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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재미있는 돋보기 : 경천사 십층석탑

박물관 안에 거대한 탑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 들어서면, 넓게 펼쳐진 로비에 이어 각 전시실을 이어주는 긴 복도를 마주하게 됩니다.
 '역사의 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중앙 통로인데요. 이 길의 끝에는 무언가 커다란 조각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로 '경천사 십층석탑(국보86호)'이라는 고려 시대의 대표적인 석탑이 '역사의 길'을 지키고 서 있답니다.

 박물관 건물 안에 탑이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인데, 보통 사찰에 찾아가면 볼 수 있는 5층이나 7층석탑 규모도 아니고..
 무려 10층 석탑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감이 잘 안 오시죠? ^^;
 높이만 무려 13.5m, 그러니까 아파트 약 6층 정도 높이에 해당하는 거대한 석탑이랍니다.

 분명 석탑이라고 하면, 절에서 볼 수 있는 불교 문화재 중의 하나인데, 국립중앙박물관 건물이 과거의 절터도 아니었을테고, 왜 여기에 자리잡고 있는지 의아해 하실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마어마한 크기의 석탑이 왜 하필이면 박물관 건물 내로 들어와 있을까요?




정처 없이 떠돌던 '경천사 십층석탑'의 운명

 사실 이 탑은 원래 경기도 개풍군(현재 북한의 개성시)에 위치한 경천사 터에 자리잡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대한제국 말기의 일본의 궁내대신이었던 '다나까 미쓰아끼'라는 자가 일본으로 밀반출하고 말았답니다.

 당시 주민들에게는 "고종 황제가 하사하셨다"고 거짓말을 한 뒤, 탑을 해체해서 일본에 있는 자신의 정원에 옮겨가 버렸답니다. 정말 어이없고 화가 나는 일이지만, 당시의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총과 칼로 무장한 일본인들이 저렇게까지 말하고 문화재를 가져가는 데 아무도 손을 쓸 수 없었겠지요.

 이 탑의 운명은 뜻 밖의 인물에 의해 달라지게 됩니다. 조선 총독부 초대 총독이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불법으로 반출한 석탑을 되돌려놔라"라고 말하면서 일본에서도 석탑을 재자리에 갖다 놔야 된다는 여론이 확산되게 된 것이죠.

 다나까는 끝까지 버티다 결국 1918년에 이르러서야 이 탑을 다시 한국으로 돌려 보내주게 됩니다.


 그러나 이 탑은 환수 이후에도 경복궁에 다른 문화재들과 함께 방치되다시피 하다가 1960년에야 경복궁에 복원되었고, 그마저도 대리석이라는 재료의 특수성으로 풍화작용이 심해 결국 1995년에 다시 해체되고 말았습니다.

 해체된 석탑은 대전의 국립문화재 연구소에 보관하여 복원처리 한 뒤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 개관하던 2005년에야 드디어 자리를 잡게 되었답니다.



탑의 층수는 어떻게 세는가?

 여기서 잠깐! ^^

 경천사 십층석탑처럼 층수가 많은 석탑은 간혹 층 수를 세다 보면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에는 절에 놀러가서 탑의 수를 헤아리다 보면, 꼭 설명과는 다른 것 같아서 몇 번이고 다시 세어보던 경험이 있는데요.

 혹여 헷갈리실 분들을 위해서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죠.
 아래 사진에 '경천사 십층석탑'의 층 수를 세어봤습니다. 어떠신가요? 어떻게 세는지 이해가 쉽게 가시지요? ^^

 어렵지 않게 이해하실 분도 계시지만, "어라? 근데 탑 아래 부분에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데 그건 왜 안 세나요?"하는 궁금증을 갖고 계신 분들도 분명 계실 겁니다. 바로 제가 항상 그런 궁금증을 가졌었거든요. ^^;;



 자 아래 사진을 다시 볼까요? 아래 사진은 탑의 하단부를 따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원래 탑은 초기에 석탑이 아닌 목탑으로 먼저 지어지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물의 모양을 띄게 되었고, 나중에 지어진 석탑들도 목탑의 모양을 따라서 만들어졌기에 자세히 보면 다층집의 모습으로 보인답니다.

 이 때, 탑의 건물을 받쳐주는 계단 또는 난간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기단부'라고 부른답니다. 바로 이 부분은 아무리 크고 멋있었도 탑의 층수에는 반영하지 않는답니다. 마치 어떤 집의 정원에서 건물로 들어갈 때 몇 개의 계단을 거쳐서 올라간다고 해서 그 집을 2층이라고 부르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죠.

 반면 건물의 모양, 즉 문과 기둥, 지붕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탑신부'라고 부르는 데, 바로 탑신부의 층 수가 탑의 층 수가 되는 것이랍니다.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기단부를 제외하고 탑신부의 지붕의 갯수를 세면 탑의 층 수가 된답니다.

 이제 쉽게 탑의 층 수를 이해할 수 있겠지요? ^^ 아니면.. 저만 몰랐던 건가요? ^^;;;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고려 석탑

 경천사 십층석탑은 고려 충목왕 4년(1348년)에 지어진 대리석 석탑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탑은 초기에 목탑에서 석탑으로 바뀌었기에 이 탑도 당시의 목조 건축물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각 탑의 부분은 불교의 교리와 사상을 나타내고 있는데, 특히 1층부터 4층까지는 불교에서 중요시하는 장면을 묘사한 16회상이 조각되어 있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의 지붕에는 그 장면이 무엇을 나타내는 지 알려주는 현판이 붙어 있답니다. (아래 사진의 붉은 선 참조))

 또한 이 탑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서 정교하고 세밀하게 제작되었답니다. 돌에다가 저렇게 세밀한 묘사를 할 수 있다니 감탄스럽기도 합니다만, 풍화작용에 의해서 많이 손상이 된 점은 못내 안타깝네요.

 손상된 부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의 욕심으로 정처 없이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닌 탑의 운명이 생각이 나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합니다. 자연의 풍파보다 무서운 게 사람의 욕심인가 싶기도 하네요.




'경천사 십층석탑'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앞서도 말했듯이 '경천사 십층석탑'을 만나는 것은 아주 쉽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에 들어서면 입구의 반대편 끝에 보이는 커다란 유물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니까요. ^^

 워낙 '키'가 큰 유물이라 탑 전체가 나오게 사진을 찍는 방법도 가지각색입니다. 어느 각도에서 찍어야 가장 탑이 예쁘게 찍힐지 고민하며 기념 사진 한 장 남기는 재미도 쏠쏠하겠네요.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명예기자 이귀덕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박물관은 살아 있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