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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박물관에서 한국화를 그려봅시다



오늘은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체험 교육 중의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매번 다채로운 전시로 관람객을 맞을 뿐만 아니라, 전시와 연계된 다양한 교육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신가요?



어린이들을 위해 준비한 체험학습부터, 중고등학생을 위한 문화재 교육 및 대학생, 일반인을 위한 교양 강좌까지 박물관에서 누릴 수 있는 교육의 기회는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특히 가족 단위로 신청해서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교육도 많으니 박물관에서 주말을 함께 보내는 특별한 체험을 해 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체험 학습에는 도자기 만들기, 장식품 만들기 등 매번 다양한 프로그램을 박물관에서 준비하고 있답니다.


일단 오늘 소개해 드리는 체험 학습은 한국화 그리기 체험 학습입니다.



제가 체험을 하러 갔을 때에는 한국화 중에서도 초충도를 그리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답니다.


초충도는 말 그대로 풀과 벌레를 그린 그림인데요. 신사임당이 그린 여러 종류의 초충도들이 그 중에서도 특히 유명하지요.



한국화 그리기 체험을 할 때에는, 따라 그릴 수 있도록 우리 조상들의 작품들이 몇 가지 도안으로 제시되어 있답니다.


그래서 저도 따라 그리기 위해 신사임당의 초충도 도안 하나를 골랐답니다.



위의 사진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준비 도구입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전통 붓도 보이고, 먹물을 담기 위한 그릇 등이 보이네요.


사실 그리는 재료는 100% 전통화 그리는 방식의 재료들은 아니랍니다. 먹물을 이용해서 먹선을 그린다던지 하는 것은 전통 방법대로 할 수 있지만, 색을 넣거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무래도 요새 방식을 사용하는 게 훨씬 편리하니까요.


하지만 그림 그리는 방식이 100% 전통화 그리기 방법이 아니라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아주 조금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집중하다 보니 그런 생각 쯤은 금새 사라져 버리더군요.


대신에 도안을 고르고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우리 조상의 작품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제가 체험을 했던 날 준비되었던 여러 가지 종류의 도안들입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도안들은 모두 신사임당의 초충도 도안들인데, 사실 이 중에서 알아볼만한 그림은 두 세점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문화적 식견이 짧은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디서 본 듯하더라도 막상 이게 누구 작품인지, 또는 이런 작품이 있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 것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니겠죠? ^^



그래서 바로 이런 체험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그리기 체험하기 전까지는 잘 몰랐던 작품들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 수 있었으니까요. 제가 따라 그렸던 그림의 도안도 처음 보는 그림이었답니다. 하지만 체험학습을 마친 지금은 제가 가장 잘 아는 초충도가 되어 버렸네요.


이런 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어린 나이에 한국화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양의 미술 작품들도 멋지지만, 그와 또다른 멋을 내는 우리 한국화의 멋에 대해서 아무런 편견 없이, 그리고 접해지는 만큼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받아 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어릴 때부터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주리라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도안을 따라 그릴 때, 바로 옆에서 보면서 준비된 화선지 캔버스에 그려보는 것도 좋지만...


저처럼 그림 실력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 은하로 보내버린 사람들도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었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처럼 준비된 종이에 검게 연필로 색을 칠해서 먹지로 사용하면 편리하게 밑그림을 준비할 수 있었답니다.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된 아주 작은 배려겠지만, 저에게는 큰 배려로 다가왔습니다. 지금도 그림 실력이 없는 제가 만일 어린 시절에 체험을 했다면 밑 그림 그리다 쉽게 포기하고 교육에 질려 버렸을 겁니다.



제가 따라 그릴 그림으로 고른 것은 바로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초충도입니다.


개구리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사실 저는 처음 본 초충도라 더 관심이 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사실적으로 말씀 드리면, 도안들 중에서 가장 그리기 쉬워보였거든요. ^^



앞선 사진에서 준비한 먹지를 이용해서 위의 사진처럼 화선지 캔버스에 옅게 선을 표시했습니다.


밑그림은 먹선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바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거나 상관 없이 짙게 그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한국화 그리기 체험 답게 준비되어 있는 먹물을 이용해서 흐린 밑그림을 짙게 바꿔주므로 굳이 짙게 그릴 필요가 없더라구요.



자, 위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먹지를 이용해서 밑그림을 그렸더니 순식간에 뚝딱 밑그림이 완성되었지요.


제가 체험을 할 때 다른 테이블을 보았더니, 꽤 그림에 소질 있으신 분들은 그냥 먹지 없이 옆에다 두고 따라 그리기만 하는데도 매우 훌륭하게 잘 그리시더라구요.


그분들의 그림 솜씨가 부럽기도 했지만, 일단 전 저의 작품에 만족하기로 합니다. ^^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작업이 위의 그림에서처럼 흐리게 표현되었던 밑그림을 따라서 먹으로 짙게 외곽선을 표현해주는 작업이었습니다.


아까는 흐리게 보이던 그림이 먹을 이용해서 진하게 표현하니까 훨씬 보기 좋아졌네요.



마지막으로 물감을 이용해서 그림에 색을 입히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그림은 못 그려도 어릴 때 색칠공부는 정말 좋아했답니다. 물론 전 우람하게 생긴 남자입니다. ^^;;



어린 시절 색칠 공부 실력을 발휘해서 최대한 비슷하게 색을 따라 칠해 놓고 나니 잘 그리진 않았어도 딱히 못 봐줄만하진 않더군요.


나름 짙은 색이나 명암 표현할 때는 먹물을 아주 약하게 섞어서 표현하는 센스까지 발휘했는데... 그림에서는 딱히 표현이 안 되어 조금 아쉽습니다.



다 그린 그림을 체험학습을 주도하신 선생님께 가져가면 이렇게 박물관 관인을 딱 찍어 주십니다.


마치 어린 시절 숙제하고 검사 받는 기분이랄까요. 뭔가 오묘한 기분이었지만 왠지 멋들어지게 찍힌 낙관을 보니 무언가 대단한 작품 하나 만들어 놓은 느낌이 듭니다.


제 개인 낙관도 생기면 추가로 찍어서 더 멋지게 만들어 놓고 싶네요.



낙관까지 찍고 나서 다시 제 자리로 와서 도안과 비교해 봤습니다. 제 눈에는 상당히 흡족하게 그려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체험학습을 마치고 나니 왠지 내가 조선시대 도화서(궁중 관련 그림을 그리는 기관)에서 그림 그리는 화원이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조상의 그림을 하나씩 배우고 따라 그리는 과정을 통해 몰랐던 작품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도 좋았고, 그저 그림을 하나 따라 그린 것 뿐이지만 왠지 한국 문화를 알리는 알리미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불쑥 솟아나더군요.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나중에 아이와 함께 체험 학습을 하러 오리라 되새기며 다짐을 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체험 교육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go.kr) 상단 메뉴에서 '교육 마당'을 클릭하시면 다양한 교육 소식과 참여의 기회를 얻으실 수 있답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진행되는 체험 학습은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소식을 통해 교육 일정과 신청 일정을 확인해 두고, 멋진 체험학습의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이귀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