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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책과 영화

사랑의 전차 교실을 다시 읽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 책이 우리 나라에 소개된 것이 2000년인데, 어떻게 10년이 넘었는지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10년 전에 일본어가 아닌 한글로 된 책을 읽었다.

 '창가의 토토'를 재미있게 읽고 팬이 되어 이후에 나온 '토토 시리즈'를 줄기차게 사서 읽은 독자들 중에서도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사실 '창가의 토토'는 1994년에 우리 나라에 '사랑의 전차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누군가가 학급 문고에 갔다 놓은 이 책을 빌려서 읽게 되었고, 그 것이 토토와의 첫 만남이었다.

 천방지축 '토토'와 '전차'로 만든 학교에서의 이야기가 꿈만 같은 이야기인데다 너무 재미있어서 여러 번 읽게 되었고, 덕분에 다른 아이들에게는 한동안 학급 문고에 이 책이 꽂혀 있는 것을 볼 기회가 없었다.

 사실 '창가의 토토'가 처음 나왔을 때만해도 이 책이 어렸을 때 그렇게 좋아라하며 읽던 책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서점에서 새로 나온 책들을 훑어 보다가 어디선가 본 듯한 이름에 무심코 책을 펼치게 되었고, 몇 페이지를 넘겨보지도 않은 채로 내가 너무나도 좋아했던 이야기가 실려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에 꼭 사야지'하는 마음을 먹고서도 어느 덧 5년이 다시 흘러 얼마전에야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소중하게 여기던 지갑을 화장실에 빠뜨려서 하루 종일 분뇨를 퍼나르는 토토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어렸을 적에 내 모습이 생각나서 늘 웃음이 나곤 한다. 어렸을 때 사용하던 화장실이 흔히들 말하는 '푸세식' 변기라 늘 냄새를 참으며 볼일을 보곤 했다. 하지만 더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볼일을 마치고 나면 그 안을 들여다 보던 모습은 토토의 모습과 흡사했다. 다행히 나는 지갑 따위를 빠뜨린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토토네 학교의 점심시간 이야기도 너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을 꼭 챙겨서 싸와야 하는 토토네 학교. 이야기를 읽고 나서 한동안 점심 도시락으로 꼭 어묵볶음과 계란 부침을 싸가던 생각이 난다. 그 때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들도 부러우면 꼭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렸던 성격이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에 다시 읽어도 한 번에 기억이 날 만큼 재미있게 읽었던 토토의 이야기. 그러나 어른이 지나서 읽은 느낌은 어렸을 적에 읽었던 느낌과는 달랐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임에는 전혀 변함이 없었지만, 어렸을 때에는 토토라는 인물에 나 자신을 투영시켜서 그저 재미있게만 책을 읽었다면, 이제 어른이 되어서 읽을 때에는 '토토의 엄마' 입장에서 이 책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대안 교육'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끔 만들었다.

 공교육이 위기라는 현실의 모습에서 훗날의 자식들의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획일적이고 진학 위주의 교육만 강조하는 교육자들과 자신들의 의견을 올바른 방법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폭력적이고 반항적으로 표출하는 요즘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자식들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암담하기까지 했다.

 이럴 때 '사랑의 전차 교실'같은 학교가 생겨난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수 없이 하게 된다. 학생의 입장에서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주는 선생님들과 그런 환경에서 자유롭되 예의 있고 바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학교라는 곳이 조금은 더 즐거운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수 없이도 하지만,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