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갑자기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어디론가 떠나서 견문을 더 넓히고... 배우고 싶던 것들도 더 많이 배우고...
하지만 시간과 여건이 받쳐주질 않으니, 생각으로만 머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기분 전환으로 책이나 읽자 하며, 인터넷으로 책 주문을 하는데, 어느 새 쇼핑카트엔 여행 책이 한 가득 쌓여 있게 되었다. 어지간히도 여행이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쇼핑카트에 담긴 책들을 다시 추려내서 주문했고, 책들이 도착하자 제일 먼저 읽은 책은 역시나 여행서적이었다.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
어린 시절부터 외국 여행을 가면 제일 가보리라 생각했던 나라, 이탈리아는 몇 해 전까진 정말 일생에 한 번은 꼭 가봐야할 나라였다.
그렇게 꿈만 꾸다가 작년에 드디어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밀라노와 피렌체, 피사를 거쳐, 로마, 나폴리, 카프리, 폼페이를 거쳐 베네치아까지 총 12박 13일에 걸쳐 이탈리아를 돌아보고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최근 다시 여행병이 도졌을 때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였다. 그럴 때 만난 책이 바로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였으니 어찌 안 읽고 배겨낼 수 있었을까.
표지에서부터 베네치아의 멋진 사진으로 유혹을 하더니 책 속에도 다양한 사진과 깔끔한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읽기 쉽다는 점에 일단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가뜩이나 최근 머리가 복잡해서 책이 손에 안 잡히던 차에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지루한 여행에 대한 감상만 잔뜩 적어 놓거나 불필요한 여행 정보등만 적혀있었으면 오래 못 읽었을 것 같다.
책 속 가득한 사진들을 보면서 이미 다녀왔던 곳은 다녀온대로 그리움을 느끼고, 미쳐 가보지 못한 곳은 가보지 못한대로 아쉬움을 느끼며 책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이탈리아 여행 계획을 짤때 당연히 모든 여행자들이 그러하듯, 그리고 나 또한 어린 시절부터 가보고 싶어했듯이, 로마를 기준으로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여행지를 추가하다가 여행 동선에 맞추기 위해서 추가했던 도시가 바로 '피렌체'였다.
피렌체를 여행지에 추가할 때에는 피렌체에 대한 아무런 여행 정보도 없었다. 심지어 다른 여행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는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이 피렌체라는 사실은 전혀 알지도 못했다. (심지어 피렌체를 떠나는 날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추가되었던 '피렌체'는 여행이 끝난 이후 이탈리아에서 가장 다시 가고 싶은 첫 번째 도시가 되었다. 오히려 기대했던 로마보다도 피렌체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았다. 도시의 경관도, 멋진 강물도, 유난히 푸르던 그 때의 날씨도, 친절하던 사람들까지...
마침 이 책의 저자도 나와 마찬가지로 피렌체를 제일 마음에 들어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이유야 다르겠지만, 어쨌든 덕분에 가장 다시 가보고 싶었던 피렌체에 대해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점이 특히나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여행의 기억들을 되새겼고, 차마 완성하지 못했던 여행 일기장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여행지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여행병이 도진 것을 잠재우기 위해 시작했던 독서가 결국엔 여행병에 더 불을 지핀 꼴이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무작정 여행을 떠나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했다고 할까, 다행히도 지금은 당장 떠나지 못해 안달을 부리고 있진 않다.
대신, 다음 여행을 기약하면서 조금은 더 철저히 준비하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와서 멋진 여행기를 남겨보노라고, 지키지 못할 것 같은 다짐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된다.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고 하지만... 한 번이 아닌, 열 번, 아니 백 번이라도 만날 기회가 있다면 또 다시 만나고 싶다.
그날을 기약하며, 책을 덮고 여행의 환상 속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Arrivederci Itai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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