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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가면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동상이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임진왜란 당시 해전에서 왜구를 무찌르고 바다를 지켜내어 후손들에게 성웅으로 기억되고 있는 이순신 장군. 많은 사람들이 위인 전기를 통해 그의 삶을 읽어보았으며, 그가 만들었다는 거북선에 대해서 모르면 우리 나라 사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민족 최고의 위인중의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가 최후의 남겼다는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는 유언은 그의 영웅적인 삶의 최후를 장렬하게 만들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영웅으로만 기억되고 앞으로도 그렇게 남을 이순신. 하지만 그라고 민족 전체의 영웅처럼만 행동할 수 있었을까? 그도 인간적인 고뇌는 있었을 것인데. 하물며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죽을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했는데, 조금도 억울하지 않았을까? 마치 오늘날 많은 연예인들이 방송에서는 화려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 이면에 고뇌와 역경이 있듯이 '영웅 이순신'도 역시 '인간 이순신'으로서의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칼의 노래'는 이순신이 겪었을 인간적인 고뇌를 담고 있다. 물론 실제로 이순신이 그러한 생각을 했을지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지만, 치밀한 증거 수집과 작가 '김훈'만의 독특한 문체로 되살려낸 인간 이순신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이순신 뿐만 아니라 수 많은 위인들도 역시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계기도 마련해주었다.
김훈의 독특한 문체는 읽는 이에게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그로테스크하다'는 관점에서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신체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는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 혐오스러움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성관계에 대한 묘사는 야하다는 느낌보다는 약간 역겹다는 느낌이 먼저 다가왔다.
그러나 그런 독특한 문체와 철저한 고증으로 재구성한 글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묘하게 끌리는 중독성이 있어서 멈출 수가 없게 된다. 어느 새 그의 '필력'에 빠져들고 만 것이다. 그의 최근작인 '남한산성'에서 그의 작품의 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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