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물관/전시회/문화재/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박물관에서 배우는 불상 이야기


 유럽을 여행하면서 미술관이 박물관을 구경할 때,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모르면 작품을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서 속 이야기를 모르면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인데, 실제로 서양 미술사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작품들의 상당수가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은 조금만 작품들을 접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최초의 미술 작품들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원시 시대에 사냥이 잘 되기를 각종 신에게 기원하면서 동굴벽 등에 낙서를 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도 보는만큼 문화와 종교는 태초부터 때려야 뗄 수 없는 상관 관계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과거 삼국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근 천 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불교가 크게 융성했었고, 유교국가였던 조선에서도 불교의 명맥이 꾸준하게 이어져 내려온 만큼 문화재에 있어서 불교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이다. 그러다보니 박물관에서도 불교 문화재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국립중앙박물관 3층에는 불교미술 중에서도 불상 관련 문화재를 찾아볼 수 있다. 이 곳에서는 닮은 꼴 반가사유상이라고 할 수 있는 국보78호와 국보83호 반가사유상이 주기적으로 교체 전시되고 있으며, 삼국 시대의 불상들은 물론 고려, 조선 시대의 불상들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



부처님마다 손 모양이 다르다?!


 불상을 보다보면 부처님과 보살의 신분에 따라 조금씩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불상을 오랫동안 보아왔거나 불교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불상에 새겨진 작은 차이만으로도 어떤 부처님인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겠지만, 일반 관람객의 입장에서 그것을 일일이 눈치채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아주 살짝만 관심을 가져도 쉽게 차이점을 눈치챌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부처님이나 보살이 취하고 있는 손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지만, 어느 정도 규칙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불상의 손 모양이 달라지면 그 의미가 달라지게 되는데, 불상이 취하는 손 모양은 깨달은 진리를 나타내거나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특히 몇 가지 손갖춤은 특정 부처님만이 하는 경우가 있어서, 때로는 그 손갖춤으로도 불상이 나타내는 부처님의 신분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왼손 검지 손가락을 오른손으로 감싸쥐고 있는 모양의 '지권인'은 진리를 깨닫지 못한 중생이나 깨달음을 얻은 부처나 본래는 하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손갖춤을 하고 있는 부처님을 보면 십중팔구는 '비로자나불' 부처님이라고 보면 된다. 손갖춤으로 불상의 신분을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불상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손갖춤 중의 하나인 '시무외인'은 쭉 편 손을 각각 하나는 위로 하나는 아래로 향한 모습이며, 입상이나 좌상에 상관없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손갖춤인데, 실제로도 모든 부처가 취할 수 있는 손 모양이며, 세상의 어떠한 두려움도 없애주고 어떤 소원도 들어주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지권인'의 손갖춤을 하고 있는 비로자나불, 나말여초 시대의 철조불상, 국립중앙박물관



'시무외인'을 취하고 있는 불상, 감산사 미륵불, 국립중앙박물관



 부처님이 취하는 손갖춤으로는 이 밖에도 참선할 때 주로 사용하는 '선정인'이나 석가모니가 도를 깨우치던 순간에 지었다는 '항마촉지인' 등이 있다. 박물관에서 만나는 불상들이 취하고 있는 손 모양을 하나씩 보면서 그 의미를 깨우쳐가다보면, 전까지는 모두 비슷비슷해 보인 불상들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불교의 원조인 인도의 불상과는 어떻게 다를까?


 우리나라의 불교가 전래된 것은 삼국 시대부터이다. 이 때 중국을 통해서 불교가 들어오게 되었는데,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에서 직접 건너온 것이 아니다보니 자연스럽게 거쳐온 나라들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그 문화가 변화되어서 전래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의 모습을 나타내는 불상의 형식에 있어서도 본래의 발상지인 인도의 불상들과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3층의 불교미술이 전시된 곳의 건너편은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문화가 전시된 곳이 마련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인도, 동남아시아 전시실에서는 불교의 원조인 인도의 불상을 찾아볼 수 있어서 우리의 불상들과 다른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간다라양식의 미륵보살상, 2-3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학교 이후 역사책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 '간다라' 양식의 미술은 본래 이 지역에 정착되어 있던 인도 계통의 문화에다가 그리스, 로마 양식의 문화가 전파되어 혼합되면서 나타나는 1~5세기 경에 인도 지역에서 발생한 문화 양식을 일컫는데, 당시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여러 신들의 모습을 대리석으로 조각하던 서양의 문화가 건너오면서 부처님의 모습을 인간의 모습으로부터 본따서 제작한 거의 최초의 지역이라고 한다.

 불상의 거의 원류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간다라 불상들이지만, 이 당시에 제작된 불상들의 모습을 보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불상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교의 극락 세계에 존재하는 부처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마치 올림포스 산에 올라가면 다른 그리스 신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법한 형태의 모습인 것은 아무래도 서양의 문화가 영향을 끼쳐던 간다라 양식의 특징 때문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딘가 모르게 힌두교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형태의 문수보살, 인도 팔라왕조 시대의 불상,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인도는 불교 외에도 힌두교의 성지이며, 실제로 현대의 인도에서는 불교보다 힌두교의 입지가 훨씬 굳건하기도 하다. 그러는만큼 인도의 불상은 시대에 따라서 힌두교적인 느낌이 물씬나는 불상들을 찾아볼 수도 있다. 마치 부처님이 힌두교의 여러 신들 중의 하나로 느껴지는 이러한 불상들은 앞서 본 간다라 양식의 불상보다는 동양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알고 있는 부처님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듯 하다.


 이처럼 불교의 원조인 인도의 불상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불상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똑같은 대상을 두고 나라에 따라서, 그리고 시대에 따라서 그 표현 방법이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인도의 불상의 차이를 보기 위해 바다건너 멀리 인도까지 가지 않아도 박물관 내에서 복도 하나 두고 건너편으로 가면 만나볼 수 있으니 참으로 편리한 일이다.


 동일한 문화라고 할지라도 그 문화가 다른 곳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정착되는 지역의 문화색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그리고 같은 지역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화 양식이 어떻게 변화되는 것인지 찾아보는 것은 박물관을 관람하며 행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 습득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불상이 아니더라도 이와 비슷한 문화적 차이를 알아보는 일들은 박물관의 전시실을 오가면서 충분히 할 수 있기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박물관을 둘러본다면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인다고 했으니, 이왕 박물관을 관람할 것이라면 방문할 때마다 하나라도 더 얻어가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이귀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