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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iary

길거리 가수

 오랜만에 청계천을 거닐었다.

 1년 전 딱 이 맘 때였다. 취직 자리를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서울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찬 바람을 맞으며 거닐었던 그 길을 이제는 당당하게 회사원이 되어 거닐고 있자니 기분이 오묘해졌다.

 추워진 날씨에 모두들 옷깃을 여미고 길을 거닐고 있었다. 때마침 거리에는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애잔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신나는 팝송을 부르기도 했다. 7~80년대에 유행했던 통기타의 세대는 아니지만, 웬지 모르게 통기타의 음율이 좋다.

 청계천에 놓인 다리 난간에 기대어 아래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감상하고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오고 가는 사람 중에 한 할아버지가 지갑에서 천원 한 장을 꺼내어 가수 앞에 놓인 모금함에 넣었다. 이미 몇 사람이 했던 행동이기에 그리 눈에 띌 행동은 아니었지만, 할아버지는 지갑을 다시 품에 넣은 채 그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침 한 곡을 끝낸터라 가수는 통기타의 음율을 다시 조율하고 새로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는 <Tie A Yellow Ribbon>이라는 팝송이었다. 노래가 시작되자 할아버지는 눈을 지긋이 감으시고 두 손을 바지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익숙한 소절이 들려올 때 쯤엔 고개를 까딱까딱 박자에 맞추기도 했다.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과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는 거리의 가수를 번갈아 바라보며 나도 흥에 겨워 고개를 흔들었다.

 한참 후 노래가 만족스러웠는지 할아버지는 웃음을 머금은 채 서서히 자리를 떴다. 할아버지가 떠나고 나서도 몇 곡을 더 듣고나서야 나는 서서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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