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박물관을 주제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올리는 글에서는 늘상 찾아가던 국립중앙박물관이 아닌 지방에 위치한 국립박물관을 찾았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속한 하부 기관으로 지방에 위치한 11개의 국립박물관이 있답니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으로 찾아갔던 경주에서 선생님 뒤로 줄 서서 따라다니며 유리 너머로 유물들을 관광하고 다녔던 국립경주박물관 외에는 다른 지방 박물관은 찾아볼 기회가 없었는데요. 그나마도 많이 들어봤던 공주와 부여에 위치한 국립박물관 외에는 많이 못 들어봤던터라 지방 곳곳에 11개씩이나 되는 국립박물관이 있다는 것이 조금 놀랍기도 합니다.
오늘 먼저 소개해드릴 곳은 과거 백제의 수도 '웅진'이었던 공주에 위치한 '국립공주박물관'입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백제의 옛 수도였던 '웅진(지금의 공주)' 지역의 백제 문화를 보존하기 위하여 뜻을 모아 '공주고적보존회' 및 '공주사적현창회'가 중심이 되어 1940년 10월 1일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1945년에 국립박물관이 되었고, 2004년에 지금의 박물관 자리로 이전하여 개관하게 되었답니다.
국립공주박물관 개관 이후, 이 지역에 있었던 가장 커다란 발굴은 아무래도 '백제 무령왕릉'의 발굴을 꼽을 수 밖에 없는데요. 고고학적 가치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까지 발굴된 백제 시대 무덤 중에서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무령왕릉이 유일하답니다.
그래서 이 곳 국립공주박물관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곳은 바로 박물관 1층에 위치한 '무령왕릉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동대장군 백제사마왕'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의 진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공주박물관에서는 무령왕릉 내부의 느낌으로 전시실을 꾸며 놓았습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유물 중의 하나가 바로 무령왕릉의 묘지석입니다. 묘지석이란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놓은 일종의 무덤 안에 묻어놓는 비석 같은 것인데요. 이 묘지석에 적혀있는 글을 통해서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답니다.
무령왕릉의 묘지석을 보면 첫 머리에 '영동대장군 백제사마왕'이라는 글귀가 제일 먼저 새겨져있습니다. '백제 사마왕'이란 바로 '무령왕'의 다른 이름이라고 합니다. 묘지석 첫 머리부터 정확하게 무덤 주인이 밝혀져 있었으니, 처음 무덤을 발굴했던 분들은 어찌나 깜짝 놀랐을까요?
묘지석 옆에는 무령왕릉 입구에서 출토된 '진묘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진묘수는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인데요. 무덤의 입구에서 나쁜 악귀로부터 무덤 주인이 편안한 안식을 방해받지 않게 지키도록 돌로 조각하여 두었습니다.
안내해주시는 분으로부터 들은 재미있는 일화 하나를 소개할까합니다.
당시 무령왕릉을 발굴할 때, 무덤 입구를 열기 전 날 발굴 관계자 한 분이 꿈을 꾸었는데, 무덤을 열자마자 어떤 동물이 달려들어서 깜짝 놀라 꿈에서 깨었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그 다음날도 무덤 발굴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드디어 무덤 입구를 허물고 들어가자마자 바로 꿈 속에서 보았던 그 동물이 무덤 입구에서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여지껏 지켜왔던 주인의 안식이 방해받지 않도록 꿈에 나타나지 않았나 하고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진묘수의 다리쪽을 자세히 보시면 일부러 다리를 부러뜨린 흔적이 발견이 됩니다. 기껏 왕의 무덤에 들어갈 부장품으로 멋지게 조각하여 만들어 놨는데, 다리가 부러졌다니 얼핏 생각하면 엄청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사실 이러한 것은 옛날 무덤 부장품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훼기'라고 해서 일부러 부장품들의 일부분을 망가뜨려 더 이상 이승의 물건이 아니라는 뜻을 가진다고 하는데요.
진묘수의 다리쪽이 부러진 것도 그런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는 다리가 부러져서 다른 곳으로 이동 못하기 때문에 왕의 무덤 앞에만 앉아서 다른 곳으로 떠나지 말고 지키고 있으라는 뜻이 아니었을까도 생각해봅니다.
전시실을 이동해보면, 무령왕릉이 발굴되었던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왕과 왕비의 관부터 앞서 말씀 드렸던 진묘수가 지키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앞에 묘지석과 땅의 신에게 무덤 자리를 샀음을 증명하는 엽전꾸러미 등이 놓여 있는 모습이 발굴 당시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고 합니다.
무령왕릉 내부는 벽돌로 이루어진 내부 구조라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특히 벽 중간마다 마치 연꽃이 꽃잎을 다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복숭아처럼 보이기도 하는 모양의 등불을 놓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무언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이런 무령왕릉의 무덤 내부 양식은 당시 중국 남부지방에서 발굴되는 무덤 내부 양식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서 삼국 시대 외부와의 교류 관계를 추정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 사용되기도 한답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무령왕릉실의 다른 전시실에서는 왕과 왕비가 갖추고 있던 복식들과 부장 유물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왕이 신고 있던 금동 신발부터 왕과 왕비가 착용했던 금제 귀걸이와 관장식 등도 볼 수가 있는데요. 당시 백제 고위층의 관복 양식등을 추정할 수 있는 굉장히 소중한 자료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 밖에도 왕이 사용하던 환두대도와 각종 작은 장식품들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자세히 보면 하나같이 세밀하게 장식한 모습들을 보면, 요새에도 하기 힘든 어려운 세공을 저 당시에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환두대도를 감싸는 작은 유리구슬 같은 장식들과 용과 봉황이 새겨진 모습하며, 왕비가 착용하고 있던 은팔찌에 새겨진 용장식등은 당시 어지간한 장인이 아니었으면 감히 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덤에서 출토된 여러 부장품 중에서는 곱은옥에 금자식을 해놓은 부장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곱은옥에 금으로 모자처럼 만들어서 씌워 놓은 것이 독특해보였습니다. 곱은옥은 신라시대 무덤에서 발견되는 금관의 장식 등으로도 자주 볼 수 있는 유물인데요. 일부 학자들은 곱은옥이 태아의 모습을 닮아서 생명의 힘을 상징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 곱은옥에 금으로 장식을 해놓으니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아 한참이나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곱은옥에 장식된 것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작은 크기의 모자 같은 모양으로 금장식을 해놓은 것들도 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 모자가 어떤 의미를 상징했는지 사뭇 궁금해지네요.
만지고 조립하고 두들겨보고 배우는 문화재 교실
무령왕릉실을 빠져나와 다음으로 향한 곳은 1층 전시관 입구에서 맞은편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우리문화 체험실'이었습니다.
이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어린이박물관'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곳인데요. 많은 어린 아이들이 우리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체험실에 들어와서 즐기고 있었습니다.
무령왕릉 벽돌 모양의 벽을 블록으로 바꾸어서 맞는 모양을 찾아 벽을 완성하는 코너에서는 블록 맞추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달려들어서 어떻게든 벽을 완성하려고 이리 짜맞추고 저리 짜맞추는 모습들이 기특하게 보였습니다.
놀이를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보았던 무령왕릉의 벽은 벽돌 모양으로 되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되는 좋은 학습 장치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쪽 구석에서는 유물 사진을 제대로 짜 맞추는 주사위 모양의 블록이 있네요. 역시 벽돌 맞추기처럼 그림을 맞추기 위해서는 정확한 그림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에, 아이들에게 놀이 속에서 우리 유물의 모습을 각인시켜주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쪽에는 어린 아이들이 무언가를 둘러싸고 서있기에 무엇인가 하고 가까이 가보았더니, 도자기 모양의 틀에다 도자기 파편들을 끼워넣는 체험학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유물들에 새겨진 여러 가지 무늬들을 종이에 옮기는 체험이 진행 중이었는데요. 탁본을 하듯이 종이에 무늬를 옮기면서 탁본의 원리에 대해 과학적으로 공부도 할 수 있고, 탁본을 왜 하는지 설명이 곁들여진다면 미술 공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쪽에는 삼국 시대부터 전해져 오는 악기들을 조그맣게 준비해두어 아이들이 연주해볼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마침 아이들이 악기 주변에 없기에 호기심에 제가 직접 연주를 해보았는데, 은근히 재미있더군요. 아이들이 서양 악기 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 악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다음에 계속...
(2편에서는 국립공주박물관의 다른 부분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기자 이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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