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미래를 내다보는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과거의 일들이 조금씩 다른 형태로 바뀌기는 하지만,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반복되는 것이 인간의 역사이기 때문에,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미래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거울'이라는 것은 실제로 사물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해주는 도구이지만, 실제로 보이지 않는 모습이라도 사물의 의미나 느낌 등을 투영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거울'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굳이 '용어'로써의 용도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사물로써도 거울은 종종 신비한 도구로 등장합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팬텀이 사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거울이며, '저승'에서 자신의 죄를 비춰주는 도구로 거울이 사용된다고 전해오기도 합니다.
업경 : 저승에서 죄를 비춰보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거울로 사찰 입구에서 죄를 정화하라는 의미로 설치해 두곤 하였습니다.
거울이 우리 역사 속에서 처음 등장한 시기는 청동기 시대인데요. 유물로 발견되는 '청동 거울'은 당시 제사장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한 신비로운 도구로 등장합니다. 실제 역사 속에서도 최초의 거울은 신령스러운 물건으로 사용되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신비스럽게 사용되오던 거울은 어느 순간부터 현재처럼 실용적인 용도를 갖춘 도구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는 대략 고려 시대를 전후로 하여 실용적인 용도로 바뀌었다고 보고 있는데요. 실용적인 용도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거울에는 여러가지 장식적인 무늬들이 등장하게 된답니다.
고려시대의 '동경(청동거울)'이 상당 수 존재한다는 사실은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생소한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유물로서 관심을 갖게하는 거울은 청동기 시대 유물로 알려진 '다뉴세문경' 정도이니, 고려 시대의 동경이 일반인에게 생소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에 위치한 고려실 한 켠에서는 고려시대의 동경을 주제로 하는 테마 전시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8월 29일까지 전시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려 시대의 여러 가지 동경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중국을 통해서 다량의 동경이 수입되고, 자체적으로 제작이 되기 시작했던 시기의 여러 가지 모습의 동경들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려 동경에 관한 과학적인 분석 결과도 함께 공유하여, 관련 연구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전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고려 동경' 테마전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동경의 기원과 쓰임새'에서는 동경의 변화 과정과 더불어 제사를 지내는 데 사용한 의례용품이었던 동경이 점차 화장용구라는 실용구로 변화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2부 '최근 발견된 고려동경'에서는 청주 용암동, 단양 현곡리, 서천 추동리 유적 등 최근 고고학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새롭게 알려진 중요 유적에서 출토된 고려동경을 청자, 토기, 금속용기, 중국동전 등 함께 출토된 유물들을 함께 전시하였습니다.
'고려국조'라는 글자가 새겨진 거울. 고려에서 만들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3부 '중국동경의 수입과 모방'에서는 후저우 등 중국의 생산지가 표기된 동경이 수입되는 양상과 함께 그것을 고려 내부에서 다시 본떠서 만드는 모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4부 '고려동경의 생산과 분석'에서는 고려국조라는 글씨가 새겨진 거울을 중심으로 고려에서 자체 생산한 것으로 생각되는 황비창천이 새겨진 거울, 용 나무 전각무늬 거울 등을 전시하고, 과학적인 성분분석 결가를 함께 전시하였습니다.
5부 '고려동경에 새겨진 삶과 문화'에서는 고려시대에 유행하던 동경의 다양한 형태와 무늬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동경 무늬에 담긴 일화나 의미를 상세하게 제시하여 일반인이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씨름하는 모습이 새겨진 거울.
이번 테마전은 비록 작은 전시 공간에 마련된 소규모 전시이지만, 주제별로 알차게 구성된 훌륭한 전시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짧은 기간동안만 전시된다는 점이 무척 아쉬운데요. 이렇게 보기 드문 테마전은 장기간 동안 전시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남지 않은 전시 기간을 놓치지 마시고,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면 꼭 관람하셔서, 고려 동경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번 테마전은 8월 2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고려실에서 진행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명예기자 이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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