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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재미있는 돋보기 : 기마인물형토기


기마무사일까, 어린 귀족 소년일까? : 금령총 출토 기마인물형토기 (국보91호)

 재미있는 돋보기. 이번 이야기는 우리에게 친숙한 유물 하나를 살펴보려 합니다.
 바로 신라 금령총 출토의 '기마인물형토기'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역사 문제집에서 유물 문제 나오면 자주 등장하는 단골 유물인데다, 우표의 모델로도 여러 차례 발행된 적이 있어서 일반인들에게는 꽤 친숙한 유물이죠. 이 토기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요?

 이 토기는 1924년 일본인 우메하라에 의해 발굴된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유물입니다. 당시 발견된 금관 장식 중에서 금으로 만든 방울(금령)이 발견되어 '금령총'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당시 발견된 신라 금관은 '금관총'에 이어서 두 번째로 발견된 것이었습니다. 이 때 함께 발견된 중요한 유물이 바로 이 '기마인물형토기'입니다.

신라 금령총 출토 '기마인물형토기' (주인)



 신라 시대의 기마무사의 복장 뿐만 아니라 말갖춤도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이 되었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토기에서 말을 타고 있는 이가 '기마무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금령총' 발굴 당시의 출토 유물을 보면, 단순히 이 토기 속에서 말을 타고 있는 이가 '기마무사'가 아닌 '어린 소년'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당시 '금령총'의 발굴 유물은 최고급에 속하기 때문에 귀족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덤의 규모도 매우 작고, 함께 출토된 금관의 크기가 어린 아이의 머리 둘레 정도로 작은 것으로 볼 때 성인의 무덤은 아니고, 주인공은 어린 귀족 소년일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답니다.

 무덤 주인이 '어린 소년'이라는 사실... 그렇게 놓고 보니 마치 이 토기 속에서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이 '기마무사'가 아니라 무덤의 주인인 어린 소년처럼 보이지 않나요?
 어린 자식을 떠나 보내는 부모의 마지막 선물로, 저승으로 가는 먼 길 떠날 자식이 편하게 말 타고 가라고 무덤에 상징적으로 넣어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신라 금령총 출토 '기마인물형토기' (하인)



 사실 이 토기는 또 다른 한 짝이 있는데요. 앞서 소개한 토기에 비하면 꾸밈이 단촐하고 조금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서 설명한 '소년주인' 토기를 수행하는 '하인' 토기로 해석하고 있답니다.

 이 '하인'의 토기를 가만히 보면, 오른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데요. 자세히 보면, 두부 장수들이 흔들고 다니는 종처럼 생긴 커다란 방울이랍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주인의 영혼을 저승으로 안내하기 위해 방울을 흔들며 앞서 가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금령총에서 이 유물들이 출토될 당시의 모습을 보면, '하인'의 토기가 '주인'의 토기 앞에 배치되어 있어서 이러한 해석의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금령총'에서 출토될 당시의 사진 (사진출처 : 한국박물관100주년특별전 도록)



신라인은 유목민족?

 '기마인물형토기'에는 고대 신라인들이 '북방계 유목민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음을 보여주는 열쇠가 숨겨져 있기도 합니다.

 말을 타고 있는 인물의 뒤에는 밥그릇 같은 모양의 '단지'가 말 등위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것은 북방 유목민족들이 사용했던 '동복(청동솥)'이라는 솥단지와 매우 유사하게 생겼답니다.

 유목 민족들은 한 곳에서 정착해서 생활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물 등을 보관한 솥을 말 등에 매달고 이동을 하기 위해서 이러한 '동복'을 사용했고, 이 토기에서 보이는 '단지'가 바로 유목민족들이 사용하는 '동복'이라고 본다면, 이 토기는 북방 유목민족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뿐만 아니라, 인물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색다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가늘고 눈꼬리가 올라간 형태의 얼굴, 그리고 옆에서 보면, 뒤통수가 길게 올라간 형태의 두상을 갖고 있는데요.




 이러한 형태의 두상을 '첨두형 편두'라고 부른답니다. 갓난 아이 시절에 관자 놀이쪽에 널판지를 대고 머리를 압박해서 인위적으로 만든 두상이지요. (아이구야~ @.@)
 주로 미용(^^;)의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편두'의 풍속은 주로 서시베리아 지역의 유목민족을 중심으로 나타났는데요. 유목민족들이 이동해 감에 따라 이러한 풍속이 퍼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라인이 유목민족의 후손이거나, 아니면 유목민족과의 교류가 활발해 그들의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당시 신라인들이 북방의 유목민족과 어떠한 연결 고리를 갖고 있지 않는가 하고 추정해 볼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이 '토기'안에 숨겨져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주전자로도 사용이 가능했다!

 단순한 '토기' 하나에 불과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유물이죠? ^^

 이 토기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비밀이 더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이 토기를 실용적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설명한 '동복'처럼 생긴 '단지'는 위에서 보면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또한 말의 가슴 팍에는 긴 대롱 같은 것이 장식되어 있는데요. 눈치가 빠르신 분은 벌써 아셨겠지만, 이 '토기'의 실용적인 용도는 바로 '주전자'로서의 역할입니다.

안에 있는 물을 따르는 대롱


위에서 내려다 보면, 안에 물을 부을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 있다.



 실제로 2007년 공개된 이 '토기'의 X선 사진을 보면 내부가 텅 비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큰 컵으로 물 한 컵 정도 들어갈 용량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멋진 '토기'가 주전자로도 쓰였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지 않나요?

'기마인물형토기'의 X선 사진. (사진출처 : 연합뉴스)



'기마인물형토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은?




 '기마인물형토기'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에 위치한 '신라실'에서 볼 수 있답니다.

 주변에도 재미있고 유명한 유물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는데, 특히 신라인들의 재미있는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신라 토우'도 근처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천천히 토우 하나 하나를 살펴 보시다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답니다. ^^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명예기자 이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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