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푹 쉴 수 있는 주말이 찾아왔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문득 수원의 광교산이 떠올랐다.
예전 어렸을 적에 가족끼리 다같이 놀러가서 보리밥을 먹고 왔던 곳.
그 때 먹었던 보리밥이 가끔씩 기억나곤 했었다.
토요일 아침. 날도 맑고 해서 어디론가 놀러 가고 싶어졌다.
집에서 버스를 두 번 타고 나니 어느 새 광교산에 도착했다.
길게 이어진 산책 코스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 새 광교산 등산 코스 입구에 다다랐다.
상광교 마을에 있는 버스 종점 쪽에 마련된 등산 코스는 시작 지점 부근에 청보리밭을 꾸며 놓았다.
어렸을 적에는 '강아지풀'을 보리랑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을 했다. 건빵 봉지에 그려진 보리의 모양만 보고 실제로는 본 적이 없기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아지풀을 보고 '보리' 친구라고 우겨댔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보리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복술복술한 털을 가지고 있는 보리가 참으로 예뻐 보였다.
보리밭을 실컷 구경하고, 산책 코스를 마저 천천히 걷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근처에 도처한 보리밥집 중 한 곳에 들어가서 보리밥을 시켜먹었다.
어렸을 적에 먹었던 그 보리밥에 비할 수 없었지만 맛이 꽤 좋았다.
아주머니에게 밥 한 공기 더 달라고해서 쓱싹쓱싹 비벼 먹고 나니 포만감이 밀려와 그대로 밥집에서 낮잠을 자버릴 뻔 했다.
보리밥과 비빔 재료들. 1인분에 5천원 치고 꽤 괜찮았다.
포만감에 가득 찬 몸을 이끌고 근처 광교 저수지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광교산 산책을 마무리 지었다.
예쁜 꽃들도 많이 보고 시원한 바람도 쐬고, 난생 처음 보리밭도 구경하고 맛있는 보리밥도 먹었더니 단지 몇 시간을 보낸 것 뿐인데도 훌륭하게 주말을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끔 보리밥이 생각날 때면 찾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