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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재미있는 돋보기 : 변상벽의 '닭과 병아리'

재미있는 돋보기??

 미술 전시회를 감상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작품의 예술성 그 자체만 좇아서 그 작품의 외면적인 모습에 감탄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작품에 숨겨져 있는 의도를 좇아 작품을 만들 당시의 작가의 주변 상황과의 연계성 및 작품에 숨겨둔 메시지가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는 분도 있지요.

 그 어떤 방법이든 간에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갖고 '감상하는 것'과 단순히 '보는 것' 사이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제가 좋아하는 책에 나오는 말입니다. 말 그대로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 순간 그 작품에 대해서 찾아 보게 되는 법이죠.

 박물관에서 만나보게 되는 '문화재'도 마찬가지랍니다.
 단순히 역사책 속에서 나오는 유물을 두 눈으로 구경하고 가는 것에서 만족하는 것 보다는, 문화재에 담긴 뒷 이야기, 또는 문화재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들을 찾아낸다면,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배가되고, 그 애정으로 말미암아 자연스레 다른 문화재와 우리의 역사에도 관심이 가게 마련이겠죠? ^^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을 갖고자 하시는 분들을 위해 몇 차례에 걸쳐서 '재미있는 돋보기'라는 제목으로 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유물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려 합니다.
 그냥 가서 보게 되면 쉽사리 지나치기 쉬운 유물들이 달리 보일 수 있도록, 박물관 가기 전에 한 번씩 참조하시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 보려 합니다.
 

화재 변상벽, 그의 별명은 '변묘'?! '국수' ?!

 조선 후기의 유명한 화가라 하면, 흔히들 '삼원'이라고 부르는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정도를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 분들의 유명세 때문이라고 하면, 조금 원망섞인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러다보니 박물관에서도 그 분들의 작품이 인기가 더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오늘 소개하는 '변상벽'이라는 분 역시 조선 후기의 화가로 호는 '화재(和齋)'입니다. 앞서 소개한 분들보다 지명도에서는 밀릴 수도 있지만, 이 분 역시 대단한 화가 중의 한 분이랍니다.

 이 분의 별명 중에 재미있는 별명이 있는데요. 바로 '변묘'라는 별명입니다. ^^
 조금 이상한 별명이다 싶을 수도 있는데, 뜻은 바로 '변씨 고양이(卞猫)'라는 뜻입니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가하면, 바로 고양이를 아주 잘 그려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고양이 뿐만 아니라, 닭, 개 등의 동물들도 잘 그렸다고 합니다.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동물의 털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묘사한 솜씨가 대단하다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또한 그는 '초상화'에도 굉장히 능해서 '국수(國手)'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나라의 손'이라는 뜻인데요. 어느 정도 솜씨였는가 하면, 1763년과 1773년, 두 차례에 걸쳐서 '영조'의 어진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답니다.
 당시 왕의 얼굴을 감히 마주하면서 그림을 그릴 정도의 실력이면, 할 말 다했네요. ^^


변상벽의 '닭과 병아리'

변상벽의 '닭과 병아리'



 그가 그린 '닭과 병아리'라는 그림을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멋드러진 나무와 붉게 핀 꽃이 있는 들판에, 어미 닭과 병아리들이 모여 있습니다.

 어미 닭의 부리에는 날벌레로 보이는 것이 물려 있습니다. 아마도 병아리들에게 주기 위한 먹이인 것 같습니다만,
 보시다시피 병아리는 많은 데, 먹이는 하나 밖에 없네요.
 어미 닭의 표정이 마치 '아이쿠! 이번엔 누굴 준담?'하는 고민이 서려 있는 듯하게 느껴집니다.

 병아리들은 '저 먹이를 언제 주려나?'하고 뚫어져라 쳐다 보면서, 어미 닭의 부리 주위로 모여 듭니다.
 단 한마리만 멀찌기 떨어져서 쳐다보기만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제일 먼저 먹이를 받아 먹고 소화시키는 중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동물의 단순한 행동을 단지 그림으로 옮겨 놓았을 뿐인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그것이 비록 작가가 의도한 바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작가는 단순히 그림을 훑어 보고 지나가는 관객들에게는 알려주지 않는 작은 정보를 숨겨놓았습니다. ^.~


 문제를 내볼까요? 그림 속에 등장하는 병아리는 최소 몇 마리일까요?

 아마도 그림을 대충 보신 대부분은 4마리, 또는 어미 닭의 가슴팍 뒤쪽으로 나오는 한 마리를 발견해서 5마리라고 말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몇 마리를 더 숨겨 놓았답니다.
 바로 어미 닭의 배 부분을 자세히 보시면, 병아리의 발이 총 5개가 더 보이네요. 5개 중에서 한 개는 어미 가슴팍 뒤쪽으로 나오는 병아리의 발이라고 봐준다고 해도, 최소 두 마리가 더 어미 뒤쪽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답은, 최소 7마리입니다. ^^
 굳이 '최소'라는 말을 붙여 놓고 보니까, 발 조차도 보이지 않게 숨어 있는 병아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냥 쑥 훑어 보고 지나갔으면 몰랐을 정보들이지만, 조금만 애정을 갖고 지켜보면 우리 문화재 속에서도 이런 재미있는 요소들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답니다.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실 2층은 미술관 및 기증관이 위치해있습니다.
 변상벽의 '닭과 병아리'는 현재는 202호실에 전시되고 있답니다.
 전시실 어디에 작품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작은 재미가 되겠지요? ^^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명예기자 이귀덕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박물관은 살아 있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