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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책과 영화

유쾌한 절도극 : 한밤중에 행진


 이틀 동안에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요 근래에 읽은 책 중에서는 가장 빠른 시간내에 읽은 책인 것 같네요.

 사실은 이미 한 번 읽었던 책이지만... 제가 원래 소설은 읽은 지 시간이 지나면 내용을 잊어버리곤 해서, 마치 새 책을 읽는 것처럼 새롭더군요.

 이틀 동안 눈 깜짝할 새에 읽어버린 책은 바로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한밤중에 행진"입니다.

 예전에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서 읽었던 책인데요. 예전에 썼던 후기 글을 찾아보니 벌써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버렸네요.

 



 그러고보니 책을 처음 읽던 당시에는 책 속의 주인공들과 같은 나이인 스물 다섯살이었군요.
 새삼스럽게 시간이 빨리 흘러간단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물 다섯 살인 세 명의 청춘들.
 나름 사업을 하며 돈 좀 만지는 양아치 '요코야마 겐지'와 대기업 사원이지만 업무를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구박만 받고 다니는 '미타 소이치로', 그리고 예쁘장한 얼굴에 날씬한 몸매로 모델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제대로 활동은 안 하는 '구로가와 치에'.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곳에서 우연히 한 곳에 모일까 말까할 정도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세사람이 엄청난 절도극을 벌이기 위해 의기투합 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가만히 책을 읽고 있으면, 예전에 개봉했던 영화 중에서 '자카르타'나 '범죄의 재구성' 같은 느낌이 납니다.

 여러 범죄 팀원(?)들이 오로지 한 가지 목표인 '10억엔'을 차지하기 위해서 각자의 작전을 벌이고, 그 작전들이 꼬이면서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는 전개가 앞서 말한 영화들과 비슷한 양상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로 만들어지면 꽤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찾아보니 이미 2007년에 일본에서 영화화되었더군요. 나중에 기회되면 꼭 영화도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소설 속에서 대기업 사원이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멀리 남태평양의 작은 섬으로 휴양 가길 원하는 '미타 소이치로'의 삶을 보니, 문득 저의 생활이 비교가 되더군요.

 항상 일탈을 꿈꾸는 저의 모습이 소설 속의 '미타'에 투영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 나도 힘든 일 다 때려치우고, 편하게 돈 걱정 없이 살 수는 없을까?'

 참 속 편하고, 철 없는 생각이지요. 그렇지만 문득 깨달았습니다. '일탈'이라는 것이 가능한 전제 조건은 현재의 삶이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 그렇기에 가끔 주어지는 휴가 등을 통해서 얻게 되는 만족감이 더 커질 것이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죠.

 책 자체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최근 나태해졌던 마음이 조금 추스러지면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주어질 '일탈'의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다시 한 번 굳게 마음 먹고 성실하게 살아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