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 '동이'
최근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동이'
'찬란한 유산' 이후로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여배우 한효주가 주인공인 '동이'역을 맡아서 인기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인데요.
극 중 주인공인 '동이'라는 여인은 바로 조선시대 최고 장수 임금인 영조임금을 낳은 어미이자 숙종의 후궁인 숙빈 최씨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 역사 속에서 숙빈 최씨의 본명은 알 수 없지만, 드라마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가상의 이름을 지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최숙빈이라는 인물은 동시대에 궁중에서 활약한 다른 여인들에 비해서 그 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지요.
하나는 조선 최고의 악녀로 꼽히는 '장희빈'과 그녀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인현왕후'간의 싸움이 세간에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 이면에서 조용히 숨죽여 지낸 최숙빈에 대해서는 크게 조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 하나는, '무수리'라고 알려진 그녀의 원래 신분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급 궁녀 보다도 천하다고 알려졌던 무수리였던 그녀이기에, 그녀의 배경이 되어줄 든든한 가문이 없었던 것은 물론, 그녀를 권력의 중심으로 올려줄 만한 인물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책에서는 반드시 '무수리'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하였으며, 그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숙빈 최씨의 무덤인 소령원
소령원은 명당 자리에 위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 그녀 사후에 그의 아들은 결국 조선의 왕(영조)이 되었습니다.
어쨌든 최근까지도 역사학계는 물론이거니와 그 흔한 사극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이 바로 최숙빈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오랜 침묵을 깨고 사극을 통해 시청자에게 다가왔으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신선한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녀에 대한 관심이 각종 출판물로도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순서처럼 기다려졌는데요.
바로 그런 기대에 부응할만한 좋은 책이 오늘 소개하는 『최숙빈』입니다.
보통 드라마가 나오면, 서점가에는 그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라고 해서, 소설 종류의 책이 진열대를 장식하고는 합니다. 심지어 여러 종류의 책이 모두 그 드라마 하나를 가지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최숙빈』은 소설이 아닌 역사 교양서랍니다.
드라마 '동이'를 보고서는, 그녀를 주제로 한 원작 소설을 기대했던 분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원작 소설등이 가져다 주는 정보보다 훨씬 소중한 정보들을 안겨주고 있답니다.
내명부의 품계를 간략하게 표로 보여주어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책은 최숙빈이 입궁해서부터 사후에 추승작업이 벌어지기까지를 시간 순으로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역사적인 근거 자료나 다양한 도표들을 활용해서 독자들을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 마치 한 편의 잘 만든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특히 이 책의 장점 중에 하나는, 일명 '~라 하더라'는 식의 추정에 대해서 소개는 하되, 확실한 자료가 없을 경우에는 보편 타당한 기준에 맞추어서 논리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 것은, 서술자의 주관적인 의견을 다소 주입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술자의 일방적인 의견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여타의 교양서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며, 객곽적인 사실 전달에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가 착실히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숙빈의 가계도
흔히들 '무수리'라고 알고 있는 그녀의 출신 성분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파헤치고 있습니다.
특히 최숙빈의 입궁 과정과 관련해서 지역별로 전해져 오는 속설에 대해서 소개를 해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반면에 그러한 속설에서 잘못된 부분을 짚어 주며, 올바른 사실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흔히들 '무수리'라고 알려져 있던 그녀의 궁궐에서의 위치와 관련해서도 명확하게 전해져 내려오는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무수리였다'고 단정하는 것이 무리가 있음을 지적하고, 일반적인 하급 궁녀였을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이 것은 명백한 증거가 없을 경우에는 모든 타당한 가능성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선 후기 당쟁의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줍니다.
숙종 시대를 주름잡았던 여인들과 붕당간의 관계를 그래프로 보여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여러 가지 도표와 그림 중에서는 재미있는 것도 많이 있는데요.
그 중 흥미를 끄는 부분은, 역사학에 있어서 수학적인 그래프를 응용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최숙빈 생존 당시에 궁궐을 좌지우지하던 두 붕당인 서인과 남인, 그리고 두 여인이었던 장희빈과 인현왕후에 대해서 시간에 따른 점수를 매기고 붕당과 여인들의 지위에 관한 상관 관계를 밝혀 내고 있는 부분은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역사학에 있어서도 수학적인 그래프를 사용한다는 점 정말 독특하면서도 신선하다고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래서인지, 책에 대한 흥미도가 더욱 높아지게 된 것 같습니다.
각종 자료를 토대로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 전달에 힘쓰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드라마 '동이'를 보고 나서 '최숙빈'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싶어진 분들이 많아진 것 같은데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동이'와 관련된 소설을 찾는 분들이 많았을 텐고, 그런 분들에게는 다소 실망이 되었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일반인들은 물론 역사학계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하지만 조선 역사상 가장 오래 통치하고 군림하며 강한 왕권을 형성했던 '영조'의 친 어머니인 최숙빈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나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바로 이 한 편의 교양서 『최숙빈』을 통해서 그녀의 삶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순히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만 만나면서, 이 것이 역사적 사실인지, 아니면 허구의 산물인지 잘 구분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 이제 '동이'의 실제적인 삶이 어떠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통해서 오랜 시간 역사 속에서 잠들어 있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는게 어떨까요? ^^
'취미 > 책과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이든 스미스의 스타 가능성을 엿보다 : '베스트 키드' (0) | 2010.06.20 |
---|---|
화려한 파쿠르 액션, 페르시아의 왕자 (2) | 2010.06.09 |
훌륭한 자식 교육 지침서 '열일곱개의 전통' (2) | 2010.06.01 |
'로빈후드'의 탄생 과정을 그리다. (2) | 2010.05.27 |
인간의 욕망을 훔쳐보다 : 하녀 (0) | 2010.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