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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iary

가을 밤 (자작 초단편 소설)

1

 오늘도 어김없이 밤이 찾아 온다. 하루 종일 힘 없이 그를 기다리다가 그가 올 시간이 되니 어느 새 기운이 났는지 들뜬 마음을 좀처럼 가라 앉히지 못하고 있다. 이제 곧 있으면 그가 돌아오겠지. 비록 나에게 무관심한 사람이지만...
 오늘 밤도 하릴없이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2

문이 열린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린 피곤한 얼굴의 그가 들어온다. 반가운 마음에 그에게 다가가지만, 그저 귀찮았는지 매몰차게 손을 휘저으며 나를 떼어 놓으려 한다. 늘 그래 왔었지만 요새 들어서는 더욱 심해진 것 같다. 이제... 떠나야 될 때가 온 것일까. 쓰린 마음을 가다듬고 지쳐 누워 있는 그에게 살며시 다가간다.

3

처음부터 매달린 것은 내 쪽이었다.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애정 공세를 펼쳤다. 그럴 때마다 그는 싫은 기색을 내보였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그와 함께 살기 시작한지 4개월. 하지만 그 시간 동안 그의 태도는 조금도 달라짐이 없었고, 그런 그의 태도에 이제 나도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한다. 이제 정말 그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된 것일까.

4

어느 덧 제법 쌀쌀해진 가을 바람이 방 안에도 들어차 있다. 이불을 덮고 곤히 자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자고 있을 때 귀찮게 구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그였지만 자고 있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조심스럽게 다가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잠들어 있는 그의 볼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아! 보드라운 그의 볼에 닿는 달콤한 이 촉감. 사랑스런 그의 볼에 영원히 입맞춤 할 수 있다면 더 이상은 바랄 것도 없었다. 그의 볼에서 입을 떼지 못한 채로 감상에 젖고 말았다. 그러다 결국 그의 잠을 살며시 깨우고 말았다. 갑자기 그가 따스한 손길로 볼에 입맞추고 있는 나를 감싸 주었다. 처음이었다. 그의 따스한 손길을 느껴본 것이... 눈에서 왈칵 눈물이 나왔다. 제발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5.

잠에서 깨어난 남자는 잠시 불을 켜고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손 바닥 안에는 까만 모기 한 마리가 자신의 손에 짓눌려 죽어 있었다. 갑자기 볼이 가려워진 남자는 이미 볼에 빨갛게 물린 자국이 남아있음을 뒤늦게 알았다. 지난 4개월 동안 밤만 되면 모기의 윙윙거리는 소리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었는데 이제서야 가슴 한 켠에 막힌 것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손에 묻은 죽은 모기를 휴지에 닦아내고 남자는 다시 잠을 청했다. 싸늘해진 가을 바람을 막기 위해 이불을 덮으며 남자는 비로소 깊은 잠에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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