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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책과 영화

일반인을 위한 트렌드 사회학 교양서 '파리를 떠난 마카롱'




 소위 말하는 '트렌트 세터(Trend Setter)'들은 항상 남들보다 파격적이면서도 새로운 유형의 패션을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곤 합니다. 남들과는 어딘가 모르게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고, 또 그 스타일을 광범위하게 확산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이들을 우리는 '트렌드 세터'라고 부릅니다.

 그들이 유행시키는 새로운 스타일은 비단 패션 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용하는 생활 도구나 삶의 방식까지도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곤 하지요. 이런 역할을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연예인'이 되곤 하는데, 많은 이들에게 삶의 방식과 패션 스타일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트렌드는 '모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이 만들어 낸 '트렌드'라는 것이 참 신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법률'이나 '명령'처럼 누군가에 의해서 강제로 집행되거나 또는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정한 것도 아닌데, 어느 집단의 구성원 대다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또한 그렇게 형성된 트렌드가 어느 날, 하루 아침에 구 시대적인 것으로 여겨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일도 보기 힘든 일이 아닌데요. 그렇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따라하던 하나의 생활 스타일이 어느 한 순간 사라진다는 것도 한편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회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려운 용어나, 트렌드에 관한 사례들을 책 중간 중간에 삽입하여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파리를 떠난 마카롱'

 이 책은 '트렌드'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며, 또 그것이 어떻게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트렌드라는 것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안내해주는 친절한 교양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트렌드'라는 것을 어느 특정한 시각으로만 바라 보도록 서술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견해를 가진 소위 '트렌드 사회학자'들의 의견을 총 망라한 교양 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트렌드 사회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학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데요. '사회학'이라는 것이 인간이 생활하고, 다루는 모든 영역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에,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회학 교양서답게 풍부한 참고문헌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학자들의 의견을 총 망라하면서, 서로 상충되는 이론들을 소개시켜주기도 합니다. 사실 이론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이 만들어낸 '가설'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특히 '사회학'에 있어서는 어떤 것이 반드시 맞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이론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론을 소개시켜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훌륭한 교양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 본문 중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소위 말하는 '패션 전문지' 등에 등장하는 '트렌드' 현상에 관한 해석에 대해서 비꼬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트렌드'를 시대 상황에 맞춰 강제로 끼워 맞추기 식으로 해석하려는 것을 '팝 사회학'이라고 일컬으며, 그에 관한 맹점을 다음과 가팅 꼬집고 있습니다.

 시대의 정신은 시대의 옷장 속에 있는가? 특정한 트렌드와 사회상황을 연계시키려는 사람들은 아마 그렇다고 생각한 것 같다. 밀리터리 룩의 유행을 설명하기 위해 사람들은 포스트 9.11을 근거로 든다. 군복 바지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는데도 말이다.
- 본문 中 110쪽 -




 책의 원서 자체가 프랑스어로 제작되다보니, 유행에 관한 사례를 설명할 때 대부분이 프랑스라는 나라에 한정되어 설명되는 점이 조금은 아쉽기도 합니다. 번역을 하면서 국내 상황에 맞춘 사례들을 '역자 주'의 형식으로 충분히 삽입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점이 조금은 아쉽네요.

 그래도 '트렌드 사회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을 국내 일반인들에게 소개시켜 주었다는 점에 있어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사례 및 어려운 용어를 책 중간 중간 삽입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한 책의 구성도 독자들로 하여금 어려운 학문에 대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이 엿보이는 괜찮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