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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외규장각 의궤가 돌아왔다!!

 


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


 


 조선 말기 국력이 약하던 시절, 서양 세력에게는 제국주의 팽창의 기회가 되었던 그 시절에 백성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화재들도 아픔을 당했던 역사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유물임에도 무력 앞에 강제로 빼앗기기도 했고, 때로는 유물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람에 헐값에 팔아버리거나 혼란을 틈을 타서 한 몫 잡으려던 사람들에 의해 값비싼 물건이 해외로 고스란히 반출되어 버렸지요.


 


 2010년 G20 정상 회의에서 프랑스와의 회담 이후에 좋은 소식 하나가 우리 문화계에 날아 들었습니다. 외세에 빼앗긴 우리의 문화재 중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른 '외규장각 의궤'가 드디어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기로 논의가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1866년 10월 프랑스의 강화도 침략에 의해 약탈당한 뒤 145년이 흐른 뒤에야 다시 한국 땅을 밟게 된 외규장각 의궤가 드디어 일반인에 공개되었습니다.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 외규장각 앞을 행진하는 프랑스 병사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7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두 달 간 의궤 귀환 특별 전시회를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외규장각 의궤의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이번 전시에는 외규장각 의궤 71점을 포함한 관련 유물 총 165점이 전시되어 의궤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구성하였습니다.


 


 또한 국내에 존재하고 있던 분상용 의궤들도 함께 전시하여, 어람용 의궤와 분상용 의궤의 차이를 비교해주며, 이번 외규장각 의궤의 상당 수인 '어람용 의궤'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주는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분상용 의궤(좌)와 어람용 의궤(우)는 표지부터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한제국 시절에는 황제가 보는 어람용(좌)과 황태자가 보는 예람용(중) 그리고 분상용(우)으로 나뉘어서 제작되었습니다.


 




의궤(儀軌)란 무엇인가?

: '의식의 궤범'이라는 말로 어떤 의식을 진행함에 있어서 교과서처럼 모범이 되는 책을 말합니다. 왕실에서 특별한 의식이나 행사를 치르게 되었을 때, 준비하는 과정부터 실제 진행까지의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동시에 남겨, 향후 동일한 의식을 진행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제작이 되었습니다.

: 의궤에는 행사를 진행하는데 참여한 인원의 규모와 복장 및 대열 뿐만 아니라 사용한 기구의 모양 및 크기와 수 등을 세세하게 적어서 의례나 행사에 대한 결산 보고서의 역할도 겸하였습니다.

: 의궤는 동일 내용으로 여러 본을 제작하여 각종 사고나 관청에 나누어서 보관하기 위한 '분상용' 의궤가 있고 임금이 직접 열람하는 목적의 '어람용' 의궤가 있습니다. 어람용 의궤가 다른 분상용 의궤보다 그림의 정밀함이라던지 글의 세부내용까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제책 방식도 더욱 고급스럽습니다. 이번 외규장각 의궤의 상당수가 어람용 의궤인 점과 그 중 일부는 유일본이라는 점 때문에 국내 학자들의 관심이 더욱 모아지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의 행사 비디오


 


 결혼식에 참석해 보면 늘 빠지지 않는 행사가 바로 결혼식 직후에 이어지는 사진 촬영입니다. 결혼식 전 과정을 기념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결혼식 비디오도 이제는 낯선 이야기가 아니지요. 결혼식 뿐만 아니라 회갑연이나 돌잔치에서도 행사 비디오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비디오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추억에 젖어보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렇다면 옛날 전자기기가 없었던 시절에는 어떠했을까요. 바로 '의궤'가 그런 역할을 도맡아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행사의 전 과정에 대한 세세한 글과 그림들이 행사 과정을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보여주어 후세의 연구자들이 그 의궤에 적힌 내용만 보고도 의식을 똑같이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으니 조선시대판 행사 비디오나 다름 없었던 것이지요.




헌종효현왕후가례도감의궤 : 의례에 사용한 물품에 대한 상세 설명이 그림과 함께 남겨져 있습니다.


 


 문득 의궤를 보고 있으면 당시 사람들은 의궤를 어떤 식으로 활용했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대비마마의 회갑연을 맞이해서 준비를 맡은 대신이 풍정도감의궤를 보면서 필요한 물품의 수를 헤아리고 있었을 수도 있고, 문득 몇 년 전 죽은 중전이 보고 싶어진 임금이 그 옛날 자신과 중전의 가례도감의궤를 보면서 잠시 애상에 잠겼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왕실 최대 행사 국장과 의궤


 


 전통 의례 중에서도 조상들이 중요시 여긴 것 중 하나가 바로 장례 의식입니다. 궁궐에서의 장례 의식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는데요. 특히 임금이 돌아가시면 치러지는 국장은 가장 슬픈 의식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행사일 수 밖에 없습니다. 돌아가신 선왕에 대한 애도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새로운 왕이 집권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왕권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국장기간인 것이지요. 그래서 더욱 신경을 많이 쓸 수 밖에 없는 행사이기에 더 철저하게 기록하였을 것입니다.




현륭원원소도감의궤 : 조선시대 장례에도 고구려 사신벽화처럼 사수도가 사용되었습니다. 다만 그림은 찬궁이라는 외곽 관에 그렸다가 왕릉에 안치 이후에 태워버렸기에 의궤를 통해서만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우원천봉도감의궤 : 사도세자의 묘소를 영우원에서 현재의 융릉 위치로 옮기는 모습을 기록한 반차도를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임금과 왕비 및 세자들에 대한 장례 의식을 기록한 의궤를 많이 찾아볼 수 있어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장 절차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국장에 사용되었던 물건들 중 상당수는 의례가 끝나고 불태워지거나 함께 묻히게 되는데, 조선시대의 왕릉은 도굴이나 발굴된 사례가 거의 없어서 의궤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지요.


 또한 일반 관람객 입장에서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과 함께 연계해서 관람을 한다면 조선시대 장례문화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의궤의 귀환을 환영하며


 


 반출과정부터 고국 땅으로 돌아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으며, 현재에도 완전한 반환이냐 영구임대냐의 방식이라던지 유물 관리기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그 동안 일반에 대한 공개는 커녕 국내의 연구진 조차도 쉽사리 그 내용을 파악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유물을 숨겨서 관리하던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아닌 고국의 품 속에서 안식을 취하게 되었다는 것은 커다란 쾌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의궤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음을 발견하고 국내에 알린 박병선 박사의 공이 없었다면 아직도 우리의 외규장각 의궤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올 가을 경에 박사님이 귀국하여 고국에서 연구를 하신다고 하니 기회가 되신다면 발견 과정과 관련한 특별 강연이 있었으면 하고 기대해 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다채로운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에게 의궤를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니 전시 관람 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참여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 관련 행사

특별 강연
- 일시 : 7월 22일(금) 오후 2시~5시
-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
- 강연 내용
 1. 외규장각 의궤 귀환의 의의 :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
 2. 외규장각 의궤의 문화사적 의의 : 이성미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전시 설명
- 매주 화요일~금요일 오전 10시, 11시, 오후 2시, 3시
-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11시

큐레이터와의 대화
- 7월 20일(수), 8월 17일(수), 8월 31일(수), 9월 14일(수) 오후 6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