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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여행

부산 여행기 (1) 자갈치시장 생선구이 백반



2010년 1월 28일 목요일 저녁 10시.
평소 같으면 인터넷을 조금 끄적이다, 다음 날 출근 생각에 최대한 일찍 자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을텐데...
평소와 달리 오히려 챙겨 입을 옷을 준비하고, 카메라 충전 상태 확인하고 정신이 없었다.

바로 무박2일 기차 여행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
일주일 전부터 계획하고, 금요일 연차 휴가까지 내면서 단단히 준비해 둔 부산 당일 치기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였다.

수원역에서의 기차 시간은 11시 반.
수원역까지는 전철로 두 정거장 걸리는 곳이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는 있지만, 왠지 모르게 급한 마음이 드는 것은 여행이라는 것에 대한 설레임 때문이었으리라.

이번 여행의 테마는 바로 '부산의 먹거리'.
예전부터 인터넷에서 "부산에 가면 이것은 꼭 먹어라"하는 글들을 많이 봐왔는데...
도대체 부산에 가면 맛있는 것이 얼마나 있기에 그런지 정말 궁금했다.

태어나서 처음 가보게 되서 부산이라는 곳에 대한 설레임도 있었지만,
하루만에 자가용도 없이 돌아보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하에 짧고 굵게!
부산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면 이번 여행은 미션 성공!!




일 끝나기 전까지만 해도 여행을 간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었는데,
퇴근길에 예약한 승차권을 뽑아서 손에 들고 나니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시작되었다.

집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조금 여유있게 나간다고 했는데도, 결국엔 기차 타기 3~4분 전에야 플랫폼에 도착했다.
하마터면... 에휴~ 간만에 떠나는 여행 출발부터 삐걱거릴 뻔했다. ~ >.<

어쨌든 간만에 타는 밤기차에 몸을 싣고 부산으로 Go~ Go!!
기차에서 푹 자둬야 부산에서 하루 종일 잘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가는 동안에는 기차에서 숙면을 취했다.
일어나 보니 어느 새 종착역인 부산에 도착!!




부산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버스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노선도 잘 모르는 데다가 너무 이른 시간이라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지하철 역시 운행하지 않는 시간.

첫 번째 목적지인 자갈치 시장까지 무작정 걸어서 가기로 했다.

초행길에 제대로된 지도조차 없는 상황에서 도로 상에 써 있는 이정표를 간간히 쳐다보면서 방향을 잡아서 걸었다.
조금 무모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그렇게 조금 걷다보니 어느 샌가 짠 냄새가 다가와서 코를 자극한다.
설마 바다가 벌써 나타날까... 생각하는 순간!

오~ 바로 눈 앞에서 바다의 야경이 펼쳐졌다.
바닷가 쪽으로 길을 잡고 걸어가면 자갈치 시장 쪽으로 가기 쉬울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걷기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순조로운 것인지 벌써부터 바다를 만났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곳이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 부근이라고 한다.
한참 빌딩들이 높게 나오는 거리를 걷다가 조금 옆 길로 샜더니 바로 이런 항구가 나오다니...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고, 생각보다 야경이 예뻐서 감탄사가 나왔다.

멋진 야경을 찍어보고자 여러 컷을 시도했지만
삼각대 없이 '손각대'를 이용해서 찍는 야경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나름 만족스럽다고 판단한 사진을 얻고서야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차를 타고 오는 내내 잠만 잤지만서도 먹은 게 없었던지라 속이 비어 있었다.
그 상태로 자갈치 시장까지 걷겠다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으니...
목적지를 모르고 걷는 길은 같은 길을 걷더라도 에너지 소모가 더 많은 법.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자갈치시장에 들어섰더니, 역시나 이른 시간인지라 이제 막 자리를 정돈하는 상인들로 분주했고,
우리의 첫 번째 미션 음식인 '자갈치시장 생선구이 백반' 집들도 아직 문을 안 연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문을 연 집들도 이제 막 문 열고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 밥을 먹으러 들어가도 되는지 망설여지기까지 하던 찰나...

그나마 조금 문을 일찍 열었는지 안에 불도 켜놓고 준비가 조금 된 듯한 집이 있어서 그 쪽으로 향했다.
다행히 주인 아저씨가 반갑게 맞아주시고, 신발을 벗고 안쪽 자리로 향했는데...

헉! 이 곳이 KBS <1박2일> 촬영한 집이라고 한다.
이 곳에서 이승기, 김C, 은지원이 생선구이를 먹은 곳이라고 하는데...
더 신기한 것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텔레비전도 잘 보이고 편한 자리로 앉았는데,
그 자리가 1박2일 멤버들이 앉은 명당자리라고 주인 아저씨가 말씀해 주신다.

아니나 다를까 벽에 사진이 붙어 있는데, 딱 그자리에서 방송하고 있는 모습을 캡춰한 사진이었다.
ㅋ 내가 앉은 자리는 이승기가 앉았던 자리.






일단 부산에서 먹는 첫 번째 음식으로 '생선구이 백반'을 시켰다.

생선은 먹고 싶은 생선으로 골라서 말해도 되는데,
가자미하고 빨간 생선(=적어=긴따로)을 시켰더니 갈치 토막도 같이 가져다 주셨다.

알맞게 손질되어 바삭하게 구워진 생선구이와 정갈한 반찬들, 그리고 따끈한 선지국에 말아먹는 밥까지...

으~아~!!@_@
이 맛을 느끼기 위해서 새벽부터 그렇게도 부산 거리를 걸었나보다~

정말 생선가시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발라 먹었을 정도로 기가막힌 맛이었다.
특히 빨간 생선은 구이로 해 먹으니 먹을 것도 많고 맛도 좋았다.

어린 시절, 울산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 빨간 생선을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거의 20년 만에 다시 맛보게 된 것 같다. 어린 시절에도 이 맛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번에 먹은 구이는 최고였다.

자갈치시장에서 새벽부터 일하시는 분들이 아침 허기를 달래러 오셔서 이렇게 한 상을 차려 먹으면 정말 든든하게 먹고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정신 없이 뱃 속을 채우고 나니 따뜻한 방 기운에 몸이 노곤노곤해진다.
잠시 몸을 녹이고, 다음 행선지를 점검했다.

다음 목적지는 용두산 공원에서 일출보기!

자갈치 시장에서 걸어서 지척에 있기 때문에, 역시 걸어서 이동하기로 하고, 슬슬 몸을 일으켰다.
추운데서 몸을 녹이기 위해 자판기 커피를 하나씩 뽑아들고 나서니, 아직도 상인들이 분주히 가게를 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갈치 시장 구경은 날이 좀 밝아지고 난 뒤에 하기로 하고, 일출을 보기 위해 용두산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