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를 실천하고 성불하신 '법정 스님'
뭇 중생들에게 '무소유'의 정신을 설하시고, 당신께서도 마지막 입적 순간까지도 '무소유'를 실천하고 떠나신 '법정 스님'.
종교를 뛰어 넘어 가르침을 설하시던 스님의 가르침을 미처 깨닫지도 못하고 보내야만 하는 많은 분들이 아직까지도 스님의 입적을 안타까워 하시며, 추모 열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법정 스님'과 관련된 유물 하나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불상
어제(3월 19일) 다른 전시 취재차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서 취재거리에 대한 자료 확보 후 여느 때처럼 다른 전시관을 둘러보며, 놓치고 지난 유물들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3층에 마련된 불교조각 전시실을 관람하고 있을 때, 몇 분의 할머니 분들이 해설사 선생님과 함께 제 옆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가 돌연 저를 부르십니다.
지금 설명을 듣고 있는 불상을 어떤 특정 각도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카메라 플래쉬를 끄는 방법 좀 알려달라십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기에 도와드리고서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열성적으로 찍으시려는 불상은 그다지 유명하지도, 그렇다고 특별한 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왜 그러나 하고 궁금증을 갖고 있던 저를 보신 해설사 선생님이 설명을 해주십니다.
"이 불상이, 법정 스님이 마지막까지 가지고 계시던 불상 사진이랍니다."
법정 스님이 소유했던 사진 속의 불상 : 철조 비로자나불 (신라말-고려초)
'무슨 소리지?'하는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곁에 서계시던 한 할머니가 신문에서 오려낸 기사를 주머니에서 꺼내어 보여주십니다.
사연인즉, 3월 18일자 조선일보 지면에 소개된 '유홍준의 국보순례'에 소개된 기사인데, 법정스님께서 머무르시던 강원도 산골 오두막집에 남아 있는 두 개의 물건 중 하나가 어느 부처의 얼굴을 찍은 사진이며, 유홍준 교수의 말에 따르면 그 사진 속의 부처는 별로 알려지지도 않은 '비로자나불'이며,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3층에 전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설사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 불상이 바로 그 사진의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소문을 듣고 그 날만도 벌써 몇 명의 관광객들이 똑같은 자세로 사진을 찍어 갔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 사설을 보시려면 클릭해 주세요. 원문출처 : 조선일보 홈페이지)
법정 스님이 '소유'한 비로자나불의 미소
사연을 듣고 보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역시 '알게되면 보이는 법'입니다.
스크랩 기사 속에 나와 있는 내용대로라면, 이 사진을 찍은 각도 때문에 부처의 모습이 굉장히 세속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정말 눈 밑에 표현된 주름은 마치 현대인들의 '다크서클'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어찌보면 중생을 보살피느라 자신은 피곤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부처의 자비로움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한참을 기사 속의 사진과 똑같이 찍어보려고 각도를 바꾸면서 찍었으나, 결국엔 실패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사진을 찍고 있자니 경비 업무를 보시던 아저씨 한 분께서 다가와서 말씀을 거십니다.
"저, 혹시 오늘 이 불상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평소에는 인기도 없던 불상에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고, 더군다나 'Press'라고 적힌 카드를 목에 메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제가 무언가라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그러나 저도 전해 들은 내용 밖에는 잘 알지 못해서 들은 바 그대로 다시 전해 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유물을 전혀 일면식 없었던 친절한 할머니들 덕분에 좋은 지식 하나 얻고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잘 모르던 누군가로부터 흥미로운 사실을 얻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박물관을 끊임없이 찾게 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또는 연인과 함께 데이트를 목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셔서 유물에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 하나를 발견해 보는 재미를 가져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로자나불'의 미소를 만날 수 있는 곳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3층에는 '아시아관' 및 '미술관II'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 중 301호 '불교조각' 전시실에 가시면, '법정 스님'이 함께한 '비로자나불'의 미소를 만나볼 수 있답니다.
기사 속에 있는 사진과 동일한 사진을 찍어 보는 것도 좋겠지만, 사진을 찍을 땐, 꼭!! 유물 보호를 위해 '플래쉬'는 꺼주세요.
또한 다른 관람자 분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삼각대'를 사용하는 것도 안 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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