째 - 진실불허'를 이원호 학예사선생님의 설명과 함께 관람을 시작한다. 선생님의 말씀을 조금이라도 잘 들으려고 아이들이 모두 선생님 앞에 다가가 일렬로 자리를 잡고 앉는다.

전시 설명을 듣기 위해 모여든 박물관 탐방단


 "미술은 마음으로 보는 말이에요"

 작가가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 표현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알아듣기라도 하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도 있고,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딴청 피우는 아이들도 있다. 미술 작품을 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재미있는 일이다.

 커다란 회색 판 위에 하얀 선으로 희미하게 윤곽을 그린 작품을 보며, 무엇이 떠오르는지 묻자, 한 아이가 '풍경'이 떠오른다고 대답한다. 작품 제목을 그림을 보고 맞춰 버린 것이다. 예술가의 마음과 아이들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산골짜기 숨어 있는 거미의 나라

 모란 미술관을 나와서 버스는 '주필거미박물관'을 향했다. 거미 연구가인 김주필 박사님이 직접 세운 이 곳은 도심 속이나 큰 도로변 주변에 위치한 다른 박물관과 달리 산중턱쯤에 위치해있다. 가는 중간 중간마다 전신주에 붙어 있는 작은 이정표를 보며 한참을 올라가다보면, 웬만한 절이 있을만한 곳에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대형버스로 어렵사리 찾아간 박물관 입구에서 배가 나오신 할아버지 한 분이 탐방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바로 이곳 박물관 관장님이신 김주필 박사님이시다. 탐방객들을 이끌고 거미관련 자료를 보기에 앞서 각종 광물 및 화석 등을 보여주시면서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시고는 본격적으로 거미에 관해 설명을 해주실 학예사 선생님에게 탐방객들을 안내해주신다.

 

주필 거미박물관에 전시된 거미 표본들



거미도 거미줄에 걸릴 수 있다!

 본격적으로 거미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 학예사 선생님은 거미가 벗어놓은 허물, 거미 표본등을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시면서 친절하고, 흥미있게 설명을 해주신다.

 

거미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계시는 학예사 선생님


 "여기 거미 엉덩이 부분에 작은 구멍 보이죠. 이것이 바로 실이 나오는 '실젖'이에요"

 거미의 실젖에 손을 대었다가 천천히 떼자 거미줄이 손에 묻어 나오고, 아이들이 탄성을 지른다. 거미가 만드는 거미줄은 끈끈한 줄과 끈끈하지 않은 줄,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흔히 거미줄 칠 때 그물 모양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은 끈끈하지 않은 줄로 거미가 이동할 때 사용하고, 그 사이에 투명하게 쳐놓는 끈끈한 줄로 먹이를 사냥한다고 한다. 거미가 만약 끈끈한 줄을 밟으면 자신도 거미줄에 잡힌다는 이야기를 하자 아이들은 신나게 웃고, 그런 모습을 보는 부모님들도 즐거워하신다.


바퀴벌레의 천적인 '농발거미'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농발거미'는 바퀴벌레의 천적으로 집안에 농발거미가 있으면, 바퀴벌레가 없어진다고 한다. 징그럽게만 여겼던 거미가 이로운 동물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설명이 끝나갈 무렵 애완용으로 키우는 타란튤라(대형 거미의 일종) 중에서 가장 온순하다고 알려진 '레드로즈' 한 마리를 직접 손에 올려주자 아이들은 무서워하기도 하고, 신기한 듯 계속 만지기도 한다. 그렇게 학예사 선생님과 함께한 거미박물관 체험은 거미에 대한 관심이 한껏 고조된 아이들의 아쉬움과 함께 끝났다.

 기념사진 촬영을 마친 탐방객들이 박물관을 나서자, 김주필 관장님이 직접 입구까지 나와서 탐방객들을 배웅해주신다. 관장님의 배웅을 뒤로 한 채 탐방객들도 모두 버스에 오른다. 이제 탐방을 모두 마칠 시간이다.


탐방을 마치고

 박물관 탐방단은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하여 추진 중인 '박물관 100번 가기 운동'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로 지정된 '박물관 가는 날'에 맞춰서 쉽게 찾아가기 힘든 사립 박물관 및 미술관을 찾아가고 있으며, 매월 선착순으로 참여 가족을 선발하여 진행하고 있다.

 박물관 탐방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체험의 기회를, 부모님들에게는 아이들과 색다르게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좀 더 적극적인 홍보와 선정방식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선착순이 아닌 추첨 방식으로,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가족을 1순위로 선발한다면 더 많은 가족들에게 참여의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놀토'를 맞아서 아이들과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된다면, 매월 진행하는 박물관 탐방단에 지원해보자. 탐방 약 1주일 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서 접수 가능하며, 참가비는 별도의 체험비를 제외하고는 무료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시락을 싸서 탐방단과 함께한다면, 주말을 맞아 가족 나들이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박물관 탐방단 모집과 관련하여 일부 잘못된 내용이 있어서 정정합니다.

 기사 본문에 '매월 선착순으로 참여 가족을 선발하여 진행하고 있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 담당자분께서 확인해주신 결과 6월 탐방부터는 추첨식으로 선별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더 많은 가족들에게 참여 기회를 드리기 위해 동일 지역 박물관 탐방은 1회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더 많은 가족분들에게 '박물관 탐방단' 참여의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운영중이라고 하니, 아직까지 지원하지 않으셨던 가족들이라면 늦었다는 생각에 망설이지 마시고 지원하시어 탐방단과 함께하는 기회를 잡으시길 바랍니다.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