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가무와 함께한 한민족의 역사 : 우리 악기, 우리 음악 특별전



우리 민족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민족적 특징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역사서마다 조금씩 다른 부분은 있지만, 대체로 공통적으로 자주 꼽는 것이 바로 흰 옷을 좋아하는 것과 노래와 춤추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노래와 춤을 즐겼던 전통은 비단 역사적인 기록물 외에도 고구려의 무덤 벽화나 백제금동대향로 같은 전통 유물 속에 그려진 옛 조상들의 모습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상들의 가무를 즐기는 성향은 현대의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바쁜 업무를 마치고 회식을 하게 되면, 거나한 술 기운과 함께 노래방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요.
학교에서도 수학여행이나 축제에서 노래와 춤 솜씨를 뽐내는 친구들도 항상 볼 수 있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조상들은 어떤 방식으로 춤과 노래를 즐겼을까요?


국립국악원 개원 60주년 특별전 : 우리 악기 우리 음악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국립국악원 60주년 기념을 맞아 특별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악기와 음악의 발전 과정을 정리한 이번 전시는 5월 10일부터 6월 2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시음악에서부터 조금씩 우리의 악기 체계가 갖춰지고, 음악이 정형화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전통적인 국악기들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답니다.


소리에서 음악으로

전시의 첫 부분은 국악의 기초가 확립되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선사 시대의 신을 위한 의식의 수단으로 춤추고 노래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동방울같은 원시적인 형태의 악기로 출발하여, 국가가 형성된 이후에는 다양하고 정형화된 악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원시 악기의 일종인 청동방울





삼국 시대 현악기의 일부





무용총에 그려진 검은 뿔나발을 부는 신선





고구려 장천1호분에 그려진 거문고를 연주하는 악사들





백제금동대향로에 새겨진 악사의 모습




이 시기에는 대체로 불교의례를 거행하기 위한 악기들이 중국 등을 통해서 들어오거나 자체적으로 고안한 악기들이 조금씩 틀을 잡아가기 시작합니다.

삼국시대까지의 악기들의 모습은 고구려의 무용총이나 장천1호분 등의 고분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백제의 유물인 금동대향로의 상단부에는 5명의 악사들이 각기 다른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당시 연주되던 악기들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추 가능하다고 합니다.

 

국악의 성립과 발전

초기의 우리 악기들이 불교등의 종교 제례에 주로 사용되어졌던 것과 달리, 유교 국가를 지향했던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모든 악기와 음악들도 유교적인 국가제례를 위한 것으로 바뀌어 가기 시작합니다.

특히 세종대왕은 박연을 통해서 음악을 정리하도록 하여, 오늘날 국악의 기틀을 잡아 놓는 큰 업적을 이뤄놓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나라에 맞는 음 높이 제정을 위해 편종과 편경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우리 전통의 악기들을 만들게 됩니다.



세종 때 창안한 전통 악보 '정간보'





세종대왕은 세계 음악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음의 길이를 표기할 수 있는 전통 악보인 '정간보'를 창안하게 되는데요. 음의 길이를 나타낸 악보로는 동양 최초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악기의 연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일종의 '총보(score)'로서 이는 당시 서양에서도 아직 사용하지 않았던 방법이라고 하네요. 후손으로서 정말 뿌듯할 뿐입니다.


민간에서의 국악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궁중에서 주로 행해지던 음악이 민간으로 퍼져나가게 되어 민중들의 삶 속에서 꽃을 피게 됩니다.
선비들은 고풍스러운 기품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음악을 이용하였는데, 주로 가야금과 거문고를 이용하였다고 합니다.


흥선대원군이 사용했다는 가야금



반면, 일반 평민 계층에서는 삼현육각이라고 하여, 피리와 해금, 좌고, 대금, 장구를 이용한 음악과 판소리가 유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제주도 전통 악기인 물허벅





장구 대신 바가지를 이용한 '물장구'


뿐만 아니라 각 지방 특색에 따라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진 향토 악기들이 다양하게 전해져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일례로 제주도에서 물이 귀해 물을 구하러 다닐 때 사용하던 '물허벅'이라는 항아리는 부녀자들을 통해서 노래 반주에 장단을 맞추기 위한 악기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도 전통악기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한국을 넘어서 세계로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시끄러운 전자 음악이나 팝 발라드 같은 음악들이 유행을 하고 있는데요. 우리의 국악도 충분히 매력있고 유행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서양 음악에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은 우리의 음악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만, 최근에는 우리의 국악을 널리 알리기 위한 움직임들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젊은 국악기 연주자들이 최신 유행 음악을 국악으로 편곡하여 들려주는 방법도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제는 우리의 국악이 한국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유행하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우리의 국악의 발전과정을 볼 수 있는 특별전 '우리 악기, 우리 음악'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6월 26일까지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