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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책과 영화

유전자가 지배하는 세상 - 가타카

가타카
감독 앤드류 니콜 (1997 / 미국)
출연 에단 호크, 우마 서먼, 고어 비달, 잰더 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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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 지배하는 세상

 성관계를 통한 자연스러운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는 완전하지 못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무수히 많은 유전자의 조합으로 자연스럽게 태어난 아이는 많은 병적 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완벽하지 못하며, 오직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만이 병적 유전자가 제거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완벽해질 수 있다. 이러한 세상이 '가타카'의 시간적 배경이다.

 자연 수정으로 태어난 주인공 '빈센트'와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동생 '안톤'은 극과 극에 서 있는 사람이다. 자연 수정으로 태어나서 불완전한 빈센트는 심장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병 확률을 가지고 태어나고 예상 수명도 30세 정도로 추정된다. 반면 안톤은 병적 요인이 전혀 없는 거의 완벽한 인간으로 태어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직장까지 정해지는 이른바 유전학적 차별의 시대에서 빈센트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청소부에 불과하다. 아무리 좋은 직업을 가지려고 해도 그가 가지고 있는 열성 유전자로 인해 늘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세상. '가타카'의 세상은 유전자로 우열을 가리는 세상, 이른바 '유전자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상상 속의 세상? 아직은 먼 미래?

 이 영화가 개봉된 것은 1997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그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의 세상을 우려의 눈길로 보기는 했지만, 아득히 먼 미래의 일로만 느꼈다. 사람이란 당장 눈 앞의 일이 아니면, 우려의 눈길을 보내다가도 서서히 사그러들고 만다.

 그러나 우려는 조금씩 현실로 다가 왔고, 유전 공학의 발달은 눈부시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시험관 아기가 처음으로 태어난 것은 영화가 개봉되기도 훨씬 전인 1978년의 일이었고, 우리 나라에서도 1985년의 처음으로 시험관 아기가 태어났다.

 유전 공학자들의 열망은 동물을 복제하기에 이르러 1996년에는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것을 시발점으로 소, 돼지, 개 등의 포유 동물들이 복제되었다. 인간의 열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생로병사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인간의 유전자 분석에 도전하였다. 1990년부터 미국의 주도 아래 시행되었던 '인간 게놈 프로젝트 (Human Genome Project)'가 2003년 4월 15일 완료 선언과 함께 종결되기도 했다. 이제 인간은 생명의 본질적인 기능까지도 파헤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제 2006년 11월 14일 영국에서 보도된 바에 따르면 2주 전 영국의 한 병원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 질병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배아를 통해 임신한 쌍둥이 아이가 태어났다고 한다. 이른바 '유전자 맞춤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유전공학의 발달과 윤리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 온 것이다. 더 이상 '가타카'의 세상은 상상 속의 세상이 아니다.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이제 '현실'이 된 것이다.


되돌아 갈 힘을 남기지 않으면 이긴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주인공 빈센트는 동생 안톤과 어렸을 때부터 바다에서 수영하는 시합을 한다. 두려움으로 인해 먼저 해변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지는 시합에서 빈센트는 늘 동생에게 질 수 밖에 없었다. 동생은 유전학적으로 완벽한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빈센트는 우주로 가고 싶은 꿈을 져버릴 수가 없다.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꿈을 추구하던 빈센트는 집을 떠나던 날, 마지막으로 동생과 수영 시합을 한다. 우주로 가겠다는 강한 의지로 뭉쳐 있던 빈센트는 시합에서 이기고, 힘이 빠져 죽을 뻔한 동생까지 구한 채 집을 나선다.

 완벽에 가까운 우성인간 '제롬 모로우'의 유전자를 이용하여 비행사의 꿈을 이루게 된 빈센트. 이미 그 때는 예상 수명이던 30살을 넘은 나이였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고 체력 테스트를 통과하여 결국 우주 비행의 최종 합격을 하게 된다. 그러나 회사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일이 쉽게 진행되지만은 않게 되고, 설상 가상으로 담당 형사는 자신의 친동생인 '안톤'이다.

 안톤과의 재회 후 다시 한번 수영 시합을 하지만, 이번에도 빈센트는 안톤을 이긴다. 도저히 그 상황을 용납할 수 없는 안톤에게 빈센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해변으로 돌아갈 힘을 남겨 놓지 않기 때문에 이기는 거야."

 결국 다시 한번 안톤의 목숨을 구한 빈센트는 우주를 향해서, 자신의 꿈을 향해서 나아가게 된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미리 포기하는 사람 보다는 그 한계를 이겨내고 자신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하다는 너무나도 단순한 진리.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막상 그러한 상황에 부딪히면 한없이 무너지고 절망하고 만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 한계를 이겨냈다. 되돌아 갈 수 없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앞을 향하여 나아가는 그의 집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