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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재미있는 돋보기 : 불화 속 숨은 왕건찾기


불화 속 숨은 그림 찾기!

 오늘 재미있는 돋보기 시간에 소개드릴 유물은 고려시대 불교 유물입니다.

 이 작품은 나무판에 흑칠을 하고, 양면에 '아미타 구존도' 및 '담무갈보살, 지장보살 현신도'를 금선으로 그려 넣은 유물인데요. 현재 전시되어 보이는 면은 바로 '담무갈보살, 지장보살 현신도' 부분입니다.


 작은 목판 위에 금선으로 세밀하게 표현해 놓은 것을 보면, 어떻게 그 당시에 저리 작고도 섬세한 그림을 그려 넣을 수 있었을까 하는 경외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 있는 모습은 바로, 고려태조 왕건이 '담무갈보살'을 친견하고 그 자리에 절을 세웠다는 설화 속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림 속에 태조 왕건이 그려져 있어야 설화의 내용과 연결이 될텐데요. 얼핏보면 왕건이 어디에 그려져 있는지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눈썰미가 좋으신 분이라면 한 번에 찾으셨을테지만 말입니다. ^^

 그럼 저와 함께 찾아볼까요? ^O^

 우선 크게 표현된 두 분의 부처님 외에는 다른 인물은 그려져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왼쪽 아래에 스님의 형상이 보이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스님의 옆에는 어떤 사람이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그렇다면, 이 사람이 태조 왕건일까요? 정답은 No! ^^



 조금만 더 찾아볼게요. 다시 그림의 오른쪽 아래를 보니 또 다른 사람이 부처님을 향해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태조왕건일까요? 정답은 역시 No!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정답이 아님을 알 수 있는지 궁금하시죠? ^^
 사실은 이 그림 속에서 중앙에 크게 배치되어 있는 부처님은 '담무갈보살'이 아니라 '지장보살'이랍니다.
 불화나 불상을 처음 볼 때에는 사실 어떤 분이 어떤 부처인지 구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 몰랐다고 하셔도 전~혀~ 상심하실 일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이 그림에 표현된 설화 속에서 태조 왕건은 '담무갈보살'을 친견했다고 앞서 말씀드린 바가 있지요? 그럼 조금 더 찾기가 쉬워진답니다.

 바로 그림에서 오른쪽 위에 크게 그려진 분이 '담무갈보살'이랍니다.
 따라서 이 부처님에 절을 하고 있는 사람을 찾으면 조금 더 쉽게 찾을 수 있겠지요?

 아래 그림에서 왼쪽 중간쯤에 붉은 선 안 쪽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이 보이시죠?
 담무갈보살을 향해서 절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작은 사람이 바로 오늘 숨은 그림 찾기의 주인공 '태조 왕건'이랍니다.
 이렇게 찾고 보니, 바로 오른쪽에 친절하게도 한자로 '太祖(태조)'라고 적혀 있네요.


 어떠신가요? 한 편의 불화 속에서도 이렇게 숨은 그림 찾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
 그냥 유물을 쓱 한 번 훑어보고 지나가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것도 이렇게 가만히 들여다보면 더 재미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


'담무갈보살'이란?

 종교에는 여러 가지 종파가 있답니다. 기독교를 예로 들더라도 '침례교', '감리교', '장로교' 등의 종파가 있듯이 불교에도 여러 가지 종파가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화엄종'이라는 종파에서 주요 경전으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화엄경'입니다.

 이 화엄경에 따르면 12,000 부처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부처이며, 항상 금강산에서 머물며 중생들에게 설법하시는 부처가 바로 '담무갈보살'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법기보살'이라고도 한답니다.

 그렇다면, 담무갈보살이 그려진 이 그림의 배경은 자연적으로 '금강산'이 되겠지요? ^^

 바로 이 그림은 금강산을 담은 그림으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기도 하답니다.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은?


 현재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1층의 고려실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가족끼리 함께 찾아왔다면, 어린 아이들에게 누가 더 빨리 찾는지 시합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


* 전시 유물은 예고 없이 변동될 수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명예기자 이귀덕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박물관은 살아 있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