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예전에 찾아갔던 '오이도'에 대해 포스팅을 했었다.
▶ 관련글 : 조개구이를 한 가득! : 오이도 (2009.3.21.)
포스팅을 하다가 문득, 지금이 한창 조개를 마음껏 먹어도 되는 때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오이도를 찾아가기로 했다.
오이도는 전철과 버스 한 번만 타면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자가용이 없어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때문에 나처럼 차가 없는 뚜벅이들이 애인을 데리고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전철 4호선을 타고 오이도 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러 갔더니, 이제는 오이도 선착장까지 가는 버스가 30-2번 밖에 없는것 같았다.
다행히 시간 맞춰서 온 버스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버스에 탑승!
10여 분 정도 지난 뒤 선착장에 도착했다.
오이도 해양공원을 알리는 표지석
서해 바다는 겨울에만 찾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언제나 황량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저 넓은 갯벌에서 나오는 조개만 생각하면 저절로 발길을 향하게 만든다.
오이도의 상징 빨간 등대
지난 번 오이도를 찾았을 때에는 엄청나게 몰려든 인파 때문에 등대 위에 올라가 보지도 못했다.
이번엔 조금 이른 시간에 찾아와서인지 등대 전망대가 한산했고, 덕분에 올라가 볼 수 있었다.
등대 전망대 내부 1층의 모습
등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이도 해양단지의 모습. 오른쪽으로 즐비하게 조개구이집들이 늘어서 있고, 왼쪽 아래에 등대의 그림자가 보인다.
등대 안에서 바라본 서해 바다의 모습.
등대에서 나와서 선창으로 향했다.
선창가에는 전과 다름 없이 즉석에서 굴과 조개류를 파는 천막이 늘어서 있다. 다만 1년전과 다른 모습이라면, 천막을 갈끔하게 정비 했다는 것.
천막 하나 하나마다 난로가 설치되어 있고, 그 난로를 통해서 즉석에서 굴과 조개류를 구워서 팔기도 한다.
물론 굴을 껍질채로 팔기도 하고, 껍질을 다듬은 굴도 팔고 있다.
가격대는 보통 한 바구니에 5천원.
특히 이 곳 선창가에서 파는 조개류들은 상인들이 직접 잡아온 것을 쓴다고 하니 신선함은 두 말하면 잔소리.
본래의 목적이 조개 구이를 즐기기 위함이었으나 일단 바닷 바람부터 쐬기로 하고, 천막들을 슬쩍 눈요기만 하고 지나쳐 갔다.
'오이도항'이라고 씌어져있는 빨간 기둥이 인상적인 항구.
간조 때라 물이 멀리 빠져버려서 넓게 갯벌이 드러나고 있다. 가끔 갈매기들은 드러난 갯벌 사이사이로 부리를 쪼아대며 먹이를 찾기도 한다.
빠져버린 물 때문에 갯벌에 쳐박혀(?) 버린 배. 물이 다시 차오르면 다시 수면 위로 둥둥 떠오를 것이다.
다시 천막들이 늘어선 곳을 향해 걸어가는 길. 저 멀리 오이도 등대가 보인다.
바닷 바람을 실컷 쐬고 나니 슬슬 배가 출출해진다.
점심도 먹고 출발해서 오후 3시에 도착했지만, 여행이라는 것은 늘 배가 고픈 법.
본래의 목적대로 굴 구이를 먹기 위해 다시 천막들이 즐비한 곳으로 향했다.
까고 남은 굴껍질은 망에 담겨서 한 군데에 쌓여 있었다.
조개류를 다듬고 있는 상인과 먹을 것을 찾아 다니는 관광객들.
크기가 커다란 '왕굴'부터 까놓은 굴에 맛 조개 등 싱싱한 어패류들을 즉석에서 사 먹을 수 있다.
날이 추워서 앉아서 먹기 편한 곳을 찾다가 괜찮은 곳을 발견했다.
일단은 굴 한 바구니만 구워 먹기로 하고 천막 안에 자리를 잡았다.
난로에서 구워먹는 즉석 굴 구이는 장사하시는 분께서 알아서 구운 뒤에 껍질까지 까서 식탁 위로 올려 주신다.
선창에서 구매한 굴은 즉석에서 난로에 올려져 구워준다.
다 구워질 때까지 잠시 은박지로 굴을 덮어 두었다.
한 7~8개 쯤 까서 접시에 담길 즈음부터 식탁 위로 접시를 올려 주셔서 먹기 시작했다.
하나 씩 먹는 동안에 계속 굴을 까서 올려 주시기 때문에 처음 먹는 굴과 나중에 먹는 굴의 익는 정도가 조금씩 다른데,
그 맛을 느끼면서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올 해는 굴의 알맹이 크기가 다른 때보다 작은 해였다고 한다.
원래 굴이라는 것이 한 해 좋으면, 그 다음 해 안 좋고, 다시 그 다음 해는 좋아지는 식으로 반복된다고 한다.
내년에는 속살이 굵은 굴 구이를 맛보러 다시 찾아와야겠다.
드디어 먹기 시작한 굴. 아직 반 이상의 굴이 난로 위에서 구워지고 있었고, 먼저 깐 굴부터 접시에 담아서 먹기 시작했다.
올해는 굴의 속살이 작은 편이었다. 그래도 사진 속의 굴은 나름 큰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굴 한 접시를 다 먹고 나니, 조금 허전하기도 하고 해서
추가로 맛조개도 한 접시 주문했다. 역시 가격은 한 바구니 5천원.
다 구워진 맛을 한 입 맛 보는 순간...
오!!!!
완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날 원래의 목적이었던 굴 구이보다 10배는 더 맛있었던 것 같다.
맛조개를 구우시면서 파시는 분께서 올해는 맛조개가 더 맛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과연 빈 말이 아니었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정말 일품이다.
굴 먹을 때 썼던 초고추장을 찍어먹어 보기도 했는데, 맛조개는 양념장 없이 그 맛 그대로 먹는 것이 제일 맛있었다.
맛있게 먹다보니 어느 새 한 바구니를 다 구워 먹었다.
너무 아쉬워서 맛조개를 한 바구니 더 구워먹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굴 구이에 이어서 맛조개 구이에도 도전.
통통한 속살의 맛조개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마치 대나무를 반 가른 것처럼 생긴 맛조개 껍데기.
굴과 맛조개 구이를 먹으면서 추위도 녹이고 떠들다보니, 어느 새 해가 서쪽 바다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었다.
겨울인지라 해가 정말 짧은 것 같았다.
해가 다 져버려서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기로 하고, 다시 버스에 몸을 싣고 오이도 역을 향해 빠져 나왔다.
내년 겨울에는 속살이 꽉 차 있을 굴과, 이번에 새로이 빠져들게 된 맛조개 구이를 먹기 위해 다시 이 곳, 오이도를 찾아오게 될 것 같다.
저 멀리 서쪽 바닷가를 향해서 해가 달려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자 만조로 바뀌어서 눈과 얼음 덩어리들이 물살에 밀려 들어오고 있다.
오이도 등대와 조개구이집들. 그리고 사진 왼편의 주황색 건물들이 이 날 굴과 맛조개 구이를 먹은 선창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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