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주말에 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이번엔 늘 다니던 국립중앙박물관 대신에 경복궁 근처에 자리한 국립고궁박물관을 다녀왔는데요. 마침 '창덕궁'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었고, 평소 조선 시대 궁궐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재미있게 관람하고 왔습니다.
특히 관람하면서 전시 구성 측면에서 평소 다니던 국립중앙박물관과 많이 비교를 하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국립중앙박물관에 비해서 작은 규모의 박물관이라 구성이 미흡할 것이라는 편견을 없애주는 재미난 전시구성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그럼 국립고궁박물관의 창덕궁 특별전시 속으로 함께 가보시죠.
창덕궁은 임진왜란 이전에는 정궁인 경복궁의 역할을 보조하는 이궁에 불과했지만,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소실된 이후에는 정국의 역할을 맡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 역할은 조선 말기까지 이어져 내려오면서 현재 조선 시대 궁궐중에서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궁궐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일찌감치 지정되어서 보호를 받고 있기도 하지요.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니 대문짝만한 큰 궁궐지도가 보입니다. 바로 창덕궁과 창경궁 일원을 그린 '동궐도'의 복사본입니다. 동궐도는 총 3개로 제작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현재 두 개의 버전이 각각 고려대 박물관과 동아대 박물관에서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동궐도를 통해서 현재 많은 부분이 예전과 모습이 달라진 창경궁 일원의 예전 모습도 확인할 수 있으며, 복원 작업시 가장 중요한 기초 자료로 사용할 수도 있는데요. 동궐도에 그려진 궁궐의 전각들을 관람객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큰 복사판 밑에 세세한 설명을 적어 넣어 관람에 이해를 돕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전시를 관람하기 전에 미리 창덕궁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고 들어가면 전시 이해가 쉽겠지요.
국립고궁박물관에서의 전시 구성을 보면서 국립중앙박물관보다 낫다고 생각된 점 중의 하나가 바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의 활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멀티미디어라고 말하면 단순히 프리젠테이션 도구로서의 멀티미디어 도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터치스크린을 통해서 전시 정보를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개발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 많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용 어플을 전시에 맞춰서 제작 및 배포하여, 박물관으로 찾아오는 도중에도 관련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어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스마트폰용 어플을 제작해서 배포는 하고 있지만, 일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되어서 다른 기기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는 불편함이 있는 부분이 있고, 또한 상설 전시에 집중이 되어 있어 특별 기획 전시에 대한 어플 배포가 부족한 점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이 보완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국립중앙박물관을 자주 다니고 애착을 갖다보니 비교되어 조금 부족한 부분들이 아쉽게 느껴지게 되더군요.
전시실에는 궁궐에서 사용했던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흥미를 끄는 것이 있었는데요. 바로 임금의 이동식 변소인 '매우틀(또는 매화틀)'이었습니다. 푹신해 보이는 사각 변좌에 앉아서 밑에 있는 통으로 용변을 보았을 임금의 모습을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아무리 귀한 사람일지라도 용변은 보고 살아야하는 법이니까요. ^^
그런데 전시 설명을 읽다보니 굉장히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매우틀의 뒷부분에 보이는 작은 홈들의 역할이 궁금해서 설명을 읽어보니 그 부분에 등받이를 대어서 임금이 편히 앉아서 용변을 볼 수 있도록 했다네요. 요새 서양식 변기에 뒤지지 않을 조상들의 센스가 묻어나는 부분이라서 잠시 웃음이 나왔습니다.
조선시대의 궁궐에서 펼쳐졌던 연회의 모습이 그려진 병풍 속에는 연회에서 펼쳐진 각종 춤이나 잔치의 모습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마치 병품으로 제작된 의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조선 말기에는 서양의 사진술이 들어와 사진으로 남겨진 자료도 존재하는 군요.
창덕궁 내부의 모습을 사진첩으로 남겨서 관람객들이 하나씩 넘겨보면서 직접 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아주 단순한 부분이지만, 관람객이 전시실 안에서 직접 능동적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전시 몰입도를 더 높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창덕궁 건물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입체적으로 제작된 모형물도 있었구요.
전시 관람을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창덕궁 내부에 있는 각종 전각이나 돌에 새겨진 무늬들의 탁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궁궐에 있는 우리의 아름다운 글씨체나 재미있는 문양들을 살펴볼 수 있으며, 동시에 영상자료도 소개하고 있어 창덕궁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주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국립고궁박물관의 특별전시를 살펴보았는데요. 국립중앙박물관처럼 넓고 방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시 규모는 작아도 구성을 재미있게 해두어 알찬 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창덕궁 특별전은 8월 28일까지 진행됩니다. 경복궁에 나들이 갈 때 들리시면 궁궐에 대한 이해도 함께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물관/전시회/문화재 >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립중앙박물관 2012년 회화실 첫 번째 교체 전시! (0) | 2012.01.31 |
---|---|
[박물관에서 공부하자] '분청사기'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2) | 2011.08.30 |
외규장각 의궤가 돌아왔다!! (0) | 2011.07.21 |
박물관에서 아시아의 문화를 배운다! (3) | 2011.06.30 |
국립중앙박물관 지하에는 무엇이? (0) | 2011.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