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째, 비가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다.
장마철이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이미 장마도 지났고 몇 일 동안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에도 공기가 끈적이게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장마는 확실히 아닌데...
가을을 알리는 비라면 하루 이틀 오고 말 것을 일주일 동안 내리는 비가 사람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든다.
어제 여자친구 아버님이 수술을 하셨다고 한다.
1년전에 암선고를 받고 수술이 잘 되어 건강해지시는 듯 했는데 얼마 전부터 다시 몸이 안 좋아지셔서 병원에 갔더니 재발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어제 수술에 들어가셨는데... 아무래도 이번엔 힘드실 것 같다고 한다.
옆에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내 자신이 한 없이 무능하게 느껴졌다.
고등학생 때부터 사귀어 왔던 지라 매일 늦은 밤에 학교를 마치면 같이 차에 태워서 집에 데려다 주시곤 하셨다.
(그때마다 친구들은 부러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일부는 질투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아버님께서 당구장을 개업하실 때 다시 찾아뵌 적이 있었다.
그 때, 당구장을 찾아온 손님들이 내가 아들인 줄 알고 닮았다고 하는 얘기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머쓱해졌던 기억도 있다.
언젠가는 정식으로 찾아가서 인사드리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은 했지만...
정작 명절이나 기념일에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하다가 이번에 취직도 한 겸, 인사도 드릴 겸, 추석 때 찾아뵈려고 했는데...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까봐 마음이 아프다.
고3 추석 때, 나의 아버지와 여자친구 아버님이 학교에서 딱 한 번 서로 만나뵌 적이 있었다.
그 때, 여자친구 아버님이 매일 같이 데려다 주신 보답으로 배 한 상자를 선물하며 아버지께서 언제 한 번 함께 술자리 하자고 말씀하셨었는데...
영화 속에서 결혼 허락을 얻으러 남자가 여자 집에 찾아가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내 귀에 살짝 귓속말로 "나중에 꼭 저렇게 아빠한테 정식으로 허락받으로 와야돼!" 하던 여자친구의 말도 계속 머리 속에 맴돈다.
힘들다는 건 어렴풋이 알지만...
그래도 꼭! 힘내셔서 조금 더 건강하게... 조금 더 오래오래... 곁에 남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오늘따라 비가 너무 아프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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