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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책과 영화

Secret - 말할 수 없는 비밀

말할 수 없는 비밀
감독 주걸륜 (2007 / 대만)
출연 주걸륜, 계륜미, 황추생, 증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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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기억될 학창 시절의 사랑

 여기 짧은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여주인공이 있다. 샤오위는 몸이 약해서 학교에 자주 나오지 못한다. 학교에 있는 동안에도 전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오로지 피아노 치는 일만 좋아하는 여고생 샤오위. 


 그런 그녀에게 이상하게 끌리는 남학생이 있다. 주위에 아무도 말을 붙이지 않는 샤오위에게 유일하게 말을 거는 남자는 다름 아닌 전학생 주걸륜. 피아노에 타고난 소질을 가지고 있어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런 그를 좋아하는 또 다른 여학생 칭요. 주걸륜이 전학온 첫 날부터 손수 안내를 맡으며 호의를 보이지만, 정작 주걸륜은 시큰둥하다.

 어느새 친밀한 사이가 된 주걸륜과 샤오위는 매일 연습실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조금씩 사랑을 키워간다.

시공을 초월한 사랑

 사랑은 국경도 나이도 초월한다고 한다. 세월을 뛰어 넘는 사랑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사랑이 쉽지 않기에, 아무나 할 수 없기에 일반인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 밖에는 없다.

 샤오위는 연습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Secret'이라는 악보를 발견하고 연주를 하다 의도치 않게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정확히 20년 뒤의 같은 장소. 이 악보를 느리게 연주하면 미래로 가고, 빠르게 연주하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규칙. 시간 여행을 할 때 제일 처음 보게 되는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는 것. 샤오위가 처음 시간 여행을 하게 되서 만나게 되는 사람이 바로 주걸륜이다. 그리고 은밀한 만남을 통해 그를 점점 사랑하게 되지만,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이라는 사실에 많이 힘들어 한다.

 한편 아무런 사실도 모른 채 샤오위를 좋아하게 된 주걸륜은 몸이 아픈 그녀가 학교에 자주 나오지 않아 자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 짧은 시간 마저도 칭요와의 만남과 엇갈리면서 본의 아니게 샤오위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사실 처음 만나는 소재는 아니다. 가장 비슷한 소재로는 우리 나라 영화 '동감'과 '시월애'가 있었고, 헐리웃 영화 중에서도 '프리퀀시'나 '나비효과' 같은 영화가 비슷한 소재를 다루었다. 다만 이 영화의 다른 점이라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심 소재로 '피아노'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는 것이 '피아노'이다 보니, 영화 내내 다양한 피아노 선율이 귓가에 들린다. 어떨 때는 신나는 음악으로 분위기를 돋구어주다가, 애절한 음악으로 마음을 짠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전학 온 주걸륜이 피아노 연주로 이름 난 선배와 '연주 배틀'을 벌이는 장면이라던지, 주걸륜과 샤오위가 함께 연주하는 장면은 가장 인상깊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중국 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협 영화나 성룡의 액션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멜로 영화는 웬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되었나보다. 그러나 장이모우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을 보고서 중국 멜로 영화도 나름 괜찮다는 생각을 처음 가졌었는데,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고나서 다시 한 번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음악이라는 요소를 강하게 사용하였다는 것이 내 입맛에 맞았던 모양이다.

 풋풋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이 있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학창 시절의 풋풋한 사랑을 기억하게 해준 괜찮은 멜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기억에 남는 장면


쇼팽과 조르주 상드, 그들은 10여년간 함께 사랑하며 지냈고, 그 기간 동안 쇼팽은 무수히 많은 명곡을 남겼다.

주걸륜과 함께 그들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샤오위가 말한다.

"쇼팽이 가장 사랑했던 여자야. 그들은 10년간 함께 지냈지."

"결국엔 헤어졌잖아."

"하지만 10년도 충분히 긴 시간이야."

짧은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아는 샤오위의 마음이 담겨 있다.



학원 멜로물에 자주 등장하는 자전거. 그 둘이 처음 사랑을 만들어갈 때에도 자전거가 한 몫을 단단히 한다. 개인적으로 영화에 자전거가 나오는 장면을 참 좋아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에서의 자전거 장면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서일까.



노을지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사랑을 나누는 어린 연인들. 샤오위가 천식이라 남자와의 스킨십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직후라 너무나도 조심스러운 입맞춤이었을 것이다. 달콤한 첫키스의 기억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장면에서 마음이 훈훈해졌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