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추어 수학의 왕자라고 불리며, 역사상 가장 어려운 수학문제를 만들어낸 괴짜와 고집스럽게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수학자의 이야기. 피에르 드 페르마는 17세기에 활약하던 아마추어 수학자로 본업은 수학과는 전혀 상관 없는 정치가였다. 단지 그가 수학을 공부할 수 있던 것은 그리스 시대에 쓰여졌던 디오판토스의 '아리스메티카(Arithmetica)'라는 책 뿐이었다.
피에르 드 페르마 (Pierre de Fermat, 1601-1665)
'아리스메티카'는 페르마에게 그토록 많은 수학적 영감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바로 이책에 의해서 17세기 이후 바로 얼마전까지 수많은 천재수학자들을 무참히도 무릎꿇게 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메모가 가득한 아리스메티카를 토대로 개정판을 출판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임의의 세제곱수는 다른 두 세제곱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없다. 임의의 네제곱수 역시 다른 두 네제곱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3 이상의 지수를 갖는 정수는 동일한 지수를 갖는 다른 두 정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없다. 나는 경이적인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다. 그러나 책의 여백이 너무 좁아 여기에 옮기지 않는다.'
아리스메티카의 여백에 쓰여진 바로 이 낙서가 이후 약 300년이 넘도록 당대의 수학자들을 괴롭히게 되는 시발점이 된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수 많은 수학자들이 이 문제에 도전했다가 실패만 맛보고 좌절하고 만다.
그 사이에 이 문제에 두번이나 상금이 걸리기도 하였고, 일부는 약간의 진전을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 문제는 미궁속으로만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점점 수학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서 '풀지 못하는 난제'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다. 심지어 뉴욕의 한 지하철에서는 다음과 같은 낙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난 경이적인 방법으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했다. 그러나 지금 내가 타야할 기차가 오고 있어 여기에 적지 않는다.'
앤드루 와일즈는 10세때 우연히 이 문제를 접하게 된 뒤 반드시 풀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결국엔 7년간의 노력끝에 이 문제를 풀어내고 만다. 그러나 그 뒤에 밝혀지는 증명 상의 실수는 그를 절망속으로 몰아넣게 된다. 그렇다면 앤드루 와일즈는 과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해 낼 것인가? 그 해답이 바로 이 책에 있다.
앤드루 와일즈 (Andrew Wiles, 1953- )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바로 페르마와 앤드루 와일즈를 잇는 약 3세기간의 수학사라고 할 수 있다.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기 위해 도전에 나선 수많은 수학자들과 그들의 실패 그리고 수학의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책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다. 오히려 갈 수록 흥미진진해지는 느낌이 마치 재미있는 과학프로그램 한편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필자의 경우는 책 읽는 속도가 느림에도 불구하고 만 2일만에 이 책을 다 읽고 말았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했고, 수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사람에게도 수학이 생각보다 매력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치열했던 삶을 살다간 수학자들의 삶을 돌아보면서 뜻 깊은 주말을 보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취미 > 책과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화와 생물학의 만남 - 하리하라의 생물학 까페 (0) | 2006.12.19 |
---|---|
사랑의 전차 교실을 다시 읽다 (0) | 2006.12.19 |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중에서 (0) | 2006.12.05 |
독일인의 사랑 (0) | 2006.12.04 |
달콤한 마시멜로의 유혹 (0) | 2006.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