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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문화재 답사

수원 화성 답사 - 화홍문 일원

2009. 09. 25.
수원천이 흐르는 화성 풍경
수원 화성 화홍문 일원 : 화홍문, 방화수류정




 수원에 정착해서 살기 시작한 이후로 시간이 나면 종종 화성에 찾아 간다.

 일주일간의 야간 근무를 마치고 금요일 아침에 퇴근을 하고 나니, 3일 간 주어진 휴가 중의 하루를 그냥 자면서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고...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무작정 버스에 올랐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장안문 근처에서 내려서 수원천을 향해 걸어 가니, 청둥오리들이 물가에서 한가로이 떠다니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고, 시원하게 뿜어대는 분수대 넘어서 화홍문이 나타났다.

화홍문 아래로 수원천이 졸졸 흐르고 있다.


화홍문의 편액



 화성을 가로지르는 수원천에 놓인 수문 '화홍문'은 성의 북쪽에 있다고 하여 '북수문'이라고도 불렸다.
 7개의 아치형의 수로를 통해서 수원천의 물길이 화성 안쪽으로 이어진다.
 그 옛날에는 혹시나 수로를 통해서 성 안으로 침입자가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군졸들이 보초를 섰을 이 곳은 지금 학생들의 등하교길로 이용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이라 하천쪽으로 안전 장치가 없어 불안해 보이기도 했지만, 안전을 위해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더라면 화홍문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성 바깥에서 바라본 화홍문(오른쪽)과 방화수류정(왼쪽)



 화성의 바깥에서 바라보면 화홍문의 왼쪽으로 높이 솟은 건물이 한 채 자리잡고 있다.
 성곽 주변을 감시하기 위해 높은 곳에 세운 '각루'중의 한 곳인데, 성의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동북각루'라고 부르기도 하고, 편액에 적힌대로 '방화수류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화성에 있는 4개의 각루 중에서 이 곳 '방화수류정'은 독특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ㄱ'자 형태로 되어 있는 방화수류정의 지붕은 전통적인 '팔작지붕'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모지붕'이나 '맞배지붕'등 흔히 사용되는 형태의 지붕도 아니다.
 아마도 'ㄱ'자의 건물 구조에 맞춰서 '변형된 팔작지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그 구조가 독특하면서도 굉장히 멋들어졌다. 근래에 본 전통건물 중에서 가장 멋진 지붕을 가진 것 같아서 한참을 그 앞에서 여기 저기 사진 속에 담았다.

성곽 주변을 감시하는 용도로 지어진 '동북각루'는 편액에 적혀진 대로 '방화수류정'이라고 불린다.


방화수류정 편액


독특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방화수류정의 처마



 방화수류정이라는 별도의 편액이 붙은 것처럼 이 곳은 다른 각루와 달리 멋진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지금도 관람객들을 위해 신발만 벗고 들어가면 앉아서 쉴 수 있도록 개방해 놓고 있는데, 이 곳에서 성곽 주변을 바라보면 멋지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방화수류정의 왼편 멀리로는 '장안문'이 보이고 바로 왼편에는 방금 지나쳐온 화홍문과 수원천이 보인다. 오른편으로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북암문'과 '동북포루' 그리고 저 멀리에 '동장대(연무대)'와 '동북공심돈', 그리고 '창룡문'까지 보이는 훤하게 보인다. 과연 성곽을 감시하는 '각루'로서 제격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한 방화수류정 바로 앞에는 수원천과 연결된 인공 연못 '용연'이 있어서 물가에서 한가로이 떠다니는 오리들과 가끔 수면 가까이에서 첨벙거리는 잉어도 볼 수가 있다.

방화수류정에 올라서 바라본 '동북포루'. 사진 오른쪽에 작게 솟아 오른 것이 바로 '북암문'이다.


방화수류정에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쉴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다.


방화수류정에서 바라 본 '용연'


방화수류정에서 바라 본 화홍문(왼쪽). 멀리 장안문의 모습도 보인다.


동북포루 너머에는 동북공심돈(버드나무에 반쯤 가린 건물), 동장대(사진 가운데), 창룡문(사진 우측 작은 건물)이 보인다.



 방화수류정을 나와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바로 '북암문'이 나온다. '암문'은 정식 성문이 아닌 일종의 비밀 문으로, 유사시에 군수 물자를 성 안팍으로 몰래 나르기 위해 지어진 곳이다.

 전투 중에 적이 가까이 오면 주변에 있는 흙과 돌을 이용해서 암문의 입구를 막아 적으로부터 쉽게 은폐시킬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실제로 암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서 성곽을 따라 조금만 옆으로 가면, 암문이 있는지 조차도 잘 모르게끔 지어진 것을 보면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건축술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하게 된다.

방화수류정(왼쪽)과 북암문(오른쪽)


성곽 안 쪽에서 바라 본 '북암문'


성곽 바깥에서 바라 본 '북암문'


'북암문'은 성곽을 따라 조금만 옆으로 가면 그 입구가 보이지 않게 된다.



  '북암문'을 통해 성곽 바깥으로 나가면, 인공으로 만든 연못인 '용연'이 있다. 인공 연못 한 가운데에는 흙을 쌓아 올려 섬을 만들고 버드나무를 심었는데, 보름 날이 되면 섬의 버드나무와 방화수류정 사이로 달이 떠오르는 '용지대월(龍池待月)'이라 불리우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북암문 바깥에 조성된 인공 연못 '용연'


용연에서 바라 본 '방화수류정'


용연에 비친 '방화수류정'과 오리 떼



 '용연' 위를 떠다니는 오리와 잉어떼를 한창 바라보면서 보름 밤에 이 곳의 정취를 떠올려 보았다. 그렇게 한창을 이 곳에서 보내다 수원천을 건너오면서 짧았던 화홍문 일대의 답사를 마쳤다. '화성'은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 내로 한 바퀴를 돌 수 있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찾아와서 성곽의 한 부분부분을 세심하게 짚어가면서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도 꽤 좋은 것 같다. 다음은 어느 곳이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화성'답사는 계속 될 것이다.

화홍문으로 흘러가는 수원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