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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책과 영화

'유럽맥주 견문록' by 이기중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맛있는 술을 찾아 마시는 것을 즐겨한다.

특히 칵테일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클래식 칵테일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재료와 비율로 나만의 칵테일을 만들어 보는 일도 자주 하곤 한다.

그러다 최근에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

'맥주'라는 것을 그저 여러 명이 모인 곳에서 떠들면서 마시기 위한 단순한 사교용 술, 그것도 맛과 상관 없이 더 취하기 위해서 무작정 많이 마시는 술로만 알고 있던 나의 인식을 확실하게 바꿔준 책.

<유럽맥주 견문록>(by 이기중)은 '비어헌터'라고 불리우는 맥주에 관한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가 맥주의 본고장인 유럽을 다니며 쓴 여행기이다.
 
여타의 여행기에서 술 이야기가 나오면, 여행 중에 마셔본 특별한 술의 이야기라던지, 술에 얽힌 가벼운 에피소드 정도에서 그치겠지만, <유럽맥주 견문록>은 오로지 맥주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 맥주의 본 고장에 가서 현지에서 만든 맥주를 먹기 위한 목적으로 저자가 계획한 여행의 기록이다.



여행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여행을 즐기는 또 하나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으며, 술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모르고 마셔왔던 술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게 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여행기를 서술하면서 차근차근히 맥주의 분류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어서, 책장을 덮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맥주의 분류가 머리 속에서 술술 떠오르게 된다.




나름 술을 좋아한다고 자처해왔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중요하게 깨달은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책을 통해서 맥주 거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보통 생맥주는 술집에서 잔에 따라 마시고, 캔맥주나 병맥주는 굳이 잔에 따르지 않고 먹는 것이 버릇이 되었었다. 그러다보니 묵직하고 따기 힘든 병맥주보다 손에 잡히는 느낌도 시원하고 딸 때 탄산이 빠져나가는 소리도 경쾌한 캔맥주가 더 맛있다고 항상 느껴왔었는데, 사실은 캔맥주보다 병맥주의 맛이 좋다는 것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특히 병맥주를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그냥 입에 직접 대고 마시는 것보다 좋다고 하는데, 이유는 잔에 따르면서 생기는 거품이 맥주와 산소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아주어 맥주를 마시는 동안 산화되지 않게 막아주어 맥주의 맛을 오래도록 유지해 준다고 한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벨기에에서는 온갖 종류의 세계 맥주를 많이 판매하기로 유명한데, 대부분의 술집에서 각각의 맥주마다 전용잔이 모두 마련되어 있어서 맥주를 전용잔에 따라서만 마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부터 대형마트를 가면 맥주 세트에 심심치 않게 전용잔 세트를 끼워서 팔곤 했는데, 전용잔의 용도가 단순히 상품 홍보용 및 미적인 요소 외에도 각각의 맥주의 맛을 최상으로 느끼게 해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했다. 마치 와인을 마실 때에도 와인에 따라 잔을 세심하게 고르는 것처럼 맥주도 잔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은 굉장히 새로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거의 매일 맥주 한 캔식을 마시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잔에 따라서 마신 것은 물론이다.
지금도 이 책의 리뷰를 적다보니 갑작스레 맥주를 마시고 싶은 욕구가 스물스물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것 같다.

맥주 마니아들은 한 번쯤 꼭 읽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