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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공연 이야기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당신이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가톨릭 재단의 무료 병원, 크리스마스 이브 특집으로 방영되는 모금방송에 출연 예정이던 '최병호'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새로 부임한 '베드로 신부'는 모금을 위해 이미 예고편이 나와버린 최병호씨를 찾아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몰리게 된다. 한편 같은 병실을 썼던 '정숙자'와 '이길례', 그리고 몇일 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봉사자 '김정연', 거기에다 담당의였던 '닥터 리'까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베드로 신부는 최병호를 찾기 위한 탐문 수사를 시작한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 동안에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가난해서 병조차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는 사람들과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아 마음이 다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무료 병원을 배경으로 그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객에게 웃음과 눈물을 전해준다.

 자신이 어려운 와중에도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하는 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신에게 거짓말을 눈감아 달라는 부탁을 할 수 있는 날이고, 그런 의미에서 신은 그들의 거짓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하루 동안 잠을 자야만 하는 날이 되고 만다.


세상에서 버림 받은 그들

 어린 나이에 시집와 전쟁 중에 얻은 부상으로 성격이 난폭해진 남편을 부양해야 하는 이길례, 매일 편지를 보내면서 어린 소년 우체부와 마음이 맞지만, 그에게는 아직 남편이 있고 동네 사람들의 수근거림도 견디기가 힘들다. 그 와중에 남편이 자살해버리고, 그 이후로 힘든 날을 겪다가 결국엔 치매에 걸려 무료병원으로 보내진다.

 쇼걸로 일하던 정숙자는 출입하던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같이 사랑의 도피를 하지만, 결국 그 남자는 자신의 부인에게 돌아가게 되면서 정숙자는 차갑게 버림받게 된다. 일도 할 수 없고,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던 숙자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무료 병원을 찾게 된다.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최병호도 사회로부터 비난받고 버림받았으며, 봉사자인 최정연에게도 말 못할 사정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아픔을 치료하려는 그들

 위에서 소개한 사람들에게 아픔이 있다면, 닥터 리는 그들의 아픔을 치료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신체의 아픔이 있는 사람에게는 정성껏 치료를 하고, 마음의 아픔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들의 사연을 들어주며 고통을 덜어준다.

 베드로 신부의 경우도 얼핏 보면 '기부금'을 위해서 최병호씨를 이용하는 나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알고보면 고민이 있다. 바로 병원에 있는 모든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것. 무료 병원이라는 점 때문에 기부금 외에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모든 환자들에게 치료를 해주기 위해서 그도 고민 끝에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한 것 뿐이다.

 이처럼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지만, 실제로는 무겁다기 보다는 밝고 유쾌한 분위기가 무대를 감싸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 와중에 넌지시 던져주는 슬픈 이야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더욱 애잔하게 만든다.


소극장 공연의 진수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소극장 공연의 진수'라고 표현하고 싶다. 작품이 공연되고 있는 예술극장 '나무와 물'은 굉장히 작은 소극장이다. 심지어 좌석에 앉으면 정말 옆사람과 찰싹 달라붙지 않고서야 도저히 자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작은 극장이다.

예술극장 '나무와 물'



 그러나 굉장히 신기한 사실은 그렇게 협소한 자리에서 약 2시간동안 공연을 보고 나서도 아무도 자리에 대한 불평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만큼 작품의 몰입도가 강하며, 그 작은 무대를 200% 활용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관객과의 양방향 대화를 추구한다. 작품 홈페이지나 매표소에서 신청을 해서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에게 편지를 신청하면, 작품 도중에 이벤트처럼 편지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극의 흐름이 끊긴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이벤트도 극의 한 부분이며, 그 사이 배우들은 의상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작품에 대한 몰입을 전혀 방해하지 않는다.

 또한 중간 중간 회상신에서 배우들이 다른 역할을 맡아서 나오는 것을 보는 재미도 놓칠 수가 없다. 특히 '베드로'와 '닥터 리'의 변신은 눈여겨 볼만하다.

 뮤지컬답게 작품에 등장하는 음악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무대 뒤편에서 바이올린과 기타, 키보드로 연주하는 음악은 대형 뮤지컬의 오케스트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무대에 잘 어울리며 귀에 쏙쏙 잘 들어온다. 특히나 인상 깊은 곡은 '소녀'의 회상신에 나오는 곡, 이중창으로 시작했다가 삼중창으로 마무리되는 곡 속에서 등장 인물들의 마음이 오버랩되어 나타나는 것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