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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삶과 죽음의 이야기 - 조선 묘지명 특별전시


 국립중앙박물관은 3월 1일(화)부터 4월 17일(일)까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삶과 죽음의 이야기, 조선 묘지명"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조선시대 무덤에서 출토된 묘지명을 통해서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사회상을 조명하고자 마련된 이번 특별 전시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묘지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영나 관장님



 '묘지명'이라는 것은 죽은 이의 이름, 생몰년, 집안 내력 및 개인 업적 등에 관한 정보가 담겨져 있는 중요한 유물로서 때때로는 정사에 기록되지 않은 내용들도 묘지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덤의 주인공과 관련된 내용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사람들이 주로 글을 남긴 것이기에, 서책보다도 중요한 1차 사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 역사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묘지명은 고구려 무덤인 '안악3호분'에 나타난 '동수'의 묘지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삼국시대부터 묘지명이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삼국시대의 유명한 묘지명 중에서는 '무령왕릉'의 묘지명을 들 수 있는데요. 한반도에서 보기 힘들었던 양식의 특이한 벽돌로 만든 무덤의 주인공이 '무령왕'이라는 사실은 바로 묘지명을 통해서 알아낸 사실입니다.


무령왕과 왕비의 묘지명



 고려시대의 묘지명의 재질은 주로 석재인데 반해서 조선시대에는 석재 뿐만 아니라 분청사기, 백자 등 다양한 재질의 도자기로도 만들어졌으며, 형태도 정방형에서 벗어나서 원형, 벼루형, 서책형, 그릇형 등 다양한 모양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석재로 만든 고려시대 묘지명 : '허재의 석관'


도자기 재질의 조선시대 묘지명 : '정철의 묘지명'


다양한 모양의 조선시대 묘지명



 이번 전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100여 점과 다른 기관 및 개인이 소장하는 50여 점의 묘지명이 전시됩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묘지명 중에는 영창대군, 사도세자, 한명회, 서거정, 정철 등 유명한 인물의 묘지명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역사 전면에 이름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당시 사회를 고스란히 살아간 다양한 계층의 일반인들의 묘지명도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총 2부로 나뉘어져 전시되어 있습니다. 1부는 삼국~고려, 조선 전기, 조선 후기의 시대 순으로 전시하여 묘지명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조명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한 실제로 묘지명이 무덤에 부장된 모습도 재현하여 관람객들의 이해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묘지명이 부장된 모습


회곽묘에는 회곽 위에 한 글자씩 쓴 묘지석을 마치 타자 치듯이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2부는 묘지명에 나타난 사연 및 수요 계층 등을 주제로 하여 꾸며져 있습니다. 수요 계층에 따른 특성을 관람객들이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왕과 왕실, 명문가, 일반 계층의 묘지명을 비교 전시하였습니다. 또한 영창대군이나 사도세자의 묘지명과 같이 역사적인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과 사연이 있는 묘지명을 모아서 "묘지명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코너로 꾸며져 있습니다.


영조가 친히 쓴 '사도세자의 묘지명'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영창대군'의 묘지명



 특히 이번 전시에 공개된 '영창대군의 묘지명'은 일반에 최초로 공개되는 것으로, 어린 나이에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영창대군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왕실의 정치적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또한 자식을 죽음에 이르게 한 영조가 직접 쓴 '사도세자의 묘지명'은 사도세자의 잘못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글 : 사도세자 묘지명)


한글이 새겨진 묘지명


김광수의 묘지명은 스스로 생전에 지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한글이 새겨진 묘비명도 만나보실 수 있으며, 살아 생전에 자신이 직접 쓴 '김광수의 묘지명'도 볼 수 있습니다.

 김광수의 묘지명의 한 구절에는 "하찮은 생몰년 따윈 다 부질 없는 것, 이름을 말 안해도 응당 난줄 알겠지"라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 직접 지은 것이라 사망일은 당연히 알 수 없었을 터, 어쩌면 조상님들이 생전에 묘자리를 미리 정해두면 장수를 누린다고 했던 풍습처럼, 자신의 묘지명을 스스로 지은 김광수에게도 그런 뜻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고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한 자신의 이름을 적지 않아도 묘지명만 보아도 자신인 줄 알리라고 적은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적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살아 생전 무덤 주인에 대한 여러가지 흥미 있는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조선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생활사와 문화사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4월 1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에 위치한 특별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