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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책과 영화

엽기적인 정신과 의사와의 만남 : 공중그네

 간만에 유쾌한 소설을 읽었다. 일본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 그네"
 
 '이라부'라는 정신 이상한(?) 정신과 의사와 담배를 피우며 주사를 놓는 간호사 '마유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어딘가 어리석게 느껴지고, 떼쓰는 아이처럼 보이는 '이라부'의 모습을 생각하다가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보았다.
 
 어렸을 적 재미있게 읽었던 "슬램덩크"라는 만화 속의 농구 감독이 서커스 단원들이 입는 표범 무늬 쫄쫄이 복장을 입고 공중에 매달린 그네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반쯤 풀린 눈으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며 아무렇지도 않게 쳐다보고만 있는 핫팬츠 차림의 간호사.
 
 상상만해도 웃음이 피식피식 나왔지만, 놀랍게도 소설 속에서 그 둘의 모습은 실제로 그러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 둘만큼 이상한 사람들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희안하게도 그 두 사람보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환자들의 증상을 별다른 노력 없이(?) 치료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보고 있자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처음에는 정신과 의사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치료 받아야 되는 건 이라부가 아닐까하고 의심이 갔다. 하지만 점차 소설을 읽으면서 깨달은 사실은 오히려 그 독특하고 천진난만한 성격 때문에 환자가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신과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와의 상담이라고 들었는데 이라부 같은 의사라면 어떤 말이든 망설임없이 꺼낼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에는 총 5명의 환자가 등장한다.
 
 선단 공포증을 가진 야쿠자, 과다 방어본능의 서커스 단원, 파괴 충동을 가진 의사, YIPS에 걸린 야
구선수, 강박증에 사로 잡힌 소설가가 등장하는데, 하나 같이 다양한 직업에 다양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 마치 우리 중에 누군가라도 이런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라도 하듯 말이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소설가는 마치 오쿠다 히데오 자신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다작 소설가에다가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갔다.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 에피소드에는 혹시 이라부를 치료하는 또 다른 의사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은근슬쩍 기대해 보았다. 만약 그런 에피소드가 등장했다면 좀 더 색다른 재미가 있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