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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공연 이야기

뮤지컬 '살인사건'


세 가지 살인사건, 그리고 진실은...

 작품은 죽은 자들의 세계에 들어선 형사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조를 하고 있다. 죽어서도 직업을 가져야 하는데, 자신은 아직 미취업이라며 한탄을 하고, 그 이유가 자신이 살아 생전 해결한 세 건의 살인 사건이 잘못 해결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건들이 도대체 어찌 된 것인지 관객들과 함께 알아보자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첫 번째 이야기 - Diary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의 여자친구가 등장한다. 결혼을 앞두고 몸이 안 좋아진 그를 간호하기 위해 여자친구는 월차까지 내가며 간호를 하러 온다. 그리고 그의 물건들을 정리하던 중 그가 몰래 쓰던 'Diary'를 발견한다. 자기와의 사랑이야기로 착각하며 한참 행복에 빠져 있던 그녀는 일기장 뒷부분에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고, 일기의 내용도 자기와의 데이트 내용과는 하나도 맞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심한 배신감에 몸서리치던 그녀는 결국 그를 죽이게 되고, 그 때 찾아오는 출판사 직원은 새 작품을 받으러 왔다며 'Diary'를 달라고 한다. 'Diary'는 작가의 새로운 작품명이었던 것. 한 순간의 착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죽인 여자는 결국 자살을 하고, 사건을 조사하러 온 형사도 결국엔 같은 생각으로 사건을 종결시킨다. 하지만, 진짜 작품인 Diary는 작가의 서랍 속에서 나중에 다시 발견되는데...

 지고지순한 사랑과 그 사랑의 배신, 그리고 인간의 이중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음악적 요소는 조금 약한 것이 사실이지만 스토리가 탄탄한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 - 넘버2

 조직의 '넘버2'가 반대파 킬러에게 살해당한 후 보스는 누구든 킬러를 죽이고 오면 '넘버2'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항상 함께 행동하던 네 명은 이제 형님이고 동생이고 없이 넘버2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라이벌이 되는데, 막내는 조직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되었다는 이유로 이번 경쟁에서 빠지라는 보스의 지시로 실망을 하게 된다.

 나머지 세 명은 킬러를 죽이기 위해 차례로 킬러의 집으로 들어가지만 이미 킬러는 그들이 오기 전에 죽은 상황, 세 명은 서로 자신이 죽인 것으로 해서 넘버2가 되려고 하고 결국엔 결투로 결정을 내리기로 하지만 경찰의 출동으로 세 명 모두 잡혀가게 되고 결국엔 모두 유죄로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된다.

 사실 킬러는 막내가 먼저 와서 죽인 상황, 결국 막내는 조직의 넘버2가 되고 몇년 후 교도소를 출소하는 한 때의 형님들 세 명을 모두 살해한다.

 이번 에피소드는 나름대로 반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역시 음악적 요소도 약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웃음을 주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에피소드별 구성 중간에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적절하게 집어 넣었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이야기 - Shadow & Light

 한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 한 여자는 이미 결혼한 여자로 그의 아이까지 임신한 여자이고, 다른 한 여자는 그 사실을 모두 알면서도 그 남자와의 사랑을 키워가는 여자이다.

 아내의 사랑은 자신이 죽으면 그의 그림자가 되어 그를 따라 다니고 싶다고 고백하고, 애인의 사랑은 자신이 죽으면 그의 빛이 되어 그가 가는 길을 밝게 비추어 주겠다고 한다.

 애인은 어느 날 남자의 초대로 그의 집으로 가지만 그 곳에는 아직 아내가 집에 남아 있었고, 한참의 말다툼 끝에 결국 애인은 집에 불을 질러서 그의 아내와 함께 죽는다.

 억울하게 죽은 이들이 모인다는 구천, 그 곳에서 아내와 애인은 각각 자신들이 생전에 원했던 것처럼 그의 그림자와 빛이 되는데, 애인은 그의 앞을 비추기 때문에 죽어서도 그를 독차지하려고 하지만, 아내는 그의 뒤에서 그림자로만 존재하느라 그의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가 없게 된다. 두 여인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지만...

 갑자기 애인은 자신이 왜 이 곳 구천에 왔는지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은 자살했기 때문에 억울할 일이 없는데도 구천에 온 것이다. 그리고 그 남자의 독백이 함께 진행되는데... 결국 애인이 집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들고 망설이고 있을 때, 미리 이 사건을 예상하고 계획했던 남편이 라이터를 슬며시 던져서 두 사람을 죽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스토리도 가장 마음에 들었고, 음악적인 요소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이다. 두 여자가 번갈아 가면서 부르는 노래는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울리는 여운이 있었다. 스토리를 조금 확대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따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는 에피소드였다.