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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잇단 주말 근무와 야간 근무를 서게 되면서 자연적으로 기숙사에 머무는 시간이 늘게 되었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다량으로 주문했다. 책을 주문하는 것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그 것이 소설책이든, 아니면 교양서이든지 간에... 마치 여자들이 쇼핑을 하며 만족을 얻듯이 나는 책 쇼핑을 하며 그 만족을 얻고 있다.
얼마 전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읽고 나서 그의 문체와 소설 속 캐릭터가 주는 유쾌함을 못 잊어 이번에도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두 권 구입했다. 그 중에서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한밤중에 행진"이라는 작품.
거침 없이 질주하는 25살의 젊은이 세명이 등장하는 유쾌한 소설이라는 소개를 보았다. 마침 회사 생활에 대한 불만족과 스트레스로 인해 거의 우울증을 앓다시피 해왔던터라 무언가 유쾌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유쾌한 문체의 '오쿠다 히데오'와 지금 내 나이인 '25살' 이 두가지 코드가 맞물리면서 내 관심 목록의 최상위로 단숨에 올라와버렸다.
그렇게 주문했던 책들이 이틀 전에 도착했다. 순번에 따라 야간 근무를 하게 된지라 낮에는 기숙사에서 수면을 취하는 틈틈이 책을 읽었다. 그렇게 이틀이 채 못되어서 벌써 다 읽어버릴만큼 중독성이 강한 작품. 읽고 나서 '역시 오쿠다 히데오군'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얼핏보면 평범해 보이지 않는 세 젊은이들, 그 세사람이 만나게 되는 과정 자체도 흥미진진하지만 그들이 벌이려는 일 자체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기에 과연 그들 앞에 어떤 운명이 닥칠지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발시켰다. 일이 풀릴 듯 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꼬여 있고, 다시 그 일이 해결될만하면 어디선가 다른 일이 터져버린다. 정말 책장을 다 덮는 순간까지 계속 꼬여가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사람 사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지만, 요새 들어서 그 말이 너무나도 절실하게 와닿고 있다. 무언가에 얽매여서 살고 있다는 것, 그 것만큼 삶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일도 없는 듯 하다. 지금의 내 처지가 그러하지만 이미 내가 선택해버렸고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그저 답답할 뿐이다.
작품 속에서 '미타 쇼이치로'라는 일류기업 회사원 한 명이 나온다. 회사에서 구박받으면서 언젠가는 그 곳을 떠나 한가하고 여유로운 곳에서 새 삶을 찾으리라 다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엿보았다. 지금의 답답한 생활에서 언젠가는 반드시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자 하는 모습이 나의 처지와 닮아 있었다. 그런 그의 꿈이 실현되어가는 것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너무 짧은 시간에 읽어버려서였을까. 다 읽고난 지금에는 약간의 허무함도 함께 맴돌고 있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인간의 심리 묘사를 탁월하게 한다는 다른 작품평들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인간들의 삶의 고충을 맛보며, 내 자신의 아픔이 치유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부터는 그의 또 다른 작품 '면장 선거'를 읽어보려고 한다. '공중그네'에서의 엽기 의사 '이라부'가 다시 등장한다고 하니 은근슬쩍 기대가 된다. 그의 작품 속에서 또 다른 인간들의 고충을 맛보며 나의 고충을 심적으로나마 덜어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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